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다

19.05.24(금)

by 어깨아빠

소윤이가 일어나자마자 툴툴거리며 짜증을 냈다. 그러지 말라고 한마디 했더니 또 뾰로통하고.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소윤이에게 음성 메시지가 도착했다.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사랑하고, 보고 싶고, 미안하고' 뭐 이런 내용이었다. 그런 거 안 보내도 이미 자기 사진 보고 있었던 건 알까. 이어폰이 없어서 스피커를 귀에 대고 혼자 히죽거렸다.


교회에서 1박 2일로 수련회가 있었다. 나만. 아내랑 아이들은 처가댁에서 자기로 했다. 처치홈스쿨을 마치고 아내가 사무실로 데리러 왔다.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서 잔다는 사실 덕분에 아빠와 함께 자지 못한다는 애통함 따위는 없었다. 시윤이는 할머니 집에 도착하자마자 베란다에 있는 자동차를 향해 달려갔다.


"시윤아. 아빠 갈 게"

"아빠. 안넝"


오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손을 흔들었다.


"소윤아. 아빠 갈 게. 할머니, 할아버지 말씀 잘 듣고"

"네. 아빠. 내일 만나여"


아내가 교회까지 날 데려다줬다. 내일 수련회가 끝나고 바로 친구네 집들이가 있어서 여러 가지 동선을 고민하다가, 조금 비효율적이긴 해도 내일을 위해 아내가 차를 가지고 왔다 갔다 하기로 했다. 운전하던 아내가 바람에 날려 보내듯 한 마디를 내뱉었다.


"아. 여보 데려다주고, 혼자 좀 놀다 가고 싶다"


아내의 양심은 아직 살아 있어서 실천에 옮기지는 않았다. 오늘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자기 전, 자정을 넘겨서 아내와 통화를 했다.


"애들은?"

"거의 11시 넘어서 잤어"

"진짜? 안 피곤해했어?"

"어, 좀 그러긴 했는데 그래도 괜찮았어"

"소윤이도?"

"응, 괜찮았어"

"여보는 뭐 해?"

"나도 이제 자려고. 시윤이는 아까 저녁 먹고 집에 들어오더니 제일 먼저 [아빠. 업떠여] 이러더라"

"그래?"


고맙다. 그리워해 줘서.


"여보. 이제 자야겠다. 구글 포토 공유해 줘"


자리에 누워 아이들 사진을 쭉 봤다. 처치홈스쿨에서 색칠 활동을 했나 본데, 소윤이가 들고 있는 그림이 뭔가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소윤이의 그림과 달랐다. 여러 가지 색을 사용해 굉장히 꼼꼼하게, 외곽선을 잘 지켜가며 칠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누가 도와줬는가 싶었다. 원래는 초반에는 좀 그렇게 하다가 결국 한 가지 색을 가지고 마구잡이로 칠하며 깔깔댔는데. 내일 물어봐야지.


종종 혼자 집에서 잘 때도 있었는데, 그때랑은 느낌이 또 다르다. 괜히 더 보고 싶다. 아, 물론 아내를 말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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