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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Jan 08. 2024

오늘의 최대 위기, 토스트

23.06.17(토)

아내는 교회에 내일 먹을 음식을 준비하러 가야 했다. 내가 축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 나에게 바로 바통을 넘기고 나갔다. 아내 없이 아이들 셋하고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낼지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원래는 가벼운 등산을 할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날이 뜨거웠다. 아이들은 지난번에 한 번 가 봤던 키즈카페(는 아니고 나라에서 운영하는 키즈카페 비슷한 곳)에 가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은 아침을 먹은 뒤였다. 난 배가 고팠고 냉장고에는 얼마 전에 구워 먹고 남은 고기가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데(물론 밥을 먹었지만) 혼자 고기를 구워 먹는 게 너무 정이 없는 아빠 같은 짓인가 잠시 고민했지만 ‘아이들하고 함께 먹으면 되지 뭐’라고 생각하며 프라이팬과 고기를 꺼냈다.


“얘들아. 너네 고기 먹을래? 고기 먹을 사람은 이리 와”


작은방에서 놀던 세 명 모두 식탁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각자 자리에 앉아서 고기를 하나씩 받아먹었다. 서윤이는 구운 마늘도 꼬박꼬박 함께 달라고 했다. 덕분에 죄책감(?) 덜어내고 맛있게 한 끼를 먹었다. 다 먹고 나니 잠이 쏟아졌다.


“얘들아. 아빠 딱 한 시간만 잘게. 아빠 일어나면 바로 나가자. 소윤이가 아빠 좀 깨워줘”


아이들은 흔쾌히 나의 잠을 허락했다. 시윤이가 자는 자리에 눕자마자 잠들었다. 소윤이에게 깨워 달라고 하기도 했고, 나도 알람을 맞췄다. 아주 달콤하게 한 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소윤이가 와서 나를 깨웠는데 이미 외출복을 입고 있었다. 시윤이와 서윤이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잠에서 깼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작은방으로 달려왔다. 세 명의 눈빛은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아빠. 우리 언제 나가여? 이제 바로 나가여?’


나도 옷을 챙겨 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키즈카페에 가기로 했다.


나는 점심에 가까운 아침을 먹었으니 상관이 없었지만 아이들은 점심을 먹어야 했다. 키즈카페 근처에 있는 토스트 가게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자주 먹어서 그런지 취향도 분명했다.


“아빠. 피클은 빼 주세여”


서윤이도 하나를 시켜줬는데 다 먹었다. 시윤이는 한 입 정도 먹고 토스트를 통째로 바닥에 떨어뜨렸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려고 하는 잔소리를 억누르느라 고생했다. 최대한 온화하게


“시윤아. 그러니까 다른 데 보면서 먹으면 안 돼. 주의해서 먹어. 알았지?”


토스트 하나를 새로 주문해서 시윤이에게 줬다. 이번에는 안 떨어뜨리고 잘 먹었다.


주말이라 사람이 너무 많을까 봐 걱정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많기는 했지만 ‘너무 많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는 아니었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서윤이가 범퍼카를 못 탔다. 그때도 보호자와 함께라면 탈 수 있었는데, 무섭다고 하면서 안 타겠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는 그 후에 몇 번을 얘기했다.


“아빠. 그때 검퍼카(범퍼카) 탈 걸 그랬어여”


오늘은 자기도 탈 거라고 하면서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혼자 탔고, 서윤이는 내 무릎에 앉아서 함께 탔는데, 엄청 좋아했다. 언니나 오빠와 부딪힐 때마다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깔깔거렸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오래 기다리지도 않아도 됐다. 범퍼카를 몇 번이나 더 탔다. 아주 긴 미끄럼틀도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아이들은 탈 수가 없었다. 양말을 신어야 탈 수 있다는 걸 몰랐다. 세 명 모두 맨발이었고 챙겨 간 양말도 없었다. 아쉬워했지만 다른 놀거리도 많았기 때문에 오래 품고 있지는 않았다.


VR 게임도 하고, 볼풀장에서도 놀고, 블록놀이도 하고, 범퍼카도 또 탔다. 그렇게 한 두 시간 넘게 놀고 나왔다. 그쪽 지역에서 파는 아이스크림 빵도 먹고 요구르트도 먹었다. 요구르트는 거의 사 주지 않는 군것질거리인데, 서윤이가 지난번에 왔을 때 먹었던 요구르트가 너무 맛있었다고 하면서 또 먹고 싶다고 해서 사 줬다.


“아빠. 저번에 00이 오빠랑 먹었던 그거 뭐지? 그거 뭐더라. 요거트 아닌데 요거트 같은 거 뭐져? 아, 요구르트. 요구르트 맛있었는데. 또 먹고 싶다”


사 달라는 얘기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였다.


아내는 음식 준비를 마치고 시내에 나가서 잠깐 커피를 마시고 있다고 했다. 난 아내가 계속 자유시간을 연장하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아내는 그냥 집으로 오겠다고 했다.


“좋고도 외롭네. 이제 만나야지. 보고픈 내 남편이랑 아가들”


아내는 장을 봐서 집으로 왔다. 소윤이는 매운 떡볶이, 시윤이는 불고기, 서윤이는 안 매운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했다. 모두의 만족을 위해 매운 떡볶이도 만들고, 고기가 들어간 궁중 떡볶이도 만들었다.


“아빠. 저는 오늘 검퍼카가 제일 재밌었어여”


서윤이는 몇 번이나 얘기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고, 아내에게도 짧지만 자유의 시간을 줘서 매우 보람차긴 했는데, 다 끝내고 났을 때의 피로감 또한 어마어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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