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깨아빠 Jan 15. 2024

기도회는 안 되고, 영화는 되고

23.06.23(금)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할 때 쯤(육아퇴근까지는 아니고 나의 업무 퇴근) 굉장히 피곤했다. 아니, 막 피곤함이 느껴진다기보다는 얼른 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 집에 가도 쉬기 어려운 환경이긴 하지만 어쨌든 집에 가서 좀 퍼질러 있고 싶었다. 아내와 아이들은 내가 퇴근할 무렵에, 교회에 있는 K의 아내에게 뭔가 갖다주고 집에 오는 길이라고 했다.


“여보. 오늘 교회 갈 거예요?”

“아니?”

“어?”

“오늘 안 갈 건데?”

“진짜? 왜요?”

“그냥. 피곤해서. 여보는 갔다 와. 기도 열심히 하고 와”


나는 단호했다. 아내는 ‘뭐지?’ 싶으면서도 나의 의사를 존중했다.


“여보는 갔다 와. 대표로 가서 기도 열심히 하고 와야지”


저녁을 함께 먹고 아내만 교회에 갔다.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는 나와 함께 집에 있었다.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에게 예배에 빠지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아이들의 기도할 권리(?)도 내 마음대로 빼앗은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마냥 쉬고 싶었다. 아이들은 아내가 교회에 가고 얼마 안 돼서 자리에 누웠다. 아내는 꽤 늦게 왔다. 기다리는 사람이 없으니 원하는 만큼 기도하고 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내는 영화를 보자고 했다. 사실 며칠 전부터 영화 얘기를 꺼내는 게 보고 싶은 눈치였다. 볼 만한 영화가 마땅하지 않아서 고민을 하다가 조금 철이 지난 영화를 보기로 했다. 꽤 늦은 시간까지 봤다.


예배를 드리러 가는 건 피곤해서 넘어갔는데, 영화 보는 건 그 늦은 시간까지 기쁨으로 임했다. 육아 때문에 피곤하다는 건 아주 좋은 선택적 핑계일 뿐. 이율배반의 인생이여.

매거진의 이전글 Work and Life Balanc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