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깨아빠 Jan 07. 2024

위로 위에 위로를

23.06.13(화)

아침에 교회에서 아내와 아이들 얼굴을 잠깐 봤다. 처치홈스쿨을 하는 날이라 자녀들이 아침 일찍 교회에 왔고, 난 교회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집에서 교회까지 오는 그 짧은 길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아내의 다소 무거운 얼굴과 속 모르고 활기찬 자녀들의 모습이었다.


오랜만에 퇴근이 늦었다. 아내는 처치홈스쿨을 하는 날이라 아침부터 빽빽한 하루였고. 게다가 오늘은 두통도 있었다고 했다. 아내의 상황이나 상태를 하루 종일 전혀 공유 받지 못했지만, 안 봐도 뻔한 날이었다.


“일찍 재울랬는데 셋 샤워 시켰더니 번아웃이네”


번아웃. ‘어떠한 활동이 끝난 후 심신이 지친 상태’. 육아인의 일상이라고나 할까.


아내는 교회와 집에서, 나는 일터에서 각자의 사명을 다하고 만났다. 이런 느낌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각자 치열한 일상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위로를 바라기보다는 상대를 위로해 주는 전쟁터의 전우애 같은 느낌이랄까. 부부가 전우애로 산다는 건, 이런 느낌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아내와 나는 말없이, 짧지만 진실한 포옹으로 서로의 노고를 위로했다.


다들 아직 안 자고 있었다. 시윤이는 어제 소윤이가 준 색종이로 접은 자동차를, 서윤이는 소윤이가 준 스티커를 자랑하며 주인을 만난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나에게 얘기했다. 나중에 시윤이가 접은 색종이에 있는 캐릭터가 나오는 만화영화도 함께 보기로 했다. 아내는 낮에는 두통에 시달렸는데 밤이 되니 조금 나아졌다고 했다.


아이들을 모두 눕히고 찾아오는 고요와 평안 속에 잠시 샘솟는 활력으로 잠시나마 ‘육아 외 시간’을 가진 아내는 내일을 위해, 잠잠해졌지만 언제 고개를 들지 모르는 두통을 막기 위해, 너무 늦지 않게 누웠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빠, 데이트 갈 수 있어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