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9.16(주일)
원래 주일 예배 때 드럼을 치시던 집사님이 단기선교를 떠나셨고 이번 주, 다음 주 10시 30분 예배 드럼 반주를를 내가 하기로 했다. 우리는 신림동에서 잤다. 다시 말해 아침에 몇 배는 더 부지런을 떨어야 했다. 아무리 늦어도 9시에는 나가야 10시 정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보다 더 바쁜 건 엄마다. 손주들 밥 차려 먹이랴 아들, 며느리 밥 차려 먹이랴 가장 부산스럽다. 이건 처갓댁에 가도 마찬가지다. 조금 차이가 있다면 우리 아빠는 주방 쪽 집안일은 거의 손을 안대지만 장인어른은 굉장히 능숙하다는 정도. 아침 메뉴는 떡국이었다. 애들은 물론 아내랑 나까지 두둑이 챙겨 먹고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교회에 가는 동안 아내랑 시윤이는 자고 소윤이랑 둘이 얘기하면서 갔다. 한참을 주거니 받거니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이어갔는데 갑자기 소윤이가 소리를 빽 질렀다.
"아빠!! 내가 얘기하고 있잖아!!"
어이가 없었다. 기분도 상하고 괘씸하기도 하고. 혼냈다. 어디 어른한테 버릇없이 그렇게 얘기하냐고.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듯하면서도 자꾸 자기 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하길래 또 혼냈다.
"아빠 미워, 이제 아빠랑 안 놀아, 얘기 안 해"
"그래 하지 마라"
"아빠는 이제 혼자 놀아. 엄마랑 놀고 아빠랑은 안 놀 거야"
한참 동안 날 그렇게 협박하더니
"아빠"
"......"
"아빠아"
"......"
"아빠아아아아"
"너 아빠랑 얘기 안 한다며"
"이제 할 거야"
아으. 시윤이가 아들인 건 정말 다행인 듯하다. 딸만 셋이었으면 너무 피곤했을 것 같다. 연습 시간에 맞추느라 예배 시작 30분 전에 도착했는데 역시 일찍 와서 여유롭게 마음을 정비하니 훨씬 좋긴 했다. 물론 아내는 아니었을 거다. 내가 드럼 치는 동안 홀로 두 아이를 봐야 했으니까. 나는 강대상 위에 아내는 예배당 가장 뒤편에,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잘 보였다. 아기띠에 안긴 시윤이가 답답하다며 이리저리 몸을 꼬는 것도, 결국 버티지 못하고 아내가 본당 밖으로 나간 것도. 소윤이는 안 보였다. 같이 따라 나갔는지 아니면 혼자 있던 자리에 있는 건지. 반주를 마치고 아내가 있던 자리로 가보니 소윤이가 혼자 있었다. 지난번 새벽기도 때처럼 울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혼자 종이 가지고 놀면서 잘 있었다. 아내는 시윤이를 예배 내내 안고 있었다. 요즘 또 어깨가 아프다던데 가만 보면 아플 수밖에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자기 누나에 비해 조금 가볍다 뿐이지 이제 시윤이도 10kg이고 힘은 누나보다 더 세다. 거기에 끈적끈적한 엄마 껌딱지 시기를 보내고 있으니 몸이 안 상하면 그게 이상한 거다. 밥 먹을 때도 몇 숟가락 먹더니 내려 달라고 난리 치며 울었다. 내가 먼저 시윤이를 데리고 식당 밖, 로비로 나갔다. 거기 내려놨더니 이제 좀 살겠다는 표정을 하고는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2주 연속 축구하러 갔으니 양심적으로다가 오늘은 집에 있는 게 맞았다. 나도 당연히 그리 생각했다. 매주 밴드에 들어가 참석/불참석 여부를 표시해야 하는데 엄지 손가락이 '불참을 터치하라'는 뇌의 명령을 거부했다. '미정'에 터치를 했다. 이런 하극상을 봤나. 버릇없는 엄지 손가락 같으니라고. 아내가 어제
"내일도 축구해?"
라고 물어보길래
"하긴 하지, 난 안가"
라고 대답했다.
"왜?"
"에이, 2주나 연속으로 갔잖아"
"그래도 날씨 좋을 때 가라니까"
"아니야, 안 가도 돼"
오늘 식당에서 아내가 또 얘기했다.
"갔다 오라니까"
"괜찮아, 여보 힘들잖아"
"나도 괜찮아"
"아니야. 이번 주에는 쉬지 뭐. 그런데 다음 주에는 연휴라 이번 주에 못 가면 2주를 쉬기는 해. 아 그냥 그렇다는 거야"
"뭐래. 갔다 와"
그렇게 오늘도 축구의 시간을 허락받았다. 오예. 언행불일치의 실사판이구만.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맞은편 아파트 단지 앞에 자전거 수리하는 아저씨가 오신 걸 봤다. 세계여행을 떠난 형님(아내 오빠)네 부부가 타던 자전거를 가져오려고 생각만 하고 미루고 있었다. 아저씨 오신 김에 고칠 데는 좀 고치고 기름칠할 곳은 해달라고 하려고 당장 가지러 갔다. 아내랑 애들은 집에 데려다 놓고 아내가 애들 재울 동안 형님네 집에 가서 자전거를 차에 실었다. 한 20분, 조금씩 손봐주셨다. 아내는 애들 재우면서 같이 잠들었는지 거실에 없었다. 잠시 후 아내가 나왔다.
"여보, 난 진짜 안 가도 되는데"
"괜찮다니까, 갔다 오라고"
"그래 알았어, 그렇게 원한다면"
미안하니까 헛소리다.
애들은 아직 다 자고 있을 때 집을 빠져나왔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기는 했지만 전혀 방해될 정도는 아니었고 다음 주에 못한다고 생각하니 꼭 나가고 싶었다. 원 없이 차고 왔다.
"힘들지 않았어?"
"괜찮았는데, 시윤이가 너무 울어"
내가 갔을 때도 시윤이는 여전히 엄마를 쫓아다니며 울고 있었다. 유독 심해졌다.
"여보, 오늘 저녁은 밖에서 먹자"
"그래"
집 앞의 분식집 같은 데 가서 간단히 먹고 올 생각이었다. 냉면, 라면, 김밥, 주먹밥(x2). 시켜놓고 보니 간단하지 않았다. 아빠 옆에서 먹겠다는 소윤이 옆에 내가 앉았고 아내는 시윤이 옆에 앉았다. 음식을 시키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시윤이는 견디지 못하고 몸부림을 쳤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아내가 유모차에 태워서 밖으로 나가 돌고 있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아내와 시윤이도 돌아왔다. 아내가 라면을 시켰는데 한 젓가락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시윤이 먹이기에 바빴다. 아내는 아직 먹으면서 먹이기 기술을 습득하지 못했다.
"소윤아, 엄마가 밥을 하나도 못 먹어서 아빠가 시윤이를 먹여야 할 것 같은데 자리 바꾸면 안 될까?"
"싫어"
"알았어, 엄마는 밥 하나도 못 먹고 가겠다. 배고파서 쓰러지면 어떻게 하나"
"아빠, 엄마랑 바꿔여"
"그래. 고마워"
아내와 자리를 바꿔 앉았다. 시윤이가 처음 몇 숟가락은 받아먹더니 금방 짜증내며 울었다.
"여보, 그냥 내가 먹일 게"
다시 아내가 시윤이 옆으로. 잠잠해졌다. 이런 고약한 녀석. 가장 먼저 식사를 마친 시윤이는 역시나 기다려 주지 않고 난동을 부리려고 했다. 내가 먼저 시윤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서 유모차를 태우고 걸었다. 그랬더니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고 애교 부리고. 다 같이 동네 좀 걷다가 잠시 마트도 들르고 소윤이 츄파춥스도 하나 사주고 집에 돌아왔다. 소윤이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우리 모두. 자기 전까지는.
시윤이는 금방 잠들었다. 소윤이는 내가 책 한 권 읽어주고 나서 아내랑 같이 침대에 누웠다. 나는 거실로 나오고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 아내가 심히 열 받고 짜증 난 얼굴로 나왔다.
"왜?"
"안 자. 소윤이가"
그러고는 화장실에 갔다. 소윤이는 잠잠했다.
"소윤이는 왜 조용하지?"
"몰라. 화장실 간다고 하고 나왔어. 아 나 이러면 또 잠든단 말이야"
"나랑 자라고 해 봐"
아내는 다시 방에 들어갔고 또 조금 있다가 소윤이가 나왔다.
"왜 나왔어?"
"아빠 쉬 마려워여"
화장실에서 오줌 싸는 소윤이에게 잘 타일러 봤다.
"소윤아. 자꾸 이렇게 잘 때 엄마 힘들게 하면 어떻게 해. 자러 들어갔으면 자야지"
"눈을 감았는데도 잠이 안 와"
"그래도 자려고 노력해야지. 아니면 아빠랑 자든가"
"싫어 엄마랑 잘 거야"
그렇게 다시 들어간 소윤이는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베란다 커튼을 살짝 젖히고 보니 잠들어 있었고 아내도 함께 잠들어 있었다. 아내를 흔들어 깨웠다.
"여보, 계속 잘 거야?"
"아니. 나가야지"
나는 다시 거실 소파에 앉았다. 아내는 나오지 않았다. 잠에서 깨지 못한 듯했다. 더 깨울까 하다가 그냥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