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6.04(주일)
다행히 소윤이의 감기(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는 하루 만에 끝났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보기에도 훨씬 좋아 보였고, 소윤이 스스로도 어제보다는 낫다고 했다. 식욕도 평소처럼 돌아왔다. 그래도 기침은 여전히 있었기 때문에 교회에 갈 때는 마스크를 씌웠다.
저녁에 집 근처 바닷가에서 불꽃축제가 열린다고 했다. 꽤 대대적인 홍보도 했고 차량 통제까지 하는 걸 보면 많은 사람이 몰릴 것 같았다. 우리는 집에서 슬슬 걸어가면 되니까 가 볼 생각이었다. 처치홈스쿨의 다른 가정들은 갈 지 말 지 고민하고 있었다. 자녀들이 이번 주 내내 아픈 가정도 있었고, 시간이 너무 늦어서 피곤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가정도 있었다.
오후 예배와 목장 모임, 성경공부까지 있는 날이었다. 엄마들과 자녀들은 목장 모임을 마치고 다들 우리 집으로 갔다. 성경공부를 하는 아빠는 세 명이었고, 성경공부를 마친 뒤에 아이들과 함께 저녁으로 먹을 치킨과 피자를 사서 집으로 갔다. 동네 곳곳에 무리 지어 이동하는 사람이 평소보다 많았다. 차가 안 막히던 곳에서 차가 막히기도 했다. 함께 축제에 가려던 한 가정은 주차를 하지 못해 그냥 집으로 가기도 했다.
성경공부 끝난 시간이 꽤 늦기도 했고 치킨과 피자를 찾는 데 시간도 좀 걸렸다. 자녀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배고픔이 충만했다. 15명 가까이 되는 대규모 인원이라 꽤 정신이 없기는 했지만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다.
자녀들은 불꽃축제에 가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각각 난리였다. 지난주 내내 감기를 앓다가 이제 조금 회복한 가정의 자녀들은 ‘아무래도 축제에 가는 건 어렵겠다’는 엄마와 아빠의 말을 듣고 속상해서 울기도 했고, 아직 고민하고 있는 가정의 자녀들은 ‘우리는 불꽃축제에 가는 거냐?’라며 끊임없이 확답을 요구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아빠. 우리는 갈 거져?”
라며 혹시나 엄마와 아빠의 마음이 바뀌지는 않을까 노심초사였고. 우리는 가깝기도 하고 소윤이의 몸 상태도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와서 크게 고민하지는 않았다. 이미 아이들과 굳게 약속을 하기도 했고.
결국 다 가기는 했다. 저녁 먹은 걸 정리하고 있었는데 바깥에서 ‘펑, 펑’하는 엄청 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미 불꽃축제가 시작한 거다. 강렬한 폭죽 소리는 고민을 잠재웠다. 급히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집 앞 차도에서도 불꽃이 터지는 게 보이기는 했지만 건물에 가리기도 했고, 바닷가 쪽으로 가 보고 싶기도 했다. 바닷가 쪽으로 걸어갔는데, 가까워질수록 사람이 많아졌다. 엄청. 그동안 이곳에서 본 적 없는 엄청난 인파였다. 까딱 잘못하면 아이들 잃어버릴 것 같았다. 해변 쪽에는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래도 볼 만 했다. 불꽃 자체도 화려하고 멋졌지만, 내가 사는 곳 바로 근처에서 이런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행사를 한다는 것 자체도 재밌었다. 불꽃이 모두 터지고 사람들이 한 순간에 빠져나가느라 꽤 혼란스러웠다. 우리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사람들이 어느 정도 가고 나면 움직일 생각이었다.
함께 왔던 두 가정은 차를 우리 집 근처에 댔는데, 일대가 마비였다. 차들이 움직이지를 못했다. 우리는 먼저 집으로 들어왔다. 뭔가 우리만 편한 것 같아서 괜히 송구한 기분이었다. 두 가정 모두 돌아가는 게 고역이었다. 3분이면 움직일 거리를 30분씩 걸렸으니 말 다 한 거다.
“여보. 우리도 이렇게 피곤한데 다들 엄청 피곤하겠다”
아내의 말처럼 바로 집으로 들어와서 아이들 씻기고 잘 준비를 해도 피곤한 마당에, 아직도 집에 도착하지 않은 나머지 가정들은 오죽했을까 싶었다.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희망이 있었다.
“여보. 여보가 내일도 쉰다니”
어쩌면 그것 때문에 우리가 가장 여유가 넘쳤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