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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Dec 25. 2023

데리고 올까?

23.05.23(화)

아내의 첫 메시지는 이거였다.


“모기가 정말 원망스럽네요”


갑자기 웬 뜬금없는 소리인가 싶겠지만, 난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지난 주일에 아이들이 모기에 많이 물렸다. 놀이터에서 놀면서 풀숲에 숨고 그럴 때 많이 물렸는데, 아마도 그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는 시윤이가 짜증을 많이 내는 듯했다.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잠깐 아이들과 있을 때도 시윤이가 자기 귀를 팍팍 치면서 짜증 내는 걸 봤다.


“시윤이 간지럽다고 짜증 내?”


아내는 대답 대신 맑게 웃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힘들 때 웃는 일류 엄마가 되기 위한 노력이었나.


저녁까지 일정이 있어서 오랜만에 늦은 시간에 퇴근했다. 아이들은 모두 자리에 누워 있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막 잠들었고, 서윤이만 안 자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혼자 누워 있던 서윤이는 반가운 표정으로 일어나서 날 맞았다.


“서윤아. 이리 나와 봐”


서윤이를 데리고 나와서 소파에 앉았다. 서윤이를 내 무릎에 앉히고 한참 이것저것 물어보며 대화를 나눴다. 조잘거리며 대답하고 질문하는 서윤이를 보면서 하루 종일 쌓인 피로를 잠시나마 잊었다. 그냥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막 깨물든 어떻게 하든 어쩌지 못해서 그저 꽉 안는 것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서윤아. 이제 들어가서 누워야지”


서윤이는 환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다시 자기 자리에 가서 누웠다.


저녁을 굶어서 치킨을 시켜 먹으며 아내와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눴다. 자려고 침대에 누우면서 서윤이 애기를 했는데 아내가 이렇게 얘기했다.


“그럼 데리고 오든가?”

“그럴까?”


바로 데리고 왔다. 아내와 나의 사이에 눕히면, 항상 아내 쪽으로 몸을 틀지만 상관없다. 발이라도 잡으면 되니까. 손을 잡는 게 느낌은 더 좋지만 본능적으로 손을 뺀다. 아주 가끔 운이 좋아서 깊이 잠들면 손을 잡아도 가만히 있기도 하고. 아무튼 수면의 질을 높이고자 다른 방으로 보낸 건데, 하루가 멀다 하고 수면의 질을 포기하고 데리고 온다.


수면의 질보다 더 높은 가치의 밀접 접촉 욕구도 있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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