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같은 화요일

19.04.02(화)

by 어깨아빠

소윤이가 엄청 일찍 일어났다. 7시도 되기 전에. 그때부터 실랑이가 계속 됐다. 소윤이는 일어나라, 나는 더 자라. 실랑이는 아름다운 표현이고, 실상은 나는 짜증, 소윤이는 울음. 한동안 늦게 일어나더니만 다시 이른 기상 사이클로 접어들었나 보다. 아내랑 시윤이는 내가 나갈 때까지 자고 있었다. 소윤이와 인사를 나누며 출근했다.


"여보. 잘 갔어?"

"어. 소윤이 좀 많이 안아주고 그래"

"왜?"

"그냥. 아침부터 너무 혼낸 것 같아서"


잠시 후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아빠한테 많이 혼났냐고 물어보니까 아니래]


이런 하찮은 일로 아빠의 사랑을 의심하는 단계는 지났나 보다. 다행이다.


한 2주 전인가, 친구가 소윤이랑 시윤이 갖다 주라면서 도로 무늬가 그려진 비닐 매트(?)와 뽀로로 챕스틱 두 개를 줬었다. 비닐 매트와 함께 자잘한 부속품(장난감 차, 표지판 등)도 들어 있었다. 본능적으로 '이걸 꺼내 놓으면 집 안의 어수선함이 증폭될 것'이라는 걸 직감하고, 트렁크에 처박아 뒀었다. 그러다 어제 그걸 꺼내 놨다. 아침에 그걸 발견한 소윤이는 엄마에게 사정해야 겨우 한 번 바를 수 있는 챕스틱이 아닌, '자기 마음대로' 바를 수 있는 챕스틱에 신이 났다. 우리 소윤이의 특징인 '끝장 보기'가 또 발현되었는지, 아내가 카톡을 보냈다.


[얘가 또 적당히를 모르고 계속 바르려고 하네]


그와 함께 유아용 챕스틱의 유해성에 관한 기사도 함께 보냈다. 밤에 잘 때 스리슬쩍 없애기로 했다. 이런 일이 종종 있다. 아직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이들로부터 들어오는 감사하지만 전달할 수 없는 선물들.


제주도 여행하면서 뭔가 먹을 때, 특히 소윤이랑 시윤이가 간식을 먹을 때 소윤이의 욕심이 그대로 드러났었다. 서로 분량을 정해 나눠주는 건 좀 나은데, 함께 놓고 같이 먹어야 할 때, 소윤이에게 양보와 배려는 전혀 없었다. 어떻게든 빨리, 한 개라도 더 먹기 위해 속도를 높이는데 집중할 뿐이었다. 그런 태도에 관해서 많이 이야기(라고 쓰고 잔소리라고 읽고, 훈육이라고 포장해 본다)를 했다. 오늘도 출근하며 한번 더 당부했다.


"소윤아. 오늘도 욕심 내지 말고, 많이 양보하고 나눠주고 그래. 알았지?"


퇴근했더니 자기가 얼마나 양보와 배려를 잘 실천했는지 자랑을 늘어놓았다. 계속 생각은 했나 보다. 보람이 있군.


소윤이는 저녁 먹고 편지를 써야 했다. 내일 홈스쿨 모임에서 4월에 생일인 친구, 동생들 생일감사예배를 드리는데, 나머지 아이들은 편지를 쓰기로 했다. 총 세 명에게 써야 했다. 아내가 써 준걸 그대로 보고 옮겨 적으면 됐는데, 이제 막 자음을 배운 소윤이에게는 그저 옮겨적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세 번째 편지를 쓸 때쯤에는 마음의 소리가 튀어나왔다.


"하아. 힘들다. 그만 쓰고 싶다"


삐뚤빼뚤하고 그림에 가까운 상형문자 같은 글씨도 많았다. 이제 웬만한 말과 행동을 꽤 완벽하게 구사하는 소윤이에게 이런 빈틈을 발견할 때마다 반갑다.


시윤이는 점점 구사하는 단어가 늘고 있다. 발음도 보다 정확해지고. 대부분 두 음절로 말하던 단어도 이제 세 음절로 말한다. "아빠가" "엄마가" "물도요(물줘요)" "안보고(안보고싶었어요)" 아무튼 시윤이도 하루하루 발전하고 있다.


"오. 소윤아. 그래도 끝까지 끈기 있게 다 썼네. 대단하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그림이나 마찬가지인 글씨를 따라 적는다고 고생한 소윤이를 한껏 칭찬했다.


애들 재우고 운동 갔다 와서는 감자볶음을 만들었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처치홈스쿨을 시작하는데(그동안에도 하고 있었지만, 두 가정 뿐이었고 장소도 집이었다. 내일부터는 가정도 늘어나고 장소도 교회로 바뀌고, 여러가지 규칙도 만들고, 좀 더 모양을 갖춰서 시작한다) 아내가 만들어 가야하는 반찬이 감자볶음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가서 오후에나 끝나는 일정인데다가, 첫 날이니 체력 소모가 많을 것 같았다. 아내의 이른 취침 및 휴식을 위해 감자볶음 만들기, 후식으로 먹을 딸기 준비하기, 각종 준비물 챙기기를 자처했다. 다른 집 아이들은 물론이고 엄마들도 같이 먹을 거라 망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감자볶음은 맛있게 잘 됐다. 일찍 자라고 이것저것 한 건데, 정작 아내는 그렇게 일찍 자지도 않았다. 뭐, 그래도 수고를 덜었다는데 의의를 두겠다.


그러고 보니 여행 다녀와서 첫 날이었는데, 큰 후유증 없이 잘 지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