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

19.02.18(월)

by 어깨아빠

소윤이가 아내에게 주말 동안 아빠랑 못 놀았다며 푸념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내가 ‘뭘 아빠랑 못 놀았냐고, 내내 같이 있었으면서’라고 말했더니 소윤이는 나름의 이유를 댔다.


“아니 그게 아니라, 목요일에는 부모교육 가고 금요일에는 아빠 드럼 치러 가고 토요일에는 수정이 이모 놀러 왔다가 부모교육도 가고 준서 생일잔치도 갔잖아. 어제는 아빠 축구하러 가고. 그래서 아빠랑 놀 시간이 별로 없었다는 말이지”


듣고 보니 그렇네. 같이 있었던 거지, 함께 놀았던 건 아니니까. 소윤이는 나와의 시간을 고대하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노는 건 아빠랑 놀 때가 가장 완전한 욕구 해소가 되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오늘은 월요일이고 아내의 자유시간이 예정되어 있는 날이다. 아내의 자유는 곧 나의 수고(혹은 고난)를 뜻하고, 이럴 때는 소윤이와 충분히 놀아주기가 쉽지 않다. 최대한 빠르게 재우는 데 온 신경이 곤두서곤 한다. 그래도 나의 퇴근만을 기다리는 소윤이의 요구를 조금이나마 충족시켜 주기 위해, (상황을 봐서) 오늘도 저녁 먹고 애들과 함께 편의점에 다녀올까 싶었다. 물론 소윤이에게 미리 말해 주지는 않고, 마음으로 계획만 하고 있었다.


나의 의지와는 반대로 몸은 매우 피곤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래도 의지를 발휘하고 있었다. 웬만하면 생각대로 실천하려고 했는데, 퇴근해서 보니 나도 나지만 소윤이가 무척 졸려 보였다.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았다. 급히 계획을 수정해서(어차피 밖으로 공언하지 않은, 마음속의 계획이었지만) 신속히 재우기로 했다.


아내가 나가기 전에 시윤이를 언제, 얼마나 재웠는지 못 물어봤다. 시윤이의 겉모습으로는 얼마나 졸린 건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누워있다 보면 자겠지'라는 막연한 기대와 함께 얼른 들어가려고 했는데, 소윤이가 제동을 걸었다.


"아빠. 우리 딱 10분만 놀고 자자여"

"그럴까?"

"네. 딱 10분만여"

"그래. 그럼 저기 숫자가 6에 갈 때까지. 알았지?"

"네"


피곤함을 정량화할 수 있다면 아마 이때가 가장 최대치였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밖에 나가서 편의점에도 가려고 했는데 이까짓 거'라는 각오(?) 무려 10분이나 헌신했다. 10분은 굉장히 짧은 시간 같지만, 다행히 소윤이는 이 짧은 시간에도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아이다. 뭘 하든 소윤이가 원하고 바라는 대로(리액션의 톤이며 사용하는 단어 등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해주면 된다. 그림카드 맞추기 놀이, 숨바꼭질, 말타기 놀이를 했다. 말타기 놀이를 할 때는 정해진 코스를 한 바퀴 돌고 나서 소윤이를 소파에 던져줘야 하는데, 그때 꼭 "패대기!!"라고 외쳐야 한다. 혹여 그걸 외치지 않으면 다시 등에 올라타서 패대기라고 외치며 던지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10분이지만, 결코 녹록지 않다는 걸 얘기하고 싶다.


아빠와의 시간에 대한 갈망을 완전히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해소하고 난 뒤, 소윤이는 금방 잠들었다. 시윤이는 그냥 무난했다.(재우러 들어간 지 1시간 만에 나왔다. 1시간 정도는 무난하다고 느끼는 나 자신이 조금 슬프다) 나도 너무 졸려서, 몇 번이나 코를 골다가 화들짝 놀라 깨기를 반복했다. 무사히 견뎌내고 거실로의 탈출에 성공했다.


인체의 신비다. 창조의 신비고. 재울 때까지는 피곤함에 그토록 몸부림쳤으면서 왜 재우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지는지. 늦은 시간까지 쌩쌩하게 있다가 아내가 돌아온 것을 본 것은 물론이요, 돌아온 아내가 시윤이에게 끌려 들어가는 것까지 지켜봤다.


애들이 자면 없던 체력도 솟아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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