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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Feb 28. 2024

5인 가족에서, 6인 가족으로

23.08.25(금)

오전에 교회에서 일을 하다가 오후에는 바깥에서 일정이 있었다. 교회에서 일을 하는데 아내에게 메시지를 받았다. 이른 아침에 편의점에 다녀왔다고 했다. 임신테스트기를 사러 갔는데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 그냥 돌아왔다고 했다. 절대적인 가격이 비싼 건 아니었지만 인터넷에 비해 너무 비싸서 괜히 아까웠나 보다.


사실 지난 달에도 테스트기에 두 줄을 확인했었다. 흐릿하긴 했지만 두 줄이었고, 아내의 말로는 그럼 임신이 맞는 거라고 했다. 자녀들과 함께 기도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당황스럽고 얼떨떨했다. 태명을 뭘로 지을까 고민하다 최종 후보 몇 개를 정해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말을 하려던 어느 날(두 줄을 확인하고 며칠 안 지났을 때) 아내가 얘기했다.


“피가 비치네”


흔히들 ‘착상혈’이라고 부르는 것과는 느낌이 달랐나 보다. 물리적인 느낌이 아니라 심정적인 느낌이. 아내와 내가 직감한 대로 ‘화학적 유산’이었다. 막상 그렇게 되고 나니 뭔가 아쉬웠다. 덕분에 그 후로는 자녀들과 함께 더 마음을 내어 기도했다.


아내는 거의 한 달 만에 다시 뭔가를 느낀 거다. 어젯밤에 왠지 속도 안 좋았고, 굉장히 규칙적이었던 생리주기가 약간 늦어지기도 했고. 아내는 지난 달에 그런 일을 겪고 나서는


“나 이제 확인 안 해야지. 느낌이 와도 확인 안 할 거야”


라고 얘기를 했었다. 다짐(?)과는 다르게 기다리기 어려웠나 보다. 오후 일정을 나가는 길에 약국에 들러서 테스트기를 사 달라고 했다. 나의 퇴근시간까지 참기도 어려웠나 보다. 약국에 들러서 테스트기를 샀다. 아내는 건네 받자마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나와 소윤이, 시윤이, 서윤이는 아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난 화장실에서 나오는 아내의 표정을 보고 바로 알아차렸다. 아내 나름대로는 긴장감을 조성한다고 연기를 했지만 아내의 표정과 몸짓에서 이미 느껴졌다.


“짜잔”


선명한 두 줄이었다.


난 오후 일정 때문에 바로 나왔다. 내가 나가고 나서 아내와 아이들은 함께 기도를 했다고 했다.


확실히 지난 번보다는 얼떨떨함이 덜 했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지난 번처럼 잘못되면 어떻게 하지?’ 걱정도 되었지만, 그 걱정도 오히려 지난 번이 더 심했다. 혹시 모르니 주변 사람들에게도 웬만하면 말하지 말라고 했었다. 이번에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왠지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저녁에는 철야예배가 있었는데 아내와 아이들은 집에 있었다. 아이들의 수족구는 거의 다 나은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혹시나 전염을 우려할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르니 나 혼자 갔다. 반주를 마치고 기도를 하는데 확신과 평강의 마음을 받았다. 바로 태명 후보 몇 개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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