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12(주일)
주일 축구 모임이 없었다. 대신 교회 전체 남성 모임 행사가 있었다.
"여보. 진짜 안 갈 거야?"
"응"
"왜?"
"나 족구는 안 좋아해"
남성들끼리 모여서 족구, 윷놀이도 하고 바비큐도 먹는 야유회 느낌이었는데 안 가기로 했다.
"소윤아. 오늘은 아빠 축구하러 안 가. 소윤이랑 놀 수 있어"
"오늘은 왜 안 가여?"
"오늘은 축구 모임이 없거든"
시윤이는 예배 시간 내내 어찌나 징징대고 몸을 이리저리 뒤틀고 꼬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축구 모임은 없었지만 다른 모임이 있었다. 교회에서 점심 먹고 [윌]에 가서 내 커피만 한 잔 샀다. 아내는 날 교회에 데려다주고 다시 [윌]에 갈 거라고 했다. 이 무슨 비효율적인 동선이가 싶겠지만, 정말 맛있는 커피 한 잔이 먹고 싶은 나의 욕망을 존중한 결과였다. 커피를 한 잔 들고 다시 교회로 갔고, 아내와 아이들 하고는 잠시 이별했다.
모임 하면서도 '끝나면 애들이랑 뭘 해야 하나'를 계속 고민했다. '그냥 집에 갈까', '남성 모임 하는데 데리고 가서 고기나 먹일까' 이런저런 잡생각이 들락날락하고 있는데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여보. 어머니, 아버지 오신대용]
축구를 하지 않는 게 아쉬웠다. 축구하러 갔을 때, 독박육아의 고충을 덜어주는 지원군으로 오시는 게 가장 좋으니까.(나에게)
모임을 마치고 로비에 내려가니 엄마, 아빠가 이미 와서 기다리고 계셨다. 소윤이랑 시윤이는 신나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뛰어다녔고. 구산역 근처에 있는 아구찜 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아이들이랑 갈 만한 곳은 전혀 아닌데(정말 아니다. 소윤이, 시윤이 또래 아이가 한 명도 없었던 것만 봐도) 너무 맛있다. 애들 데리고는 한 번 가봤는데 그때는 시윤이가 못 걸을 때라 그나마 괜찮았다. 이렇게 활동력이 왕성해지고 나서는 처음 가는 거라 기대 반 두려움 반이었다. 부디 얌전히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부질없는 헛된 기대라는 포기의 마음이 공존했다.
역시나 사람은 바글바글하고, 우리는 좌식 자리를 안내받았다. 애들 먹이려고 주먹밥도 하나 시켰다. 다행히 초반에는 각종 밑반찬과 주먹밥 먹느라 자리를 뜨지 않았다. 아구찜이 너무 늦게 나왔다. 소윤이랑 시윤이가 이미 어느 정도 배를 채운 뒤에도 공백이 생겼다. 역시나 시윤이는 견디지 못했고, 들썩거렸다.
그래도 아예 밖으로 나가거나, 나가자고 요구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앉은자리 주변으로만, 어느 정도 용인해 줄 수 있는 정도로만 움직였다. 거의 다 먹었을 때쯤에는 나와 아빠에게 들러붙으며 얘기했다.
"아빠. 나가여. 나가여"
"하부지. 가여. 가여"
여기 식당이 사람도 엄청 많고, 시장통 못지않게 시끄러워서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정신이 사나운 곳이다. 그런 와중에 5살, 3살 아이를 데리고 이 정도였으면 뭐 정말 양호했다. 물론 소윤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났을 때 유독 도드라지는 특유의 '말 안 듣고 뺀질거리기'를 자주 보여주긴 했다.
밥 먹고 카페 갔을 때는 아빠를 볼 수 없었다. 시윤이랑 나가시고 나서는 돌아오지 못하셨다. 남은 우리가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날 때까지. 카페에서 집이 워낙 가까워서 애들이 오는 길에 잠들지는 않았다.
엄마, 아빠가 오시면서 과일을 잔뜩 사 왔다. 이번 주인가 소윤이가 할머니랑 통화하면서
"할머니. 우리 집에 과일이 다 떨어져서 하나도 없어여. 다음에 올 때 과일 사주세여"
랬단다. 사실 오늘 갑자기 오신 것도 그 때문이었다. 냉장고에 과일 채워 주시려고. 배도 채우고, 냉장고도 채우고, 육아 에너지도 채우고.
오늘의 유일한 아쉬운 점은, 축구를 못했다는 거. 벌써부터 수요일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