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은 아침형, 부모는 올빼미형

19.04.05(금)

by 어깨아빠

내가 일찍 일어나는 날은 애들도 여지없이 일찍 일어난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일찍 일어나는 날에는 아내도 함께 일찍 일어나니 애들도 일찍 깬다. 그렇다고 아내도 더 잘 수는 없다. 일어나서 처치홈스쿨 갈 준비를 해야 하니까. 덕분에 온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상큼하게 출근, 했으나 버스와 지하철에 타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다.


처치홈스쿨 끝날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아내와 연락이 됐다.


"여보. 어디야?"

"이제 집에 왔어"

"이제 끝났어?"

"아니, 끝나고 남옥 언니랑 잠깐 카페 갔다 왔어"

"그랬구나. 애들은 괜찮았어?"

"어. 뭐 괜찮았지"

"여보도?"

"응. 나도 괜찮아"

"시윤이는 언제 잤어?"

"끝나고 잤지"

"몇 시?"

"한 두 시쯤"

"헐"


어디냐는 질문에 집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을 때, 아주 찰나였지만 난 느꼈다. 내 마음을 스쳐가는 아쉬움을.


'아, 집이구나. 오늘은 버스 타고 가야 하는구나'


시윤이가 낮잠을 늦게 잤으니 아내가 밤에 고생하겠다는 생각은, 그 뒤였다.


아내는 집에 돌아와서 애들 목욕을 시켰다. 가장 큰 목적은 아이들의 청결을 위해서겠지만, 아마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시윤이의 몸을 노곤하고 피곤하게 만들려는 의도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제주도에서는 온 가족이 들어가고도 남는 커다란 탕에서 목욕을 하다가, 집에 돌아오니 소윤이는 물론이고 이제 시윤이도 겨우 몸을 구겨 넣어야 하는 작디작은 욕조에 들어가야 하는 신세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이 신나게 물놀이를 했다. 주어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녀석들이군.


집에 도착했을 때가 거의 7시였다. 교회에 가려면 7시 30분에는 집에서 나와야 했고. 소윤이랑 시윤이는 그 30분 동안 나를 알차게 쪽쪽 빨아먹었다. 피곤하고 지쳤을 때, 말타기 놀이는 정말 공포 그 자체다.


"여보. 갔다 올게"

"잘 갔다 와"


떠나는 이나 남는 이나, 지치고 피곤한 기색을 잔뜩 머금고 인사를 나눴다.


시윤이는 9시가 넘어서 재웠다는 연락을 받았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빠른 마무리였다. 물론 재우고 나와서도 소파에 앉아 꽤 오랫동안 졸았다고 했다. 아내는 두통을 호소했다. 두통은 아내의 만성 지병이다. 얼른 약 먹고 자래도 안 자고 빈둥거렸다. 애들 재우고 나와서는 드라마 한 편 보고, 내가 집에 돌아온 뒤에는 각종 웹툰과 인터넷 기사를 섭렵했다. 그러더니 12시가 넘어서부터 갑자기 집을 치우고 빨래를 갰다.


잔소리(라고 쓰지만, 당연한 조언이라고 말하고 싶다)가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꾹 참았다. 늘 비슷한 전개라는 걸 이제 아니까. 대신 아내에게 중간중간 시간만 고지했다.


"여보. 벌써 12시 30분이야"

"여보. 1시야"


아내는 이제 잘 거라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거의 모든 일을 다 끝내고 내 방에 왔길래


"머리도 아프다면서 얼른 자라니까"

"빨래 개고 집 치우느라 그랬지"


아무 말 없이 아내를 쳐다봤더니


"왜, 또 여태 뭐하다가 이제와서 하냐고 그러려고?"


라고 자기가 스스로 대답했다.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여보, 몸이 안 좋을 땐 제발 좀 일찍 일찍 자. '나만의 시간'은 조금 줄여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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