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하는 주제에 기사까지

19.04.03(수)

by 어깨아빠

처치홈스쿨을 끝내고 [윌]에 들른 아내가 전화를 했다.


"여보. 모시러 갈까?"

"엥? 괜찮아"

"왜, 그래도 데리러 가면 편하잖아"

"그렇긴 하지. 여보가 괜찮으면 그렇게 해"

"어차피 지금 집에 가 봐야 뭐 더 편할 것 같지도 않고"

"그건 그렇지"


아내는 또 사무실에 날 데리러 왔다. 처음 차를 두고 다닐 때만 해도, 어차피 아내가 차도 써야 하고 그 김에 기름값도 아낄 수 있으니까 좋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대중교통비만 더 쓰는 꼴이 되었다. 그래도 아내가 데리러 온다고 하면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긴 한다.


"여보. 엄청 고생했어"

"왜? 뭐가?"

"소윤이. 겨우 깨워서 왔어"


소윤이의 얼굴에 피곤함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오늘도 나랑 함께 일어났으니 그럴 만도 하지.


나와 함께 일하는 형의 아내(아내의 아주 친한 언니)가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아내가 파주에 온 걸 알고 같이 저녁이라도 먹자는 내용이었다. 내 회사의 사장인 형(그 언니의 오빠)네 집에 모였다. 짜장면, 짬뽕, 탕수육을 시켜 먹었다. 소윤이는 졸려서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졸려도 너무 졸린지 먹는 건 물론이고, 노는 것도 잘 못 놀았다. 시윤이도 덩달아서 졸린 척을 했다. 시윤이는 연기하는 게 분명했다. 오후 2시가 넘어서 1시간을 넘게 잤는데 졸릴 리가 없었다.


"여보. 속지 마. 절대 일찍 잘 리가 없어. 오늘 같은 날은 그냥 애초에 포기해"


난 축구하러 가야 하니 재우는 건 아내의 몫이었다. 괜히 희망을 품고 일찌감치 재우려다가 정신교육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나의 바람이 담긴 조언이었다.


축구 때문에 밥만 먹고 금방 일어났다. 정식으로 시작한 처치홈스쿨의 여파인지 아내는 무척 고되 보였다. 역시나 소윤이만 차에서 잠들었다. 시윤이는 아까는 연기였다는 걸 증명하듯, 점점 쌩쌩해졌다.


집에 들러서 옷을 갈아 입고 다시 나가려는데 아내와 시윤이가 현관 앞에 주저앉아 날 배웅했다. 아내의 눈망울이 어미를 여읜 아기 사슴의 그것처럼 슬퍼 보였다.


'여보, 미안하지만 고생해. 내 몸이 축구를 원한다. 강력하게'


나도 눈빛으로 전했다. 아내가 어떻게 읽었을는지는 모르지만.


축구가 끝나고 아내와 통화를 했다.


"여보. 시윤이는? 괜찮았어?"

"생각보다는 괜찮았어. 한 9시 30분 넘어서 들어갔어"

"들어가서는 금방 잤어?"

"어. 들어가서는 그렇게 오래 안 걸렸어. 한 시간 정도?"

"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웃어?"

"그냥. 여보가 이제 이 정도 상황은 괜찮다고 말하는 게 웃기네"


아내는 많은 걸 내려놓고 포기했나 보다. 난 아직 아닌데. 역시, 아내가 더 고수다.


"뭐 먹고 싶은 건 없어?"

"음, 그냥 뭔가 상큼한 거?"


누가 장모님 딸 아니랄까 봐, 맨날 상큼한 거 타령은. 탄산수와 스크류바를 사다 줬다. 아내는 스크류바에 매우 만족했다.


오늘은 소윤이가 깼다. 제주도에서 찬 바람을 너무 많이 쑀는지 콧물이 가득이고 기침을 엄청 많이 했다.


아내가 들어가고 나서 보니 집이 난장판이었다. 하지만 치울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아마 이번 주는 계속 이러지 않을까 싶다. 이게 여독인가. (여독은 핑계고, 축독[축구독]인가)


여보, 미안. 다음 주부터는 성실히 치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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