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Free Day

19.04.28(주일)

by 어깨아빠

모두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늦게 일어났다. 덕분에 시윤이 생일을 기념해 끓인 미역국은 빠른 아침 해결을 위한 수단이 되었다. 미역국에 말아서 후루룩 먹였다.


"소윤아, 얼른 와"

"시윤아, 얼른 나가"

"소윤아, 얼른 가"

"시윤아, 얼른"

"강소윤, 얼른"


주일 아침에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얼른'이다. 따지고 보면 소윤이와 시윤이는 아무 잘못이 없다. 적어도 오늘 같은 날은. 그냥 아내랑 내가 늦장 피워서 그런 건데, 아이들도 책임을 분담하고 있다. 그 와중에 제대로 협조라도 안 하면 불호령까지 맞고. 미안하다, 딸아. 아들아.(오늘은 불호령 없었음)


오늘도 여느 주일과 마찬가지로 아내와 소윤이부터 내려줬다. 교회 바로 옆 공영주차장에는 자리가 없어서 근처 초등학교 주차장에 차를 댄 뒤 시윤이를 안고 걸어갔다.


"시윤아, 뽀뽀"

"뽀뽀? (입술 쭉)"

"시윤아, 하아 도 해 줘"

"하아"


특유의 숨 냄새를 맡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 소윤이 어릴 때는 시큼한 요거트 냄새가 났다. 소윤이 때도 하루에 두세 번은 입에 코를 대고 킁킁거렸는데, 시윤이도 마찬가지다. 시윤이는 시큼한 냄새는 없고, 그냥 구수한 침 냄새가 난다. 이제 소윤이는 이런 행위(?)가 어렵다. 어른의 입냄새 비스무리한 것이 폴폴 풍기기 때문에. 시윤이도 막 일어난 아침에는 마찬가지다. 곧 시윤이도 누나처럼 될 거니까, 지금 많이 누려야 한다. 킁킁.


이제 시윤이의 생체 시계는 주일 예배 시간에 잠을 청하는 것으로 맞춰졌나 보다. 다만, 아직 과도기다. 눈을 비비며 아내와 나의 품을 오갔지만, 오늘은 결국 잠들지는 않았다. 졸리다고 극도의 짜증을 내지는 않았지만, 아내를 많이 찾긴 했다. 예배를 마치고 시윤이를 아내에게 맡기고, 내가 소윤이를 만나러 갔다.


소윤이는 초코우유를 쪽쪽 빨며 나왔다.


"소윤아, 오늘 간식 초코우유였어?"

"네에"


소윤이는 세상 둘도 없는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혹여 아빠가 밥 먹고 먹으라고 할까 봐 걱정이 됐는지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동안 빨대를 입에서 떼지 않고 쭉쭉 들이켰다.


"소윤아, 차라리 다 마시고 들어가자. 시윤이가 보면 또 난리 나겠다"

"알았어여, 아빠"


초코우유 하나를 싹싹 비우고 밥을 먹으러 갔다. 두둥. 미역국이었다. 시윤아, 우리 교회에서도 너의 생일을 축하하나 봐.


"소윤아, 아침에도 미역국인데 점심에도 미역국이네"


아침이 많이 늦기도 한 데다가 메뉴도 같으니, 나라도 밥맛이 달아날 것 같았다. 그래도 소윤이는 끝까지 앉아서 잘 먹었다. 소윤이와 시윤이의 차이랄까. 시윤이는 안 먹겠다면서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내려가더니, 막판에 다시 와서 먹겠다고 했다. 소윤이도 시윤이도 어느 정도 배는 채웠다.


"소윤아, 시윤아. 이제 아빠는 가야 돼. 오늘도 엄마 말 잘 듣고 이따 보자?"

"아빠, 가지 마여"

"아빠, 가야 돼"


"아빠? 꽁? 꾸? 뻥?(아빠 축구하러 가여?)"

"어, 아빠 교회에서 모임하고 축구하러 가"


"여보. 전화 해"

"알았어요"


주차장에서 아내, 아이들과 이별했다. 예상하기로는 시윤이가 곧 잠들 테니, 아내와 소윤이는 카페(아마 윌)에 가지 않을까 싶었다. 그 후로는 하람이네를 만나거나 집에 있거나.


윌에 가는 건 맞았고, 뒤는 틀렸다. 윌에서 나온 아내는 하나로 마트에 가서 꽤 오래 시간을 보냈다. 축구하다 중간에 아내와 연락이 닿았다.


"여보"

"어"

"축구하는 중?"

"어, 지금 잠깐 쉬고 있어"

"아니, 오늘 우리 목장 식구들이 저녁에 급으로 만나자는데 괜찮아?"

"오늘?"

"어"

"그래. 나가"

"괜찮아? 대신 내일 안 나갈게"

"뭐래. 아무튼 오늘도 상관없어"

"그럼 여보 오면 몇 시쯤 되지? 한 7시 30분쯤 되나?"

"오늘 얻어 타고 갈 사람이 없어서, 더 늦어질 수도 있어"

"아, 그렇구나. 알았어"

"소윤이한테 미리 말만 잘해 줘"

"알았어요"


아내와 나 사이에 명문화되지는 않았지만, 어찌 보면 공식화된 규칙(?) 보다 더 강력하게 작용하는 불문율이 있다.


[교회와 관련된 모임, 외출은 웬만하면 협조하기]


아마, 아내가


"여보. 우리 목장 식구들이 오늘 보자고 하네. 한 시간만 일찍 올 수 있어요?"


라고 했어도, (물론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겠지만) 그렇게 했을 거다.


축구를 마치고 (다행히도 얻어 타고 갈 차가 있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소윤이랑 시윤이는 저녁까지 다 먹은 뒤였다. (이 모든 건 아내의 공이다) 서둘러 샤워를 하고 내가 재우려고 했는데 소윤이가 제지했다.


"아빠, 나 엄마랑 자고 싶어여"


아내에게 약속 시간을 물었다.


"여보. 몇 시까지 가야 되는데?"

"늦어도 집에서 8시에는 나가려고"

"그래? 그럼 일단 여보가 재우고, 안 자면 나랑 교대해"

"그래요"


아주 조금의 여유가 있어서 일단 아내가 들어가기로 했다. 어차피 소윤이야 금방 잠들 테니.


아내가 소윤이와 시윤이를 데리고 들어갔다. 그 사이 난 부지런히 샤워를 했다. 안방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내에게 카톡을 보냈다.


[여보?]

[?]

[?]

[자나?]

[여보?]

[?]


여러 개의 카톡에도 아내는 답이 없었다. 숫자 1도 사라지지 않았다.


'잠들었나 보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소윤이, 아내, 시윤이 순으로 누워 곤히 자고 있었다. 아내를 흔들어 깨웠다.


"혀보호"

".........우...웅......어..어"

"힐허나하. 혀더헐시햐"

"알.....았어...."


아내는 그 짧은(채 30분도 안 되는) 시간에 잠들었다. 그것도 버티기 힘들 만큼 고단했다는 반증이다. 시윤이는 아직 잠들지 않은 상태였다. 아내를 내보내고 시윤이 옆에 누웠다.


"시윤아. 엄마한테 인사하고 와서 다시 누워. 알았지?"

"네에"


캬아. 강시윤의 이 치명적인 순둥순둥함. 소윤이 같았으면 싫다고 싫다고 난리를 치며 끝까지 엄마를 부르짖었을 텐데. 시윤이는 약속대로 엄마에게 인사를 한 뒤 자리에 와서 누웠다.


"시윤아. 이제 눈 감고 자"


눈 감으라고 하면 자꾸 두 손으로 눈을 비빈다.


"아빠아. 아뽀(아파)"

"왜? 눈 비볐어?"

"네에"

"눈 비비면 안 되지. 눈 비비지 말고 눈만 감아"


찰떡같이 알아듣고는 손을 척 내린다. 이때의 쾌감과 애정 폭발이란.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다. 시윤이도 금방 잠들었다.


두 시간이 채 못 되었을 때, 나갔던 아내에게 연락이 왔다.


"어. 어디야?"

"이제 끝나고 가려고"

"금방 끝났네?"

"어, 뭐"

"더 있다 들어오지 왜"

"이 시간에 갈 데도 없는데 뭐"


일찍 돌아온 아내랑 간만에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다. 애들 얘기, 처치홈스쿨 얘기, 교회 얘기, 근로자의 날/어린이 날 계획 등등.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아내랑 사부작 거리는 게 제일 재밌다.

(가장 큰 걸림돌은 아내의 체력 및 육아로 유발되는 각종 잔 질병, 소시 남매의 방해로 인한 물리적 시간의 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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