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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Jan 17. 2024

오늘은 소윤이 옆에서

23.06.30(금)

아내가 ‘불량점심’이라고 하면서 메시지와 사진을 보냈다. 늦은 점심을 먹는 아이들 모습이었는데 확대하기 전에는 ‘저게 뭐지?’싶은 걸 먹고 있었다. 사진을 확대해서 보니 짜장라면이었다. 순간을 담는 사진만 보면 ‘불량점심’이라고 명명한 아내의 말이 맞겠지만, 포착된 순간 이외의 시간에 아내는 언제나 불량하지 않은 끼니로 아이들을 길렀다. 매 끼니 아이들을 잘 먹이고 싶지만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는 그게 불가능하니, 잠시 인스턴트의 힘을 빌린 아내의 자책 어린 표힌이었을 뿐이다. 영상이 아닌 사진이었지만, 서윤이의 역동성과 만족스러움이 느껴졌다.


아내는 내일 있을 처치홈스쿨 종강예배를 준비하느라 철야예배 전에 교회에 가야 한다고 했다. 오늘도 나와 아이들은 집에 있기로 했다. 소윤이는 함께 교회에 가고 싶다고 하면서 눈물까지 흘렸지만, 집에 있었다. 물론 오늘도 피곤하기도 했지만 아내가 종강예배 준비에 집중하려면 혼자 가는 편이 나아 보였다. 아내는 저녁도 교회에 가서 먹는다고 했다. 집에 먹을 것이 없다고 하면서, 정확하게는 내가 먹을 걸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다고 하면서 미안해했다.


“여보. 괜찮아. 알아서 먹을게”


아내는 교회에 갔고 난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아이들은 계란밥을 해 줬고, 나는 계란밥을 바탕으로 하는 잡탕볶음밥을 해 먹었다. 냉장고에 있던 김치 찌꺼기(?), 브로콜리 찌꺼기, 메추리알 몇 개를 넣고 만들어 먹었다. 아내가 아이들이 배가 많이 안 고플 거라고 해서 밥을 적당히 넣고 계란밥을 만들었는데, 아내의 예상과는 다르게 아이들이 밥을 많이 먹었다. 계란밥의 핵심인 계란은 한 명당 하나씩이니까 처음 할당된 걸 다 먹으면 추가 계란은 없다. 물론 더 만들어 주면 되지만, 귀찮으니까. 소윤이와 시윤이는 그냥 맨밥을 더 담아서 먹었다.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는 오늘도 늦게까지 안 잤다. 누운 건 일찍이었는데 누워서 한참을 떠들고 장난을 쳤다. 아내는 예배를 마치고 나서도 종강예배 준비를 마무리한다고 평소보다 조금 더 늦게 왔는데 아이들도 그 직전까지 안 자고 있었다.


집에 돌아온 아내와 수다를 좀 떨다가 아내가 먼저 들어가고 난 조금 더 있다가 잤다. 오늘도 서윤이를 몰래 데리고 오려고 작은방 문을 열었는데 소윤이가 깼다. 오늘도 바닥에서 자고 있었는데 내가 문을 열면서 소윤이를 민 거다.


“아빠. 왜여?”

“어? 아, 아니야. 잘 자는지 보려고”

“아빠. 내 옆에서 자여”

“그럴까? 알았어”


혹시 소윤이나 시윤이가 오해할까 봐 남겨놓자면, 소윤이와 시윤이 옆에서 자는 것도 무척 좋아한다. 서윤이를 옆에 데려다 놓고 자는 것과는 또 다른 따뜻함이 있다. 다만 자는 걸 옮기기 힘드니까 주로 서윤이를 옮기는 것 뿐이다.


소윤아, 네 옆에서 자는 것도 엄청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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