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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Jan 22. 2024

눈물의 상봉

23.07.13(목)

슬프게도 아내와 나의 예감이 맞아떨어졌다. 서윤이에게도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내가 말하기를, 왠지 자꾸 누우려고 하고 칭얼대는 게 심상치 않다고 얘기한 지 얼마 안 돼서 물증도 확보했다. 서윤이의 목에서 울긋불긋한 걸 발견했다. 서윤이가 목이 아프다고 해서 봤는데 이미 소윤이와 시윤이의 경험이 있었던 아내는 병원에 가기 전에 어느 정도 확신했다. 아마도 같은 증상일 거라고.


아내는 오늘도 병원에 출근했다. 역시나 서윤이도 언니, 오빠와 비슷하다고 했다. 아직 초기라 심하지는 않지만. 일단 약만 처방받아서 왔는데 서윤이가 점점 힘들어하고 점점 뭘 먹지 못 할 것 같아서 다시 병원에 갔다. 서윤이도 링거를 맞았다. 아내와 나는 서윤이에게는 트라우마가 있어서 대범하기가 어렵다.


서윤이는 링거 맞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일단 왼손에는 링거를 맞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손을 빨아야 하는데 링거를 꽂으면 손을 빨 수가 없다. 작년에 입원했을 때도 간호사 선생님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왼손에 링거를 꽂았지만 결국 발등에 다시 꽂았다. 다행히도 오늘은 오른손에 꽂았다. 오른손도 역할이 없는 건 아니었다. 손을 빨 때 머리카락으로 자기 귀를 간지럽히는 나름 중요한 임무가 있었지만 손을 빠는 왼손보다는 의존도가 낮았다. 해열제가 함께 들어갔는데 그게 혈관통이 있다고 했다. 서윤이는 너무 아프다고 하면서 울다가 겨우겨우 잠이 들었다. 서윤이는 꽤 오랫동안 자고 일어났다. 수액이 다 들어가고 나서도 더 잤다.


서윤이의 상태가 안 좋았지만 아내는 오늘은 꼭 집에 오겠다고 했다. 웬만하면. 그만큼 아내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까지 간 듯했다. 소중한 마지막 날이었지만 서윤이 링거 맞히고 오니 바로 짐 싸서 떠나야 할 시간이었다고 했다. 아픈 손주들 덕분에 장인어른은 어제, 오늘 모두 차를 두고 출근하셨다. 아내와 아이들,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기차역에서 눈물의 이별을 했다.


서윤이는 기차에 타자 상태가 조금 더 안 좋아졌다고 했다. 아내는 일단 해열제를 먹였고 혹시나 토를 할 지도 모르니 비닐봉지를 들고 비상대기를 하며 왔다. 난 아내와 아이들이 내릴 칸 앞에 서서 기다렸다. 드디어 장장 5박 6일 동안의 이별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 왔다. 아내와 아이들이 도착했고 갈 때는 없었던 커다란 짐도 하나 있었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먼저 내렸고 옆에 계시던 분이 커다란 짐을 내려주셨다. 서윤이는 매우 안 좋은 얼굴로 아내에게 안겨 있었다. 유모차를 펴고 서윤이를 앉히는 아내가 웃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하아. 여보 얼굴 보니까 눈물이 나네”


아내의 심경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드디어’가 적합하지 않았을까 싶다. 서윤이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힘없이 손가락을 빨았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그냥 평온했다. 차를 타고 올 때, 위에서 있었던 일들을 하나 하나 전하느라 소윤이와 시윤이 모두 입이 쉴 틈이 없었다. 아내는 몇 번이나


“아, 드디어 집이다. 얘들아, 아빠 만나니까 너무 좋다. 그치?”


라고 얘기했다. 아무리 격이 없는 시댁이고 편안한 친정이라고 해도 이제 내 집, 내 남편만큼 편한 장소와 사람이 없는 거다.


서윤이는 몸이 뜨거웠다. 두어 번 정도 토를 할 것 같다고도 했는데 실제로 토를 하지는 않았다. 내일 서윤이의 양상이 어떨지 예측이 되지 않았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이제 완전히 병색이 떠난 듯 보였다.


“여보. 너무 좋네”


아내는 진심으로, 귀가를 만족스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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