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맘에게 대형 쇼핑몰이란

18.09.20(목)

by 어깨아빠

요즘 우리 애들이 이상하다. 아침에 너무 늦게까지(어디까지나 우리 집 기준) 잔다. 보통 일찍부터 일어나서 부산스럽게 구니까 굳이 알람을 맞추지 않고 자는데 이번 주에는 몇 변이나 8시가 넘어서 일어났고 오늘은 8시 30분이 되어서야 깼다. 아무래도 소윤이는 심리적 안정감이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시윤이는 깼다가도 나머지가 모두 자고 있으면 다시 눕는 경향이 있고.


장모님이 오시기로 했고 함께 스타필드에 가기로 해서 그런지 아내는 왠지 모르게 아침부터 가벼워 보였다. 아내는 장모님과 함께 거의 점심시간부터 스타필드에 있었다. 퇴근할 무렵 집에 갈 것처럼 얘기하더니 다시 전화가 와서는 나더러 스타필드로 오라고 했다. 아내는 내가 도착하면 함께 집으로 가자고 얘기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예상을 했다. 우리끼리 있는 게 아닌 이상 거의 항상 그랬다.


장모님과 아내는 열심히 소윤이 시윤이 옷을 고르고 있었고 나의 등장과 함께 소윤이 시윤이는 나에게 배당되었다. 둘 다 기분도 좋고 마음껏 돌아다니도록 내버려 둘 수 있어서, 같이 웃으며 장난도 치고 그래서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꽤 한참 동안 옷 쇼핑이 이어졌다. 자연스레 저녁을 먹으러 갔고 소윤이는 장모님의 손에 시윤이는 내 손에 맡겨졌다. 시윤이에게 1차로 밥, 2차로 고기, 3차로 각종 간식을 순서대로 대령해가며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을 간신히 조금씩 늘려갔다. 장인어른은 식사 마칠 즈음 도착하신다길래 초밥을 사러 가려고 시윤이랑 나랑 먼저 식당에서 나왔다. 초밥 주문해 놓고 기다리는 동안 시윤이는 바닥에 내려놨다.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조그마한 강아지를 한 마리 데리고 서 계셨다. 시윤이가 강아지를 발견하고는


"멈머, 멈머"


거리면서 다가가다가 갑자기 네 발 짐승이 되어 기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접근하고 나서는 더 이상 다가서지 못하고 자꾸 나한테 오라고 손짓하면서 내 손을 잡고 강아지한테 가서 만져보라고 시켰다. 내가 응해주지 않으니 강아지랑 어떻게든 교감을 해보겠다는 듯 자세를 더 낮췄다. 지난주 '아리'와의 기억이 남아 있는지 가까이 가지는 못했다. 강아지가 떠나고 나서는 여기저기 활보하고 다니기도 하고 나랑 장난도 치고 그러면서 놀았다. 장인어른이 도착하셨고 초밥집 한편에 자리를 잡으셨다. 소윤이가 정말 많이 컸다고 느낀 게, 할아버지 앞에 앉아 가지고는 말동무를 해드리는 건지 아니면 또 뭔가 자기가 하겠다고 나서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할아버지가 식사를 모두 마치실 때까지 마주 앉아 있었음에도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그냥 할아버지랑 마주 앉아서 아무 문제없이 식사 시간을 채우는 게 가능한 존재가 되었다. 그렇게 문제없이 잘 지내던 소윤이는 졸음 한계치가 임박했는지 슬슬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부지런히 자리를 정리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가겠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우리 집에 와서 조금 있다 가면 좋겠다, 약간 떼를 부리긴 했지만 금방 누그러졌다. 시윤이는 차에 태우자마자 잠들었고 소윤이는 무척 피곤해했지만 잠들 것 같지는 않아서 서둘러 집에 왔는데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벨트를 풀면서 뒷 좌석에 소윤이를 봤더니 거의 반 수면 상태였다. 아내와 신속히 사인을 주고받았다.


"소윤아, 엄마 아빠 뭐 좀 사러 가야겠다"

"뭐여?"

"아, 뭐 그냥, 빼먹은 게 있어서"


그렇게 다시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여보, 딱 10분만 돌아보자"


다행히 소윤이는 10분을 견디지 못하고 잠들었다. 차에서 재우나 집에 가서 재우나 시간이 별 차이 없을 수도 있고 오히려 차에서 재우는 게 더 걸릴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마음의 에너지다. 재우기 위해 쏟아야 하는 마음의 힘을 아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이득이다. 소윤이는 무사히 눕혔는데 시윤이가 살짝 깼다. 아니다. 살짝 깬 줄 알았는데 은근히 오래 걸렸다. 그러고 보니 아내는 스타필드에서 점심 저녁 다 먹었다. 아무래도 아내의 육아사는 스타필드 개장 이전 이후로 나눠야 할 것 같다. 그야말로 사막의 오아시스가 아닐 수 없군.


드디어 연휴 시작. 아내는 시댁이나 친정이나 명절 증후군 따위는 있을 수가 없는 환경이다. 거기에 명절에는 24시간 1급 보조 양육자(혹은 주양육자 수준)인 내가 함께하니 얼마나 좋은가. 오히려 명절 증후군은 나에게 찾아올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노는 건 언제나 좋다. 그런 의미에서 아내랑 오래간만에 영화를 봤다. 휴일이라고 더 늦게까지 자 주는 법은 없고 오히려 더 일찍 일어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연휴 시작 전날 밤은 불태워야지.


내일은 오랜만에 키즈카페에 가기로 했다. 연휴 첫 일정이 키즈카페인 걸 보니 애 둘 아빠의 숙명이란 이런 거구나 새삼 느꼈다. 화 안 내고 짜증 안 내고 연휴 내내 잘 지내봐야지. 일단 내일도 늦잠 좀 자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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