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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Jan 16. 2024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23.06.27(화)

아내는 두통이 여전히 심하다고 했다. 몸 상태가 전반적으로 좀 저하된 듯했다. 처치홈스쿨 모임이 있는 날이라 교회에 간 아내의 힘듦이 글만으로도 충분히 전해졌다. 안타깝게도 이런 날 저녁에 일정이 있어서 퇴근이 늦었다.


아내와 처치홈스쿨 모임을 마치고 집에 그렇게 늦게 오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아내의 활력 없는 몸 상태 덕분에 귀가 이후의 과업 진행은 느렸다고 했다.


“에너지가 없으니까 엄청 늘어지네. 이제야 잘 준비 중”


평소에도 그 시간보다 늦게 준비를 시작할 때가 많다. 아내의 말은, 하나의 과업이 끝나고 나면 바로 다음 과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그러기가 어려웠다는 거였다. 밥을 먹으면 바로 식탁을 치우고 그릇을 물에 적셔서 싱크대에 갖다 놓고 아이들은 씻고(혹은 씻기고)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밥 먹고 나서도 그대로 앉아서 쉰 시간이 길었다는 말일 거다. 덕분에 나는 혜택을 좀 봤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일이 조금 일찍 끝났고 집에 돌아갔을 때 아직 아이들이 자기 전이었다.


아내는 내일 수요예배 찬양인도를 대타로 하게 돼서 곡을 정해야 했다. 그나마 밤에는 머리 아픈 게 조금 나아져서 괜찮았다. 나도 아내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찬양을 골랐다. 모든 일과를 마치고 아내가 먼저 자러 들어갔다.


요즘도 서윤이는 항상 새벽에 우리 침대에서 잔다. 다만 전과 차이가 있다면, 이전에는 새벽에 깨서 자기가 걸어왔는데 요즘은 거의 내가 데리고 온다. 잘 자고 있는 녀석을 들어서 우리 침대에 눕힌다. 웬만하면 하루도 안 빼고 그러는 것 같다.


당연히 오늘도 서윤이를 데리고 왔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자는지 확인을 하고 나서 조심스럽게. 소윤이와 시윤이는 모를 거다. 아직도 서윤이가 스스로 가는 거라고 생각할 거다. 들키면 안 된다. 엄청 서운해 할 거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여전히 엄마와 아빠, 아니 엄마의 옆자리를 엄청 갈구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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