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 나들이

19.05.28(화)

by 어깨아빠

아내와 아이들이 처치홈스쿨에 가는 날이지만, 오늘은 오후에 아쿠아 플라넷 가는 일정만 있었다. 그래도 차는 두고 가야 해서 혼자 조용히 일찍 일어나서 나오려고 했는데, 시윤이가 함께 깼다.


"시윤아. 아빠 회사 갔다 올 게. 시윤이는 다시 자리에 누워서 코 자. 알았지?"

"네"


이마나 겨드랑이를 만져 보니 열이 있는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했다. 잠깐이긴 했지만 보기에도 아픈 것 같지는 않았다. 병원에는 데리고 가지 않기로 했는데 아내가 카톡 사진을 하나 보냈다. 며칠 전부터 소윤이 왼쪽 턱 밑과 오른쪽 손가락에 오돌토돌한 두드러기 같은 게 났다. 엄청 간지러워하지도 않았고, 더 심해지지 않아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좀 심해졌는지 아내가 그걸 찍어서 보낸 거였다.


[소윤이 때문이라도 병원에 가 봐야겠다]


점심 먹고 오후쯤 병원에 갔는데 다행히 특별한 건 아니고, 접촉이나 알레르기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 같다고 하셨다. 시윤이는 열도 별로 안 나고 겉보기에도 너무 멀쩡해서 따로 진료는 안 받았다고 했다. 아쿠아 플라넷에는 4시까지 가는 거라 시간이 많이 남았고, 아내는 장모님을 만나서 점심을 먹고,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퇴근 후 대화역에 도착했을 때도, 아내와 아이들은 여전히 관람 중이었다. 어디 카페에서 기다릴까 하다가 날씨도 너무 좋고, 바람도 선선해서 아쿠아 플라넷으로 갔다. 마침 앞에 넓은 광장이 있어서 앉아 있었는데, 애들이 참 많았다. 우리 애들이 아니라 그런지 사람 구경하는 거 좋아하는 나도 별로 재미가 없었다.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기분 좋은 바람을 맞는 것으로 만족했다.


꽤 한참 기다리고 나서야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어. 여보 어디야?"

"나? 여기 광장 있는 쪽"

"여보. 그럼 주차장으로 와"


저 멀리서 소윤이가 날 발견하고 와다다다 뛰어왔다. 시윤이는 유모차에 앉아 있어서 그러지 못하고 손만 흔들었다.


"아빠. 안넝"


"소윤아. 수족관 재밌었어?"

"수족관이여? 어디 수족관이여?"

"아. 아쿠아 플라넷"


순간 아내가 또 옛날 사람이라고 놀릴까 봐 움찔했지만 아내는 못 들었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소윤이는 예전에 비하면 훨씬 더 흥미도 보이고, 집중도 하며 관람을 했다. 다만, 막 엄청 넋을 놓고 보지는 않았다. 시윤이는 좀 더 격한 반응을 보이며 즐거워했는데, 중간에 뮤지컬 볼 때는 아내에게 안겨 울었다고 했다. 어두컴컴하고 쿵쾅거리는 소리가 무서웠나 보다. 소윤이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하는 걸 보니, 이제 이런 류의 공포심은 극복했나 보다.


그나저나 시윤이는 손을 또 어찌나 빠는지. 찍은 사진의 80% 이상은 손을 빨고 있다. 한동안 좀 덜 빠는 것 같더니 요즘 들어 아주 틈만 나면 입에 넣는다. 이걸 어찌 고쳐야 할까.


저녁은 원당에 있는 칼국수 집에서 먹기로 했다. 저번에 아내가 먹어 보고는 맛이 기가 막히다며 칭찬을 했고, 며칠 전부터 오늘 저녁은 거기서 먹기로 정해 놨다. 가는 동안 아내가 처치홈스쿨의 다른 가정들과 통화하다 보니, 다들 같은 식당으로 가고 있다는 걸 알았다. 어쩌다 보니 처치홈스쿨 회식.


다른 때는 모르겠는데 밥 먹을 때는 어른이 몇 명이건 상관없이, 애들이 늘어나면 그만큼 정신이 없는 것 같다. 애들도 우리 가족끼리 먹으면 얌전히 먹다가도, 친구가 있으면 괜히 더 신나서 막 돌아다니고. 아무튼 맛있긴 했는데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시윤이는 밤이 되니 다시 몸이 좀 안 좋아지는지 밥은 아예 입에 대지도 않고, 아내한테 안겨서 잠들었다. 나중에 바닥에 내려놓긴 했지만 아내는 거의 내내 시윤이를 안고 있느라 제대로 못 먹었을 거다. 먹긴 먹었으되 감상은 없고, 행위만 반복되는 식사였달까.


워낙 소란스러우니까 시윤이도 깊이 잠들지는 못했다. 돌아오는 차에서도 잠들지 않았고, 아내가 시윤이를 데리고 먼저 방에 들어갔다. 난 소윤이를 씻기고 잘 준비를 해줬는데, 뭔가 진이 빠진 상태였는지 소윤이에게 다정하게 대하지 못했다. 쓸데없는 잔소리를 매우 차갑게 많이 했다. 소윤이는 두어 번 '이 아빠가 왜 이러나'하는 벙찐 표정으로 날 쳐다보기도 했다. 소윤이를 방에 있는 아내에게 넘겨줬다. 언제나처럼 모든 육아 활동이 끝나자, 조금 더 다정하지 못하고 쓰잘데 없이 퉁명스러웠던 게 후회됐다.


시간이 늦기도 했고, 피곤하기도 해서 헬스장도 안 갔다. 아내도 피곤했는지 깨서 나오지 않고 그대로 잠들었다. 아내는 그렇다 쳐도 난 대체 무엇 때문에 이리도 지친 거지? 고작 그 식사 시간 때문에?


아무튼 오늘도 소윤이에게 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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