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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Feb 06. 2024

기다리고 고대하던 손님

23.08.11(금)

집에 손님이 왔다. 이사를 오기 전에 함께 처치홈스쿨을 했던 가정이 4박 5일 동안 우리 집에서 지내다 가기로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언제쯤 오는지 수도 없이 물었다. 얼마나 고대하던 만남인지 모른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좋은 곳, 재미있는 곳을 갈 때마다 00네가 오면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자고 하면서 설렘과 기대에 부풀었다.


00네는 점심시간 즈음 도착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누군가 집에 올 때마다 현관문에 ‘환영인사’를 붙이는데 오늘은 다소 급조한 티가 많이 났다.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있다가 오전에 급히 만들기는 했는데, 이전의 웰컴페이퍼들과 비교하면 다소 정성이 부족했다. 어쨌든 오랜만에 반갑게 다시 만났다. 아이들은 만나자마자 옹기종기 모여서 놀기 시작했다. 마치 어제도 만나서 그랬던 것처럼.


자녀만 일곱 명이었다. 집이 북적북적했다. 소윤이는 첫째 00이와 짝을 이뤘고, 시윤이는 둘째 ㅁㅁ이와 붙었다. 서로에게 깊은 욕구가 충족되는 만남이었다. 같은 또래 여자 친구와 사부작거리며 놀 기회가 없어서 부쩍 그런 걸 원하던 소윤이에게도, 자기와 수준이 딱 맞는 친구와 약간은 거칠게 놀고 싶었던 시윤이에게도. 점심은 집에서 먹고 저녁은 바깥에 나가서 먹었는데 서로 손을 꼭 붙잡고 다녔다. 시윤이와 ㅁㅁ이도 손을 놓지 않고 걸었다. 서윤이보다 한 살 많은 셋째 △△도 있었는데 대체로 형아들 사이에 끼고 싶어 했다.


지난 화요일에 목사님, 사모님과 갔던 식당에 또 갔다. 가게 안의 사람도 많았고, 우리도 인원이 많았다(어른까지 총 11명이라니). 기다리는 동안 아주 작은 바닷가로 가서 바다 구경도 하고 ‘다리 많이 찢기’ 게임도 하면서 놀았다. 난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꽤 기다린 뒤에 드디어 순서가 됐다. 11명이 한 번에 앉을 수 있는 자리는 없었고, 각 집의 첫째와 둘째를 한 식탁에 앉혔다. 어느 정도 자가 식사가 가능한 자녀들에게 따로 한 식탁을 내어준 거다. 자가 식사가 가능하다고는 해도 어느 정도는 작업을 해 줘야 하기 때문에 적잖이 분주했다. 피자가 나오면 피자를 잘라서 그릇에다 분배해 주고, 파스타가 나오면 파스타를 분배해 주고, 또 각자 취향에 맞는 음식을 여러 차례 추가로 분배해 주고. 물을 쏟으면 물을 닦아주고, 숟가락이나 포크를 떨어뜨리면 다시 새 것을 꺼내주고. 매우 정신없는 식사였지만 맛있었고, 반가움이 가득한 자리라 그저 즐거웠다.


밥을 먹고 나서는 바닷가 산책을 했다. 태풍이 지나가고 꽤 선선해졌지만 그래도 열심히 걸으니 땀이 흐르기는 했다. 그렇게 오래 걷지는 않았다. 물과 모래를 만난 아이들의 놀이 의지가 자꾸 커져서 몸에 묻는 모래의 양이 점점 많아졌다. 이미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밤바다의 느낌 정도만 느끼고 산책을 마쳤다.


자녀들은 샤워도 짝을 이뤄서 했다. 첫째들은 첫째끼리, 둘째들은 둘째끼리. 첫째들의 샤워는 매우 오래 걸렸다. 잠도 함께 잤다. 첫째들은 침대 2층에서, 둘째들은 침대 1층에서. 서윤이는 바닥에서. 그 집의 셋째는 이곳저곳 떠돌며 장난을 쳤다. 자녀들은 엄청 오랫동안 떠들었다. 거의 12시가 다 되도록 안 잤다.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는 수준이 아니라 시끌벅적하게 회포를 풀었다. 그들의 반가움도 충분히 이해가 돼서 딱히 제재를 하지 않았다. 자정이 다 되었을 때 쯤에 ‘이제 너무 늦었으니 자는 게 좋지 않을까?’ 정도의 고지만 했다.


그에 비해 어른들은 너무 피곤했다. 먼 거리를 운전해서 온 손님이나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며 평소보다 늦은 시간까지 육아의 일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주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할 얘기가 많았을 텐데, 아이들을 재우고 모든 일과를 마친 뒤에 서로 다시 만나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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