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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Jan 07. 2024

바다뷰가 아니라 바다 앞에서

23.06.16(금)

오전에는 교회에서 일을 하다가 오후에는 바닷가 쪽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K와 함께 일을 하고 있었다. 아내들이 도시락을 싸서 우리가 있는 쪽으로 온다고 했다. 바닷가에서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엄청 이른 시간은 아니었다. 대신 아내들이 저녁 먹을 준비를 모두 해서, 퇴근 후 귀가까지의 공백이 없이 바로 남편들을 만난 덕분에 조금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내 아내와 아이들이 먼저 카페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내가 앉아 있는 자리로 반갑게 뛰어들어왔다.


“어, 뛰면 안 돼. 여기 다른 손님들도 계셔”


라고 말은 했지만, 나도 반가운 건 마찬가지였다. 뛰어오는 자녀들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났다.


카페 앞쪽 바닷가(이자 해수욕장의 끝자락)에 있는 나무 데크와 계단에 자리를 폈다. K의 아내와 자녀들도 금방 도착했다. 아내와 나는 김치볶음밥이었고, 아이들은 아내가 각종 야채와 고기를 넣고 끓인 국같은 덮밥이었다고 해야 하나.


좋은 날씨에 푸른 바다를 보며 밥을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다만 그 앞쪽 공간에서 장비를 갖추고 노래를 하는 분이 계셨는데 선곡과 음량이 생각보다 귀를 괴롭게 했다. 덕분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야외와 자연의 낭만이 분명히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야외의 번잡스러움과 혼돈도 존재했다. 거기에 취향에 조금도 맞지 않는 큰 음향이 더해지니 꽤 괴로웠다.


밥을 먹고 나서는 바닷가로 내려갔다. 자녀들은 모래놀이도 하고 뛰기도 하고, 조개껍질도 줍고, 돌멩이도 줍고 그랬다. 엄마들은 아빠들에게 자녀 보호와 돌봄을 일임하고 여유롭게 걸으며 대화를 나눴다. 한참 앉아 있기도 했다.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금방 교회에 갈 시간이 됐다. 철야예배가 있는 금요일이었다.


“여보. 나 위기인데?”


교회에 앉자마자 아내에게 얘기했다. 본격적으로 찬양을 시작하기도 전이었지만, 본능적으로 알았다. 오늘 힘들겠다는 걸. 아니나 다를까 눈만 감으면 잠이 쏟아졌다. 그렇다고 눈을 뜨면 졸리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감으면 당연히 쏟아졌고, 뜨면 어떻게든 감게 됐다. 출구가 없는 졸음이었다.


‘그래. 기도라도 열심히 하자’


말씀 시간 내내 졸아서 그렇게 생각하고 기도를 하려고 했는데, 불가능했다. 한마디의 기도를 채 끝내기도 전에 자꾸 정신을 잃었다. 일찌감치 자녀들을 데리고 로비로 내려왔다. 시윤이는 기도하는 엄마 옆에 있겠다고 했다.


‘그래, 시윤아. 엄마가 널 위해 뿌리는 눈물을 보고 뭔가 좀 깨우치렴’


기도를 마치고 온 아내의 눈은 여전히 퉁퉁 부어 있었다.


“여보 눈이 너무 부었네?”

“나? 기도를 열심히 해서 그런가?”

“어제부터 부어 있던데”

“뭐 겸사겸사지”


아내가 이렇게 숲과 바다를 자주 보지 않았다면, 뭔가 큰 마음의 병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꽤 진지하게, 종종 한다. 여러 모로 바다와 숲이 가까운 삶을, 지금 이 시기에 누리는 건 참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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