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나온다 또

19.03.03(주일)

by 어깨아빠

교회에서 온 가족이 함께 드리는 예배를 드리고, 소윤이 부서에서 특송도 한다고 했다. 원래 예배 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와서 애들이 연습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문자가 어제 왔다. 평소에는 10시 30분 예배를 드리지만 오늘은 12시 10분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당연히 소윤이랑 시윤이가 먼저 일어나 있었다. 소윤이는 7시 30분에, 시윤이는 아내와 내가 일어나기 조금 전에 일어났다고 했다. 소윤이의 증언에 따르면 놀다가 방에 들어와 봤는데, 시윤이가 누워서 손가락을 빨고 있었다고 했다. 물론 눈은 뜬 채로. 아마 일어난 건 더 빨리 일어났는데 손가락을 좀 즐기려고 안 나갔나 보다.


멀리 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오히려 좋게 작용을 한 건지. 집에서 갈 때는 그렇게도 늦더니 오늘은 제시간에 도착했다. 이래서 가까울수록 늦는 건가.


아내랑 소윤이를 먼저 내려주고 주차를 했는데, 소윤이가 울면서 갔다고 했다. 평소에는 새싹꿈나무 예배에 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고, 오늘은 새싹꿈나무 예배가 따로 없고 같이 드린다고 했더니 아쉬워했으면서. 연습을 마치고 본당으로 내려온 소윤이의 얼굴을 그야말로 무표정이었다. 긴장하는 건가. 지난 성탄절에 발표회 할 때도 그랬는데.


무대 위로 올라간 소윤이는 노래가 시작되고 거의 모든 아이들이 열심히 율동을 하는 동안 목석처럼 굳게 서 있었다. 그것도 한가운데서. 노래는 열심히 따라 불렀는데 율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저번 성탄절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었다. 내가 추측하기로는, 소윤이는 오늘 아침 처음 율동을 배웠으니 당연히 제대로 익히지 못했을 테고 어느 정도 능숙하게 하기 전까지는 뭐든 시도를 잘하지 않는 소윤이의 성격상 율동은 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특송을 마치고 우리 자리에 온 소윤이에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오. 소윤이 찬양 열심히 하던데? 아빠는 다 봤지. 열심히 하는 거. 하이파이브"


소윤이는 슬며시 미소를 띠며 손바닥을 부딪혔다. 시윤이는 엄청 졸렸는데 잠들지는 않고 징징거려서 결국 아내가 본당 뒤로 데리고 갔다. 아무리 온 세대가 함께 드리는 예배여도 그 정도로 난동을 피우면 앉아 있을 수가 없지.


바쁜 주일이었다. 늦은 예배를 드린 터라, 마치고 곧바로 나의 목장 모임 시간이었다. 잠깐 남는 시간에 식당에 가서 애들 밥을 먹였다. 시윤이가 난데없이 몸을 꼬며 행패를 부리길래 데리고 나갔다.


"강시윤"

"으아아아아아아"

"시윤아. 너 그렇게 짜증내면 밥 못 먹는 거야"

"으아아아아아아"

"엄마 나올 때까지 여기 있어야 돼"

"엄마아아아아아"

"엄마 보고 싶으면 울지 말고 얘기해"

"아아아아아아아"

"계속 울면 못 들어가는 거야. 엄마 보고 싶으면 울지 말고 얘기해"

"엄마"

"엄마 보고 싶어?"

"데"

"안 울 거야?"

"데"

"짜증 내지 마세요"

"데에"


시윤이는 약속을 잘 지켰다. 어느 정도는 얌전히 앉아서 잘 받아먹었다. 물론 결국 끝은 또 땡깡이었지만.


목장 모임 시간이 다 돼서 시윤이를 데리고 교회 카페가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아내가 소윤이랑 밥을 다 먹고 나면 주차장에 있는 차를 가지고 와서 나한테 전화를 하고, 난 시윤이를 데리고 내려가서 아내에게 인계하기로 했다.


목장 집사님 중 한 분이 콩가루가 뚝뚝 떨어지는 떡을 꺼내서 시윤이에게 주셨다. 조그맣게 떼어 주니까 잘 받아먹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난장판이 되는 테이블이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여보. 이제 내려와"


아내에게 시윤이를 넘겨주고 난 다시 목장 모임에 복귀했다. 목장 모임이 끝나면 축구를 해야 하고. 두 녀석 모두 왠지 차에서 잠들 것 같았다. 시윤이야 당연히 그렇지만 오늘은 소윤이도 너무 피곤해 보였다. 어제 12시 다 돼서 자고 오늘 8시도 안 돼서 일어났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잠에 있어서 소윤이에게 당연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면 안 된다. 여러 차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걸 봤다. 속단하지는 않았지만 부디 그러기를 바랐다. 그래야 아내도 잠시나마 쉴 틈이 생기니까. 시간도 쑥쑥 보내고.


[둘 다 잠]


아내에게 반가운 카톡이 왔다. 다행이기는 한데 과연 동시에 자고 있는 애들과 어딜 가서 무얼 할지 궁금했다. 목장 모임이 끝나고 물어보니 [큐커피]에 가서 커피 사서 차에서 머물렀단다. 소윤이가 한 시간도 안 자고 깨는 바람에 금방 종료되긴 했지만, 나름 꿀 같은 휴식이 아니었을까. 아닌가, 불안함에 떠는 시간이었나.


운동장까지 차를 얻어 타고 갈 집사님이 마땅치 않아서 택시를 탈까 어쩔까 고민하고 있는데, 아내가 태워다 주겠다고 했다.


"여기까지 온다고?"

"어"

"왜? 너무 멀지 않아?"

"그렇게 멀지는 않아. 물론 집으로 바로 가면 더 금방 가긴 하겠지만"

"나는 편하지. 나 때문에 일부러 그러는 거면 안 그래도 되고,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보내려고 그러는 거면 그렇게 하고"

"알았어. 그럼 소윤이한테 물어보자"


"소윤아. 우리 아빠 운동장까지 바래다 드리고 집에 갈까? 아니면 바로 집에 갈까?"

"아빠 운동장까지 바래다 드리자여"


아내가 애들과 함께 다시 교회로 왔다. 주일날 처자식 내팽개치고 축구하러 가는 주제에 극진한 의전까지 대접받다니. 황송하기 짝이 없다. 아내는 간 김에 잠깐 내려서 애들도 바람이나 좀 쐬도록 해야겠다고 했다. 아, 시윤이는 운동장에 도착할 때까지도 자고 있었다. 그러니까 거의 2시간을 카시트에서 자고 있었다. 아내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것은 마치 악마의 거래 같은 느낌이랄까. 밤의 안락함을 당겨 쓰는, 매우 위험한.


원래 아내는 애들이 협조적이기만 하면 조금 더 오래 머물다 갈 생각도 있었던 듯했다. 차에서 내리며 진흙 바닥을 밟는 바람에 신고 있던 신발이 다 망가지고, 생각보다 바람도 차고 그래서 금방 생각이 바뀌었다.


"소윤아. 이제 가자"

"아아아아. 아빠 공 차는 거 한번 보고 갈래여"


소윤이도 시윤이도 잠깐이었지만 재밌어했다. 날이 조금 더 따뜻해지면 소윤이는 같이 데리고 나와도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매번 그러겠다는 건 아니다. 어쩌다 한 번씩. 아무리 잘 있어도 놀 때는 혹이니까.


축구를 끝내고 집 앞에서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 괜찮아?"

"어. 괜찮아. 얘네 둘 다 목욕시켰어"

"오. 진짜? 대단하다"

"여보는 어디야?"

"나 이제 집 앞"

"알았어. 여보도 얼른 와서 밥 먹어"

"오케이"


소윤이랑 시윤이는 모든 준비를 다 마친 상태였다. 목욕도 하고, 밥도 먹고. 아내가 차려 놓은 저녁밥을 맛있게 먹고 나서 잠깐 애들이랑 놀았다. 세 시간 동안 축구하고 온 몸이라, 내 몸이 내 몸이 아니었지만 자기 전 몸놀이는 마치 의무할당과 같았다. 주여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내가 애들을 데리고 들어갔고, 그 사이 난 샤워를 했다. 아내를 기다리고 있는데 시윤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조금 있다 아내가 나왔다. 시윤이도 따라 나왔다. 하아. 또. 이 악마 같은 녀석이 또.


배시시 웃으면서 나한테 안겼다. 아내가 일부러 모진 척을 해도 웃음으로 일관했다. 상황 대처 능력이 누나보다는 훨씬 뛰어나다. 어쩔 수 없이 또 놀게 놔뒀다. 온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신나게 놀았다. 징징거리는 것도 한번 없이. 낮에도 이렇게만 놀아봐라. 얼마나 좋냐.


"여보. 얘 언제 재우냐"

"그러게. 저번에도 이렇게 들어가서 안 잤잖아"

"그러니까"


웃어주는 게 문제인가 보다. 잠들지 않고 나왔을 때 빽 소리를 지르면서 다시는 문 열고 나오지 못하도록 무섭게 해줘야 하는데, 시윤이가 웃는 순간 무장해제되니까 그럴 수가 없다. 시윤이도 이 시간을 누리고 싶어서 나오나. 아무리 그래도, 계속 이렇게 될까 봐 자꾸 겁이 난다. 밤 7시 이후의 시간은 우리(아내와 나)의 시간으로 확보된 것이 우리의 가장 크고 유일한 위안거리였는데, 그걸 빼앗길까 봐.


11시쯤 돼서 다시 아내가 데리고 들어갔다. 아내는 아까와는 다르게 옷도 갈아입고, 화장도 지웠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거라는 걸 직감한 듯했다. 역시나. 시윤이는 들어가서도 바로 잠잠해지지 않고 빨빨거리며 돌아다녔다. 아내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 옆의 숫자 1도 더 이상 사라지지 않았다. 간절한 나의 부탁과 바람 따위는 먹히지 않나 보다.


한 집에 사는 아내를 만나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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