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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Feb 10. 2024

수족구에 천식에

23.08.18(금)

시윤이가 열이 났다. 38.5도를 시작으로 해열제를 먹으면 조금 내렸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조금 올랐다가를 반복했다. 높을 때는 39.5도까지 올랐다. 무엇보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해서 걱정이었다. 당연히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고 아내 옆에 딱 붙어 있었고. 예상했던 대로 질병의 기운이 우리 집을 덮치는 느낌이었다.


서윤이는 멀쩡했는데, 피부에 난 두드러기가 더 심해지고 범위도 넓어졌다. 발등에서 시작된 두드러기가 손과 발은 물론이고 다리, 몸통까지 몸 전체에 퍼지는 느낌이었다. 일단 피부과에 데리고 가 보기로 했다. 퇴근해서 소윤이와 서윤이만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몸이 안 좋은 시윤이는 아내와 함께 집에 남았다.


“혹시 소아과는 안 갔어요?”

“아, 네”

“열은 안 났고요?”

“아, 화요일에 잠깐 열이 나긴 했어요”

“수족구가 의심되거든요. 일단 바르는 약은 처방해 드릴 텐데 더 심해지거나 그러면 소아과에 한 번 가 보세요”

“아, 네”


그 생각은 전혀 못했다. 그저 피부질환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서윤이가 지난 며칠 간 갔던 곳을 떠올려 보면 수족구에 걸려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물놀이터, 해수욕장이 강력한 의심처였다. 아내에게 얘기했더니 아내도 놀랐다. 그럴 리가 없어서 놀란 게 아니라, 충분히 그럴 만하다는 생각에 놀랐다. 집으로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블루베리와 아오리 사과를 샀다. 아무것도 못 먹는 시윤이가 그게 먹고 싶다고 했다. 저녁으로 먹을 튀김덮밥과 돈까스도 찾아서 왔다.


“여보. 서윤이 수족구 맞는 거 같아. 내가 찾아봤는데 서윤이랑 완전 비슷하네”


아내는 그 사이 수족구에 걸린 아이들 사진을 찾아보고는 서윤이의 수족구 감염을 확신했다. 두드러기가 꽤 심했는데 상태는 멀쩡한 게 참 다행이었다. 화요일에 잠깐 열이 났던 게 정말 수족구의 시작이었던 건가. 시윤이는 여전히 머리가 아프다고 했고 헛구역질을 하며 위액을 토해내기도 했다. 아오리 사과와 블루베리는 하나도 먹지 못했다.


아내는 마음이 무거웠다. 내일 당장 남편과 아이들을 두고 1박 2일 동안 부모님 댁에 가기로 했는데 아들이 아프다 보니 당연히 그럴 만했다. 상태는 멀쩡하다고 해도 수족구 판정을 받은 막내와 세 자녀와 함께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남편을 생각하니 더더욱.


“괜찮아. 마음 편히 갔다 와”


결국 아내는 시윤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밤 늦은 시간이라 집에서 가까운 병원 중에 진료가 가능한 곳은 대학병원 응급실 정도였다. 진료가 목적은 아니었고 수액이라도 맞춰야겠다는 생각으로 갔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수액은 안 맞고 돌아왔다. 시윤이는 생뚱맞게 천식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돌아왔다. 응급실에 계시던 선생님이 소아전문의셨는데 이런저런 설명을 해 주시면서 그렇게 얘기했다고 했다. 아내가 전해주는 의사선생님의 설명을 나도 들었는데 타당한 진단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시윤이 뿐만아니라 온 가족이 비슷한 증상을 겪은 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 지 헷갈리기도 했다. 정말 천식인지 아니면 알 수 없는 바이러스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천식이라는 가능성을 진단 받으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시윤이가 괜히 더 안쓰럽기도 했고.


셋 중에 기관지가 가장 튼튼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니까 운동장도 그렇게 잘 뛴다고 생각했는데. 부모로서의 무지와 우둔함은 언제쯤 끝낼 수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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