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9.06(수)
원래 내일이었던 피아노 수업이 오늘로 바뀌었다. 아내는 자기가 데려다 주고 오겠다고 했는데, 마침 나도 오전에는 외부 일정이 없어서 내가 데려다 주기로 했다. 오후 일정을 나가는 길에 집에 들러서 소윤이를 태우고 교회에 내려줬다. 시윤이는 누나만 교회에 가는 사실에 슬픔과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많이 괜찮아진 상태였다.
아내는 어제 처방받은 입덧약을 자기 전에 먹고 잤다. 울렁거림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강력한 부작용이라고 했던 ‘몽롱함’도 생각보다는 괜찮다고 했다. 평소에도 그 시간에는 졸리고 몽롱할 때가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아무튼 효과가 제법 있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대신 배가 아프다고 했다. 약 하고는 상관없는 증상이었고 어제 약 먹기 전부터 배가 살살 아프다고 했다. 입덧의 유일한 장정이 하나 있다. 병원에 가지 않고도
‘우리 윤이가 건강하게 잘 크고 있구나’
를 알 수 있는 거다. 기억이 난다. 이러다 입덧이 사라지면 ‘잘 있는 거 맞겠지?’라고 하며 걱정을 했던 게. 소윤이를 태우러 가면서 빵 가게에 들러서 아내가 그나마 잘 먹는 ‘새우빵’을 사서 주고 왔다.
소윤이는 피아노 수업을 마치고 교회 집사님이 데려다 주셨다고 했다. 피아노 수업을 해 주시는 집사님의 딸과 소윤이가 동갑인데 둘이 이번 주일에 특송을 할 거라고 했다. 그 얘기를 들은 시윤이가 또 한참 울었다고 했다. 자기만 빼고 하는 게 속상하다고 하면서. 내가 퇴근했을 때는 모든 게 수습되고 난 뒤였다.
아내는 한참 안 좋았던 지난주에 비하면 많이 좋기는 했지만, 그래도 입덧은 입덧이었다. 힘을 내서 뭔가를 할 수 있을 만한 에너지는 당연히 없었다. 그래도 아내는 조금씩 의지를 내서 집안일을 해 놓기도 했다. 나를 향한 배려이자 내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해서 아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이었다.
“여보. 몇 주나 이렇게 더 지내야 하지?”
“한 6주? 어제 6주라고 했으니까. 소윤이, 시윤이, 서윤이 다 12주 쯤까지 그랬으니까”
“여보. 괜찮지?”
“어, 괜찮아”
아내는 오늘도 입덧약을 먹고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