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14(화)
출근할 때 보고 퇴근할 때까지 아내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난주부터 처치홈스쿨 시간이 늘어나서 4시가 넘어야 끝나는데, 중간에는 연락이 어렵다. 과연 오늘은 소윤이, 시윤이가 잘 지냈는지, 낮잠은 잘 잤는지 궁금했다. 4시 30분이 넘어서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이제 끝남]
[오늘도 둘 다 잘 잠?]
[아니]
시윤이는 엄청 금방 잠들었고, 소윤이도 오래 걸리긴 했지만 결국 눈을 감긴 했다. 다만 15분 만에 오줌이 마렵다며 깨 가지고는 다시 잠들지 않았다. 무슨 초고속 충전기도 아니고, 15분이면 충분하니. 문득 작년 이맘때가 떠올랐다. 뜨거웠던 어린이집 적응기가 어느 정도 끝나고, 드문드문 소윤이가 낮잠도 잤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어찌나 기뻤던지. 그때만 해도 아로나민 골드처럼 잔 날과 안 잔 날의 차이가 명확했다. 무엇보다 다 자는데 혼자 깨서 선생님들의 미움을 받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소윤이의 낮잠 소식이 그렇게 반가웠다.
아내와 아이들은 처치홈스쿨을 마치고 하람이네와 잠시 카페에 들렀다 집에 돌아왔다. 삼송역에서 버스를 탔는데 소윤이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 어디에여?"
"어, 아빠 버스 타고 가고 있어"
"아빠. 우리 영상 통화할까요?"
"소윤아. 여기 버스라서 영상 통화는 못 해"
"아빠 그럼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해여"
"아빠 금방 집에 가니까 집에 가서 보자. 알았지?"
소윤이는 막 달려와서 안겼고, 시윤이는 저 멀리서 블록을 하느라 정신없었다. 내가 들어오는 걸 보고도 블록을 흔들며 제자리에서 인사했다.
"아빠. 봐봐여"
"시윤아. 아빠한테 와서 인사 안 할 거야? 에이, 그럼 아빠 다시 나갈래"
하고 현관문을 열고 나갔더니 그제야 아빠를 찾으며 일어섰다. 소윤이한테는 처치홈스쿨에서 뭘 했는지 꼬치꼬치 캐물었다. 나중에 소윤이가 많이 크고 나서도 대화를 많이 하려면, 지금부터 연습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주제를 끌어다 대화를 시도한다. 최대한 어른과 대화하듯 성의를 다해서. 사실 소윤이는 진짜 어른이랑 대화하는 느낌이다.
갑자기 해가 길어지니까 시간 감각이 무뎌졌다. 햇빛의 밝기로는 한 5-6시 된 것 같은데 실제로는 7-8시고. 오늘도 아내가 저녁 먹다가 깜짝 놀랐다.
"헐. 7시 40분이야? 벌써?"
"응. 환해서 대낮 같지?"
"응. 맞아"
난 운동하러 가고 아내는 애들 재우러 들어가고. 시윤이는 오늘도 순순히 아내를 놓아 주지는 않았다. 하도 안 자서 혼자 자라고 하고 나왔더니 쭐래쭐래 따라 나와서는 서럽게 울기도 했다. 아내가 그걸 동영상으로 남긴 걸 보면, 마음의 여유가 없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운동 마치고 돌아갔을 때쯤 막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어제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한 아내는 군것질을 안 하고 있다. 오늘은 밤에 운동을 한다며 스트레칭 동영상을 보며 따라 했다. 시각다이어트(각종 홈트를 하지는 않고 보기만 하는)라는 신영역을 개척했던 아내의 과거에 비춰보면, 이건 엄청난 변혁이다. 아내랑 함께 헬스장에 다니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애들 재워 놓고 CCTV 켜고 밤에 잠깐 나갔다 오는 부부들도 있던데. 우리도 그래야 하나. 단지 내 헬스장이면 확인하고 3분이면 돌아올 텐데.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상상일 뿐. 설령 그런 일이 생긴다 해도 최초의 목적은 변질되고, 헬스장 대신 집 근처 식당을 기웃거리는 게 일상이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여보. 난 일찍 자야겠다. 깨어 있으니까 배가 고파서 안 되겠어"
아내는 끊임없이 뭔가를 먹어야 하지 않겠냐며 유혹하는 뇌파를 수면으로 무력화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부디 아내가 꼭 성공해서 나의 자극제가 되어주길 바라고 있다. 어느덧 25년 차 다이어터의 길을 걷고 있는 나를 반면교사 삼아서, 꼭 성공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