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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Jan 16. 2024

편한 잠자리 놔 두고

23.06.28(수)

이번 주 토요일에 처치홈스쿨 종강예배를 드린다. 학기를 마칠 때마다 자녀들에게 상장을 하나씩 주는데 칭찬의 내용은 각 가정의 부모들이 알아서 정한다. 이번 학기를 시작할 때와 비교해서 자녀들의 성장이 있었던 모습을 골라서. 소윤이는 새로운 학습 과정에 진입한 것, 시윤이는 큰 운동장을 다섯 바퀴나 돈 것과 동네 산 정상에 오른 것, 서윤이는 가만히 앉아서 뭔가 학습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을 칭찬하기로 했다.


아내는 저녁에 성경공부 모임이 예정되어 있었다. 오후 일정을 마치고 교회로 갔고, 아내와 아이들은 아직 일과를 마치기 전이었다. 일을 하면서 아내와 아이들을 기다렸다. 함께 처치홈스쿨을 하는 가정이 두 가정 더 있었는데, 모든 일과를 마치고 엄마 선생님들과 자녀들이 마당으로 나왔다. 거기서부터 각자 차에 타는 데까지 또 한참 걸렸다. 교회 마당에 있는 블루베리도 따고, 강아지와 놀기도 하고, 바닥을 기어다니는 콩벌레도 잡고.


아내는 집에 오지 않았다. 교회에서 바로 헤어졌다.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바로 집으로 와서 저녁을 먹였다. 성경공부 모임이 막 시작했을 시간 즈음에 아내에게 메시지가 왔다.


“여보. 나는 제자훈련 급 취소됨. 근데 바로 연락을 못 했네”


취소되었다는 걸 진작에 알았다고 해도 귀가를 종용하고 그러지는 않았을 거다. 어차피 확보한 아내의 시간이니 어떻게 쓰든 그건 아내의 몫이다. 아내도 바로 자유시간을 누리지는 못했다고 했다. 종강예배 때 각 가정의 자녀들에게 줄 상장을 인쇄하느라 시간을 좀 썼다고 했다. 저녁은 샌드위치를 먹었고. 혼자라서 외롭다고 했지만 썩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시험 전날에는 뉴스도 그렇게 재밌는 것처럼 혼자면 뭘 해도 여유롭고 행복한 것과 비슷해 보였다.


아이들은 특별한 일 없이 밥 먹고 씻고 누웠다. 요즘은 자려고 누워서 떠들고 장난을 칠 때가 많다. 엄청 피곤하지 않으면 거의 항상 그런다. 특히 서윤이가 낮잠을 잔 날에는 서윤이가 언니와 오빠를 나름대로 작은 목소리로 부른다고 부르는데, 거실에서도 다 들린다.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그냥 두기도 하고 얼른 자라고 엄하게 얘기하기도 한다. 그래도 시윤이가 가장 우직한 편이다. 떠들기는 해도 잘 나오지는 않는다. 그에 비해 소윤이와 시윤이는 갖은 핑계를 대며 나온다. 서윤이는 ‘방에 뭐가 있었다’고 하면서 가지고 나오기도 하고, 반대로 ‘이게 없다’고 하면서 찾아달라고 하고. 소윤이의 주된 이유는 ‘아빠. 화장실 좀 다녀와도 돼여?’다.


오늘은 너그럽게 이해했다.


“이제 너무 늦었어. 장난 그만 치고 이제 자”


정도로. 물론 아이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서윤이가 자꾸 말을 걸기는 하지만, 소윤이와 시윤이도 호응을 해 주니까 가능한 일이다. 불시에 방을 들어가 보니 소윤이는 서윤이 옆에 누워 있었다. 시윤이는 잠들었고.


“소윤아. 뭐 해?”

“아, 서윤이가 옆에 누우라고 해서여”

“이제 장난 그만하고 얼른 자. 알았지?”

“네”


소윤이는 서윤이 핑계를 댔지만, 사실 소윤이가 혼자 자기 싫은 거다. 요즘 더 그런가 보다. 동생을 올라오라고 하는 건 안 되니까 자기가 내려올 때가 많다.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기껏 따로 자겠다고 방도 나누고 이층침대도 넣었으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서윤이를 데리고 오거나 아예 아이들 방에 가서 자는 일이 허다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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