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깨아빠 Feb 01. 2024

시댁식구 총출동

23.07.29(토)

(내) 부모님과 동생, 조카가 집에 오기로 했다. 원래 아주 일찍 오시기로 했는데 중간에 일이 생겨서 늦어졌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고모와 사촌 동생이 오는 걸 기다렸던 아이들은 아주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깼는데 한참을 기다리게 됐다. 아내는 내일 교회에서 먹을 점심을 준비해야 해서 교회에 갔다. 축구를 하고 와서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 교회로 올래요?”


교회 집사님과 권사님들이 중고등부 학생들 점심을 해 주셨는데 그걸 우리도 와서 함께 먹으라는 얘기였다. 안 그래도 점심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참이었다. 바로 교회로 가서 맛있고 소중한 점심을 먹었다. 내일의 점심 준비는 아직 시작도 안 한 상태였다. 우리 아이들과 K의 자녀들, 다른 집사님의 자녀까지 총 7명의 자녀가 있었다. 세 명의 엄마들은 내일 점심 준비에 돌입했고 난 자녀들과 함께 3층으로 올라갔다.


자녀들은 3층에서 뛰기도 하고 블록도 하고, 목적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운 여러 놀이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넓지 않은 실내공간이라 그런지 나에게 함께 무언가를 하자고 요구하지 않아서 계속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이따금씩 발생하는 소소한 갈등을 관리하고 토라지는 자녀를 위로하는 일이 나의 주된 업무였다. 꽤 오랜 시간을 교회에서 보내고 집으로 왔다.


(내) 부모님과 동생, 조카는 오후 5시쯤 도착했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꽤 큰 덕분인지 더 어렸을 때처럼 팔딱거리며 좋아하지는 않았다. 점잖은 반김이라고 해야 하나.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 모두 몸이 완전한 정상이 아니기도 했다. 소윤이는 어제에 비하면 완전히 정상에 가깝기는 했지만 왠지 모를 무기력함이 느껴졌다. 시윤이는 여전히 기침을 많이 했고, 서윤이도 조금씩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너무 일찍 일어난 탓에 피곤까지 겹쳐 있었다.


집 근처 고깃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소윤이는 아직 입맛이 없는지 얼마 안 먹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내려놨다. 시윤이와 서윤이도 썩 많이 먹지 않는 것처럼 보였는데 나중에 보니 그래도 은근히 많이 먹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바닷가도 조금 걸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엄청 피곤해 보였지만 밤 산책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뽑기(달고나)도 한 판 했다. 소윤이는 저번에 하고 나서 가성비가 너무 떨어진다면서 불만족스러워했는데 오늘은 자기 용돈이 아니라서 그랬는지 또 하겠다고 했다. 대신 성공했다. 지난 번 실패의 아픔을 만회했다. 시윤이는 실패했다. 서윤이도 하겠다고 했지만 옆에서 구경하고 얻어먹는 걸로 만족하라고 했다. 내가 마시는 커피값은 아깝지 않아도 서윤이가 받자마자 깨뜨릴 뽑기에 소비하는 3,000원은 너무 아깝다.


바닷가라 그나마 시원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날씨였다. 밤이었는데도 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에어컨을 켰고. 늦은 시간이었지만 모두 샤워를 시켰다. 사실 서윤이는 어제부터 머리에서 시큼한 냄새가 났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사촌동생(서윤이보다 한 살 내 조카)과 함께 자고 싶다고 했다. 조카도 자기 엄마를 버리고 사촌 언니와 오빠 곁을 택했다. 작은방 바닥에 소윤이의 침대에서 꺼낸 매트리스를 깔아주고 조르륵 눕혔다. 서윤이는 안방에서 자겠다고 했다. 나와 아내는 아직 눕기 전이었기 때문에 서윤이는 혼자 안방에서 잠을 청했다.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는 금방 잠들었고 조카는 가장 늦게 잠들었다.


아이들이 모두 잠들고 난 뒤에도 어른들은 따로 수다의 시간을 가지지 않고 일찍 잤다. 새벽 5시에 출발해서 오후 5시에 도착한, 어마어마한 대장정이기도 했고 몸과 마음이 모두 고생한 여정이기도 했다.


내일은 예배를 드리고 바닷가에 가기로 했다. 큰 경기를 앞둔 운동선수처럼 나도 모르게 자꾸 필사의 각오를 다졌다.


‘내일 다들 괜찮을까? 어른들이 피곤해서 쓰러지는 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서 결론은, 야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