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21(화)
어제처럼 날씨가 좋았다. 처치홈스쿨에서도 원래 계획된 일정 대신 야외 활동을 했다고 했다. 그래야만 하는 날씨였다. 처치홈스쿨에 가는 아내에게 이례적(?)으로 응원의 카톡도 하나 보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오늘도 낮잠을 잤다. 영원히 안녕인 줄만 알았던 소윤이의 낮잠인데, 처치홈스쿨 덕분에 다시 만났다. 아내와 나는 뒤늦은 적응 중이다. 너무 오랫동안 낮잠 없고, 이른 밤잠이 가능한 생활을 해서 좀 어색하다.
퇴근했더니 집에 505호 사모님과 하람이가 와 있었다.(아 참. 자꾸 잊게 되는데 하람이 동생 하성이도 함께 있었다) 물론 나의 등장과 동시에 퇴장했다. 이러다 하람이한테 삼촌 기피증 생기겠다.
아내에게 저녁 메뉴를 물었더니 딱히 없고 그냥 집에 있는 걸로 먹일 생각이라고 했다. 애들이 듣지 못하게 아내에게 물었다.
"저녁 먹고 나갔다 올까?"
"왜?"
"어차피 낮잠 자서 일찍 자지도 않을 텐데 뭐"
"그러자"
아내와 합의를 마치자마자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공포했다.
"소윤아. 우리 저녁 먹고 나갔다 올까?"
"왜여?"
"소윤이 낮잠 잤으니까 일찍 안 자도 되잖아"
"좋아여"
"아빠. 나두. 아치. 아치(같이)"
"그래. 시윤이도"
그렇게 얘기해 놓고 보니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밥도 준비가 안 된 상황이라 밥 먹이고 나가면 너무 늦어질 것 같았다. 밥도 밖에서 먹기로 했다. 어디서 먹을지는 몰랐지만, 아무튼 밖에서. 아내는 냉장고에 있는 반찬 세 가지 정도를 마구잡이로 썬 뒤 밥과 함께 비볐다. 소불고기, 마늘쫑 볶음하고 또 뭐가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아무튼, 맛은 아주 좋았다.
단지 내 놀이터 평상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즈음이었다. 바람이 꽤 불고 기온도 떨어져서 생각보다 서늘했다. 애들 옷을 엄청 가볍게 입혀서 나왔는데 아내가 다시 올라가서 겉옷을 챙겼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다소 찬 기운이 느껴질 정도의 날씨였다.
"소윤아. 그래도 밖에서 밥 먹으니까 좋지 않아? 소풍 같기도 하고"
"맞아여. 소풍 같아여"
지붕 없는 곳에서 먹는 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닐 테지. 소윤이와 시윤이는 잔뜩 신이 났다. 평상을 이리저리 오가며 아내와 내가 떠주는 밥을 한 숟가락씩 받아먹었다. 집에서라면 당연히 밥 먹으면서 움직이는 게 금지사항이지만, 어쨌든 간이 소풍이긴 하니까. 내버려 뒀다.
밥을 다 먹고 나서는 동네 한 바퀴 돌려고 했다. 먼저 마트에 잠시 들러서 애들 우유랑 과자 한 봉지를 샀다. 과자는 그래놀라볼인가 하는 게 있길래, 조금이라도 덜 해롭지 않을까 하고 샀다. 뜯어서 하나 먹어 봤는데 정말 너무나 과자스러운, 달고 불량스러운 맛이었다. '그래, 어디 한 번 놀라 봐라'라서 그래놀라볼이었구나.
동네 산책이라는 게 뭐 딱히 정해진 건 없다. 그냥 문 닫은 가게 앞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서 뛰어가고, '굳이 왜 저런 데를 골라 갈까' 싶은 곳에 다니는 애들 쫓아가는 게 동네 산책이다. 유현준 교수가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 정확히는 우리가 사는 동네에는 앉을 곳이 너무 없다. 어디 앉고 싶으면 돈 내고 카페에 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기분 좋은 바람이 불고 공기가 좋은 날에도.
문 닫은 꽃 집 앞 계단에 애들을 앉혔다. 잠시 쉬며 남은 우유와 과자를 먹으라고.
"여보. 공기가 안 좋아졌네? [나쁨]이다"
"아, 그래? 이런"
얘들아, 미안. 아빠는 계속 공기 좋은 줄 알았단다.
우유와 과자를 모두 먹고 나서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많이 늦긴 했어도, 애들이랑 밤바람을 맞으며 거니는 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물론 대가는 크다. 평소 같았으면 애들 재우고 운동까지 갔다 오고도 남았을 시간에 집에 돌아왔다.
오늘도 아내가 애들을 재우러 들어갔다. 헬스하고 돌아왔는데 집이 고요했다. 아내는 그대로 잠들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깨울까 하다가 그대로 뒀다. 애들 재우다 잠든 아내를 대할 때마다 늘 고민이다. 깨워야 할 것만 같을 때가 있고, 그대로 둬도 괜찮을 것 같을 때도 있다. 재우러 들어가기 전까지, 아내의 육체 및 심리 상태를 좀 관심 있게 봐 두면 도움이 된다. 아내에게 육체의 휴식이 필요한지, 정신의 휴식이 필요한지를 잘 가늠해야 하는데, 사실 쉽지는 않다. 오늘은 약간 애매했는데, 그대로 둬도 심하게 허망함을 호소할 것 같지는 않아서 그대로 뒀다.(그리고 사실 육아에 전념하는 엄마들은 아무리 휴식을 취해도 기본으로 깔리는 피로감과 어떤 찌뿌둥함을 언제나 보유하고 있다)
여보. 오늘 자 둬. 내일은 수요일이야.
(Oh, My Soccer Day!!!! Bra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