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일 없는 월요일

19.03.11(월)

by 어깨아빠

알람 맞추고 자는 걸 깜빡했지만 제시간에 눈이 떠졌다. 조용하길래 다 자는 줄 알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는데, 시윤이가 아내 옆에 앉아 손가락을 빨고 있었다. 보통은 내가 일어난 걸 알면 나한테 와서 안기는데, 오늘은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마저(?) 손가락을 빨았다. 심증일 뿐이지만, 가끔 손가락 빨려고 안 깨우는 것 같기도 하다. 곧바로 소윤이도 깼다.


아내는 아직 자고 있었고 소윤이랑 시윤이가 나를 배웅했다. 차례대로 안고, 뽀뽀하고.


"아빠. 빼(빠이)"

"아빠. 잘 갔다 와여"


다 컸네. 둘이. 엄마 없이 아빠 배웅도 해주고. 든든하다.


조금 더 자라고 아내를 안 깨우긴 했지만, 아마 내가 나가고 나면 10분도 안 돼 애들한테 시달리며 깰 것 같긴 했다.(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아내 친구들이 소윤이 생일 선물로 블럭을 사줬는데, 이게 아이들의 큰 관심거리가 되어 좋기도 하지만 이것 때문에 자주 싸우기도 했단다.


아내의 목소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고단함이 더 많이 묻어나고 있었다. 퇴근하기 전에 통화했을 때는 말은 괜찮다고 했지만, 느낌은 안 괜찮음 그 자체였다. 다른 날에 비하면, 월요일은 아내가 좀 힘들어 보여도 뭔가 부담이 덜하다. 내가 집에 가면 아내는 나갈 수 있으니까.


특별히 누구 만나는 게 아니면 거의 매주 카페에 가는데, '지겹지도 않나'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일주일 중 유일하게 하루 온전히 홀로 있는 시간이 그 자체로 귀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오늘은 별 일 없어?"

"별 일 없지"


아내에게 뭔가 특별한 일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매번 물어보지만, 항상 비슷한 답이 돌아온다. 어쩌다 한 번이면 모를까 매주 가지는 시간이다 보니, 혼자 엄청 거창한 무언가를 하기도 그렇고, 그 시간에 마땅히 할 것도, 갈 곳도 없고.


아내는 애들 저녁 먹고 막 씻으려고 할 때쯤 나갔다. 오늘은 소윤이랑 시윤이가 유난히 아무렇지 않게 인사했다. 문 앞까지 나가지도 않고, 매달리지도 않고.


어제, 그제 아빠하고'만' 보낸 시간이 부족했던 만큼, 특별히 20분이나(?) 노는 시간을 허락해줬다. 찬양도 하고, 퍼즐도 하고, 숨바꼭질도 하고. 20분에 어떻게 이런 걸 다 하나 싶지만, 흐르는 시간에 알차게 놀기 위해 소윤이가 매우 긴박하게 움직인다.


"아빠. 아빠. 이제 다음에는 뭐하지여?"


소윤이랑 시윤이 모두 금방 잠들었다. 이렇게 고마울 때가 다 있나.


아내가 유산으로 남기고 간(아내가 설거지도 하고 가려고 하는 걸, 그냥 두고 가라고 했다) 설거지를 하고, 집은 그냥 뒀다. 엄청 더럽지도, 그렇다고 깨끗하지도 않은 막 더러워지려고 하는 단계랄까. 이럴 때 치워야 되는데, 일단 뒀다.


조금 전에도 소윤이가 깨서 잠시 방에 들어갔다 나왔다.


언제, 누가, 또 깰지 모른다. 일단 내 할 일부터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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