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9.11(월)
아침에 아이들을 못 보고 나왔다. 아내는 일어났는지,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는지 물어봤는데 아내가 사진으로 대답을 갈음했다. 세 녀석 모두 식탁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자기들끼리 아침 화려하게 준비함”
아침에도 쉬이 몸을 일으키지 못하는 엄마를 대신해 알아서 아침을 차렸다고 했다. 식빵을 구워서 잼도 바르고 계란프라이도 넣고. 시리얼도 먹고. 기특하면서도 안쓰럽기도 했다. 밝게 웃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낮에 아내가 여러 번 전화를 했다. 전화의 목적은 모두 동일했다.
“여보. 시윤이가 오늘 얼마나 동생한테 양보를 잘 하고 아무렇지 않게 넘겼는지 몰라요. 얼른 칭찬 좀 해 주세요”
주말 내내 시윤이에게 ‘동생하고 다투지 말고, 동생이 뭐라고 하든 그냥 그러려니 해라. 별로 중요한 일도 아닌 것에 목숨 걸지 말아라’ 고 얘기했는데 시윤이 나름대로 그걸 실천하려고 노력했다는 말이었다. 약간의 다툼을 일으키다가도 이내 자기 주장이나 고집을 꺾고 서윤이에게 양보하거나 ‘그래 너 해라’는 식으로 품었다는 거다. 아내가 몇 번이나 전화를 했다는 건, 여러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정말 순수하게 매번 칭찬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고, 한 편으로는 칭찬의 극대화를 통한 일상의 태도 개선을 꾀하는 전략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오늘은 시윤이도 제법 잘 지낸 듯 보였다.
아내는 오늘 조금 나아졌다. 오븐으로 감자도 구워줄 만큼 활동성(?)이 회복됐다. 물론 일시적인 현상이었지만. 통화에서 느껴지는 목소리에도 힘이 느껴졌다. 아이들도 그럭저럭 잘 지내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고. 다만 아쉽게도 퇴근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몸이 안 좋아지는 게 느껴지는 듯했다.
“오늘 그래도 컨디션 괜찮았는데 이제 점점 나빠지는 중. 아쉽당”
오랜만에 맞은 ‘괜찮은 날’이었는데 너무 빨리 저물고 있어서 아쉬운 듯했다. 퇴근했을 때는 거의 모든 ‘괜찮은 기운’을 소진하고 다시 철저한 입덧 임산부의 상태로 전환하기 직전이었다.
오늘은 나도 약을 좀 챙겨 먹었다. K 선생님이 주고 간 여러 약이 있는데 그 중 세 개를 먹었다.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다. 대충 오메가 쓰리, 밀크시슬, 비타민인 것 같기는 한데 일단 그냥 먹었다. 아내가 입덧약을 먹는 심정도 이것과 비슷한가.
엄청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안 먹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심정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