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이불을 주는 이유

19.05.27(월)

by 어깨아빠

시윤이가 열이 좀 났다. 엄청 고열은 아니었는데 말이나 행동이 좀 힘들어 보였다. 아내가 어디 아프냐고 물었더니 머리랑 똥꼬가 아프다고 했단다. 정확한 의사 전달인지는 모르지만. 좀 괜찮아졌다가, 다시 쳐졌다가를 반복했다. 퇴근했을 때는 별로 안 좋았다. 계속 엄마만 찾고, 밥도 안 먹는다고 하고. 결국 소윤이는 밥 먹을 때, 시윤이는 아내가 데리고 들어가서 재웠다. 아마 그러지 않았으면 떠나는 아내를 보고 난리가 나지 않았을까 싶다.


소윤이는 엄마가 시윤이만 재워주고, 자기는 재워주지 않고 나가는 것을 흔쾌히, 기꺼이 이해했다. 밥도 열심히 잘 먹고. 기특해서 자기 전에 책도 무려(?) 두 권이나 긴 걸로 읽어줬다. 책 읽어 주고 뭔가 대화를 나누거나 추가 지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늘 하는데, 얼른 들어가서 재워야 한다는 생각에 잘 못하고 있다.


엄마 없이 잘 때면 나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아빠. 엄마 이따 오시면 이거 꽃이불 덮고 자라고 해여?"

"응, 알았어"


이제 춥지도 않은데 왜 이렇게 이불을 덮으라고 그러나 싶었는데, 오늘 그 이유를 아내가 말해줬다. 언젠가 아내가 물어봤단다.


"소윤아. 그런데 왜 꼭 꽃이불 덮으라고 해?"

"아, 엄마가 이불 많이 덮어야 나중에 엄마 없을 때 꽃이불에서 엄마 냄새나니까요"


그것도 모르고, 가끔 추우면 내가 덮고 그랬는데. 그러고 보니 왜 엄마 냄새는 꽃이불에 묻히라고 난리인데, 아빠 냄새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는 거지? 잠들었던 소윤이는 중간에 한 번 깨서 날 찾았다.


"소윤아. 왜?"

"아빠. 내 옆에 누워여"

"소윤아, 아빠 일해야 되니까 그냥 다시 자. 알았지? 이따 엄마 오면 누우시라고 할 게"

"아빠. 그래도 누워여"

"아빠가 얼른 일을 끝내야 와서 눕지. 일단 소윤이 먼저 자고 있어. 알았지?"

"네"


잠이 확 깬 건 아니고 비몽사몽이라 오히려 먹혔다.


내일은 처치홈스쿨에서 아쿠아플라넷 견학을 가기로 해서, 아내는 오래간만에 부담 없이 자유의 날을 즐겼다. 그래 봐야 카페였지만. 시윤이가 좀 열이 났어도 아내의 자유를 포기할 정도는 아니었다. 우리 집은 아이들의 열이나 감기로 인한 나머지 구성원과 가족 전체의 일정을 전면 재조정하는 기준이 꽤 높은 편이다. 아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유부인이 되었다.


집에 돌아온 아내와 한참 수다를 떠는데 이번에는 시윤이가 깨서 거실로 나왔다. 두리번거리며 엄마를 찾았지만, 아내는 이미 커튼 뒤로 몸을 숨겼었다. 이마에 손을 대봤더니 엄청 뜨겁지는 않았다.


"시윤아. 아빠랑 들어갈까?"

"네"

"시윤아. 이따 엄마 오면 들어가서 시윤이 옆에 누우라고 할 테니까, 시윤이 혼자 들어가서 자고 있을까?"

"네"

"시윤이 혼자 들어가서 누울 수 있어?"

"네"


시윤이는 정말 혼자 들어가서 누웠고, 아내와 내가 들어갈 때까지 나오지 않았다. 물론 자고 있지도 않았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손가락을 쪽쪽 빨며 누워 있었다. 고맙다, 시윤아. 엄마, 아빠를 위한 너의 배려라고 생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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