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는 사랑

19.05.19(주일)

by 어깨아빠

아내와 아이들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특히 소윤이에 관해서. 아내는 여러 번 눈이 촉촉해졌다. 원래 그렇다. 애 낳고 키우다 보면, 그 이름만 들려도 막 울음이 나곤 한다. (눈물=짠물이었던 나도 그러는데, 아내 같은 사람은 오죽하겠냐는 말이다) 참 여러 얘기를 했지만 결론은 이거였다.


"부모인 우리가 소윤이를 한없이 사랑하자. 소윤이의 가장 든든한, 혹은 유일한 편이 되어 주자"


(시윤이가 배제된 건, 시윤이는 아직 어리기 때문이다. 소윤이는 온갖 새로운 걸 배우고 받아들이는 시기고, 덕분에 아내와 나처럼 매우 혼란스러울 거다)


세상을 살아가는 질서나 규칙, 옳고 그름, 더 나은 가치 등을 처음 배우는 시기다 보니 아무래도 가르칠 게 많았다. 가르침과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강요와 강압도 있었을지 모르겠다. 늘 그 사이에서 헤매는 느낌이다.


'아직 다섯 살인데 너무 심한가'

'그래도 가르칠 건 가르쳐야지'


여전히 소윤이, 시윤이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아내와 내가 두 녀석에게 뭐라고 할 때마다 그들의 방패가 되어 주신다. 그럼 소윤이의 가장 든든한 보호막인 네 분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자녀를 어떻게 길렀을까. 저기 제주도의 멋들어진 종마처럼 풀어놓으셨을까. 아니다. 난 엄청 맞았다. 처치홈스쿨에서 가르치는 것처럼 정제된 체벌도 아니었다. 효자손, 파리채, 맨손. 그냥 잡히는 대로 맞았다. 아내도 나와 비슷했다. 게다가 아내는 사상 교육까지 철저히 받았다. 기독교적인 것이 아니면 접근과 경험을 통제당했다. 최신 유행 가요라던가, 노래방이라던가. 덕분에 아내와 나는 고작해야 2년 차이인데, 난 여전히 가사를 줄줄 꿰고 있는 노래를 아내는 전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인터넷 ID 대부분이 [tayaprin](강타 오빠 왕자님, 뭐 대충 이런 뜻이란다)인 걸 보면, 막아도 막을 수 없는 게 있긴 하다)


아무튼 아내와 나는 굳이 분류하자면 통제와 체벌의 육아로 자란 부류인데, 참 감사하게도 부모님에 대한 상처나 아픈 기억이 거의 없다. 아빠가 되고 보니 아빠의 성실함과 한결같음이 더욱 존경스러워졌고, 아이를 키워 보니 넉넉하지 않은 가운데서도 어떻게든 가정을 꾸려 가던 엄마의 고뇌가 이해가 됐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소윤이가 아내만큼만 하는 딸이었으면 좋겠다는 게 나의 바람일 정도로, 아내는 부모님을 사랑한다.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맞고 자랐는데 말이다.


소윤이와 시윤이의 '아빠'라는 직함을 얻고 난 뒤로는 자주 생각한다.


'왜 그럴까. 남들은 상처도 많고, 원망도 많이 하던데. 난 왜 그런 게 없지?'


결론은 하나다. 난 엄마, 아빠의 사랑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그렇게 맞았어도(아 참, 아빠한테는 평생 딱 한 대 맞아봤다. 대부분 엄마가 때렸다) 엄마, 아빠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반대였다. 언제나 내 편이었다. 대학교를 결정할 때도, 직장을 결정할 때도, 결혼을 할 때도, 신혼집을 구할 때도, 처자식을 두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다고 할 때도. 날 신뢰하셨다. 사실, 엄마는 여전히 세상에서 아들이 제일 잘 생기고 잘난 줄 안다. 가끔 가영이 앞에서 노골적으로 그런 얘기를 할 때마다 뻘쭘해 죽겠다. 아내와 엄마의 관계가 좋으니까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꼴값하네"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다. 장인어른, 장모님도 마찬가지다. 남편이라는 거대한 벽이 생겨서 멈칫멈칫하시긴 해도, 어떻게든 딸이 좀 편하게, 고생하지 않게 하시려고 애를 쓰신다.


그래서 아내랑 내가 아무리 처치홈스쿨이니 부모교육이니 난리를 쳐도, 진짜 사랑이 없으면 말짱 꽝인 거다. 오늘 아내랑 얘기하고 나서, 계속 이 생각뿐이다. 내 사랑은 진짜인지, 과연 소윤이는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는지 늘 궁금하다. 내 인생에 사랑이라고는 가영이가 끝인 줄 알았더니, 이건 더 어려운 단계가 남아 있네.


어쨌든 아내와 다짐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를 더 많이 사랑하기로. 더 한없이 사랑하기로. 최후의 보루, 어떤 짓을 하고 와도 그 자리를 지키며 두 팔을 벌리고 있는 엄마, 아빠가 되기로.


부디, 소윤이가 이 부족한 부모의 사랑을, 나와 아내가 그랬던 것처럼 헤아려 줬으면 정말 정말 좋겠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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