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15(수)
아내가 오후에 카톡을 보냈다.
[우린 지금 지하철 타고 주엽에 가는 중]
지하철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아내와 애들은 장모님을 만나러 가는 거였다. 일 끝나고 데리러 갔다. 아내와 시윤이만 길에 나와 있었다. 시윤이는 날 발견하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흥분했다. 차에서 내려 팔을 뻗었더니 단박에 달려와서 안겼다.
"시윤아. 아빠 보고 싶었어, 안 보고 싶었어?"
"아빠, 보고여"
"보고 싶었어?"
"네에"
"얼만큼?"
"마아니"
그러더니 갑자기 도로를 가리키며 외쳤다.
"아바안테"
아반떼 한 대가 지나가고 있었다. 아빠 차가 아반떼라는 걸 알고는 요즘 아반떼만 보면 흥분한다. (시윤아, 그거 그렇게 흥분할만한 차는 아니야)
"시윤아"
"네"
"오늘 누구 만났어?"
"음....하무니"
"할머니 만났어?"
"엄마 가치(같이)"
"엄마도 같이?"
"으나 가치"
"아, 누나도 같이?"
"아빠 가치"
"아빠는 아니지"
"응?"
"시윤아. 오늘 할머니 만나서 뭐 했어?"
"음.....빠방"
"빠방 타고 왔다고?"
"네"
아직 완전한 의사소통은 불가능하다. Listening 은 되는데 Speaking 이 안 된다. 그래도 재밌다. 막 말문이 트인 아이랑 얘기하는 거 자체가. 곧이어 소윤이도 장모님과 함께 등장했다. 뒤로는 가방, 앞으로는 아기띠에 인형을 안고.
"엄마. 이제 어디 갈 거에여?"
"어디 가긴. 집에 가야지"
"아, 싫어여. 할머니랑 더 있을래여"
"할머니도 집에 가셔야 되고"
언제나 아쉬운 이별을 좀 표현했을 뿐, 금방 카시트에 앉았다. 시윤이는?
"시윤아. 할머니한테 인사해야지"
"안녕"
헤어질 땐 미련 없이.
"엄마. 카페 가고 싶어여"
"카페를 왜 가. 집에 가야 한다니까"
"엄마, 그래도 카페가 너무 가고 싶어여"
"소윤아. 지금 니가 카페 가자고 하는 건 그냥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그러는 것 밖에 안 돼. 우리 카페 다녀왔잖아. 할머니랑"
"그래도 또 가고 싶은데"
"오늘은 집에 가야 돼. 아빠도 운동하러 가셔야 되고"
"그럼 아빠는 우리랑 같이 있다가 운동하러 가고, 우리는 나중에 집으로 가면 안 돼여?"
"응, 안 돼. 오늘은 집으로 가는 거야"
커피는 마셔보지도 못한 녀석이 왜 그렇게 카페를 찾아.(라고 쓰고 다 아내와 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집에 돌아와 아내는 부지런히 저녁 준비를 했다. 그 사이 난 애들을 먼저 씻겼다. 옷도 잘 때 입을 옷으로 미리 갈아입히고. 귀가 자체가 늦었기 때문에 평소처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가는, 아내가 홀로 너무 많은 걸 감당해야 하니까 미리미리. 노력한 덕분에 밥 먹이고 양치만 씻기는 상태까지 만들어(?) 놨다.
저녁을 먹고 있는 소윤이, 시윤이에게 이별을 고했다.
"소윤아, 시윤아 아빠 갈 게. 밥 잘 먹고 잘 자"
"아빠. 아빠. 한 번 안고 가여"
"그래"
"아빠. 나두. 나두"
"그래. 시윤이도"
"여보. 갈 게"
다정하게 인사하면 또 축구하러 갈 때만 다정하다고 의심할 테니, 바삭바삭 건조하게 인사를 건네고 나왔다. 주일에 축구를 못해서 그런가, 유난히 기다려지기도 했고 그만큼 재밌게 차고 왔다.
여보, 정말 고마워. '수요일에 축구 안 했을 때는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야. 그리고 오늘 열심히 다이어트에 열을 올리며 먹을 거 참고, 열심히 운동하는 여보 옆에서 라면 끓여 먹은 건 미안해. 앞으로도 이런 일 비일비재할 테니 마음 단단히 먹어.
내가 다이어트할 때는 나와의 싸움이고, 여보가 다이어트할 때도 나(남편놈)와의 싸움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