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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Feb 28. 2024

맙소사, 드디어 새 차라니

23.08.24(목)

차를 새로 샀다. 툭하면 고장이 나는 수준을 넘어 나의 마음을 심란하게 했던 차를 팔았다. 서윤이가 태어난 날부터 3년 동안 나름대로 우리의 발이 되어 여러 추억을 만든 차였지만, 고장이 너무 잦았다. 커다란 고장이 잔고장처럼 수시로 났다. 얼마 전 배터리가 방전된 게 도화선이었다.


“여보. 우리 진짜 차 살까?”


파는 것도 사는 것도 일사천리였다. 좋은 값을 혹은 제대로 된 값을 받고 판 건지는 모르겠다. 관심도 없었다. 적당한 가격만 받으면 어떻게든 내 눈에서 사라지게 하고 싶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마지막 인사(?)를 할 시간도 없이 얼른 매입대금을 받고 키를 넘겨줬다. 아내는 무척 아쉬워했다. 아무래도 나보다는 아내가 더 많이 운전을 한 만큼 정도 많이 들었나 보다.


“여보. 난 전혀 그렇지 않아. 너무 후련해”


새 차를 받는 것도 일사천리였다. 처음에 얘기를 나눌 때만 해도 5주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2주 만에 받게 됐다. 그게 오늘이었다. 저녁 8시 쯤 도착한다고 했다. 퇴근했을 때 아내는 저녁을 만들고 있었다. 아내가 미리 공표한대로 떡만둣국이었다.


“아빠. 오늘 우리도 같이 차 볼 수 있어여?”

“어, 그래. 같이 보자”


저녁을 다 먹었을 때 쯤 탁송기사님에게 전화가 왔다. 한 시간 정도 후에 도착한다는 전화였다.


“아빠. 이제 올 때 되지 않았어여?”

“그러게”


기사님이 말했던 ‘한 시간 정도 후’가 아주 조금 지났을 뿐이었지만 ‘왜 안 오지?’라는 의문을 품고 목이 빠지도록 기다렸다. 마침내 기사님께 전화가 왔고 집 앞 큰 도로로 나갔다. 여러 대의 차가 실린 트럭이 모습을 드러냈고, 기사님이 우리 차를 도로로 내려주셨다. 우리는 비닐도 채 뜯지 않은 차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시내로 나가서 내 옷을 샀다.


“여보. 천사네? 차도 사 주고, 옷도 사주고, 노트북도 사 주고?”


나도 아내도, 아이들도 아직은 얼떨떨했다. 모두 똑같이 느끼는 감정이 있었다.


“여행 와서 렌트카 타는 거 같아”


우리 차가 아닌 느낌이었다. 영 어색하고 어수선하고. 소윤이는 우리 차인 건 알겠는데 꿈같다고 했다.


소윤아, 아빠도 마찬가지였어. 이제 이전 차는 잊어. 이게 우리의 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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