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6.26(월)
오전에는 교회에서 일을 했다. K네는 가족여행을 떠나서 혼자 일을 하다가 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밥값을 아끼고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대신, 시간 소비의 효율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갈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아내가 김치볶음밥을 해 준다고 하길래 갔다.
집으로 가는 길에 카페에 들러서 아내가 좋아하는 ‘초당옥수수크럼블치즈케이크’를 하나 샀다. 아내는 마치 금붙이를 선물받은 사람처럼 좋아했다.
“헤에에엑? 이게 뭐야아아아아? 대바아아아아악?”
너무 남용하지만 않으면 당분간 아내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아주 쉬운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아내와 아이들은 그야말로 ‘집에 있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잠옷 차림 그대로에 부스스한 얼굴과 머리, 뭔가 모르게 산만한 집안 곳곳. 아무 일정이 없는 날의 낮 풍경은 대체로 이럴 거다. 아내와 아이들은 이미 점심을 먹고 난 뒤여서 나 혼자 먹었다. 물론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가 내 옆에 앉아서 말상대를 해 줬다. 아내가 아이들에게
“얘들아. 아빠 식사하시는 동안 아빠 옆에 앉아 있어”
라고 얘기해서
“아니야. 괜찮아. 가서 놀아도 돼”
라고 대답했지만, 아이들은 이미 내 옆에 앉았고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집에서 먹으면 이런 장점도 있구나. 식당에서는 받을 수 없는 대접을 받는다는 거.
점심을 먹고 바로 나왔다. 아주 잠깐 ‘오후에는 집에서 일을 할까’ 생각도 했는데 금방 사라졌다. 눈 앞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다투기도 하는 자녀들을 보니 ‘여기서는 될 일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근처 카페에 가서 일을 했다. 시간이 훌쩍 흘러서 금방 퇴근 시간이 됐다.
아까 점심시간에 본 모습과 비슷했다. 아내만 차이가 났다. 더 푸석푸석해지고 안 좋아 보였다. 두통이 조금 있다고 했다.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도 아내와 아이들을 봤고, 점심에도 봤더니 하루 종일 같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야심 차게 다시 시작했던 ‘자녀들의 집안일 훈련’은 답보 상태지만, 오늘은 오랜만에 작은방이 엄청 깨끗했다. 시윤이가 혼자 다 치웠다고 했다. 그냥 ‘정리 좀 했구나’가 아니라 미리 얘기를 안 했으면 아마 아내가 치웠을 거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깨끗했다. 시윤이는 ‘자기 혼자’ 그 일을 했다고, 아주 뿌듯하게 얘기했다. 하면 다 잘 한다. 어떻게 동기부여를 해서 일상화 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어떤 동기부여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제 부분적으로 집안일의 일상화과 이뤄진 나도, 열심히 내 할 일을 했다. 아내가 두통으로 활동성이 떨어질수록 주방의 결과물을 적치된다. 아내는 비교적 이른 시간에 자러 들어갔다.
“여보. 설거지는 하지 말고 그냥 놔 둬요. 내가 내일 할 게요”
“어, 알았어”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진짜 그럴 생각은 아니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변수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설거지는 더 늘어날 뿐 크게 위협적인 변수가 되지는 않지만 보고 있노라면, 깊은 한숨이 나오면서 은근한 압박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거라도 없애주는 게 아내를 향한 나의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