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종일, 나는 찰나

19.05.31(금)

by 어깨아빠

아침부터 장난감 때문에 소윤이랑 시윤이가 싸웠었나. 아무튼 소윤이는 뾰로통해서 출근하는 나에게 제대로 인사도 건네지 못했다. 나도 시간의 여유가 없어서 기다릴 수 없었고. 문 닫고 나니 으아아아앙 하는 소윤이의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그건 이제 아내의 몫.


처치홈스쿨 끝나고 아내에게 연락이 왔다.


"여보. 어디야?"

"나. 지금 버스 타고 대화역 가는 중"

"아. 그래? 아니 우리는 다 같이 놀이터에 갔다가 저녁을 먹을 것 같아"

"아. 그래?"

"여보. 괜찮아?"

"뭐가?"

"오늘 애들 못 봐서"

"응? 나 차가 있어야 이따 교회를 가는데?"

"아. 그전에는 가지. 대신 애들을 거의 못 보니까"

"아. 그건 뭐 상관없어"

"여보는 집에서 몇 시에 나가야 되지?"

"늦어도 7시 40분?"

"알았어"


집에 가서 과일 좀 먹고 소파에 앉아서 쉬었다. 아내에게 또 전화가 왔다.


"여보. 우리 이제 가는 중이야. 준비하고 있다가 전화하면 바로 나와"

"알았어"


조금 있다 또 전화.


"아빠"

"어. 소윤아"

"이제 나오면 돼여"

"그래. 알았어"

"아빠. 그런데 어떻게 할 거냐면은 아빠가 내려와서 우리랑 같이 차 타고 달고 오묘에 가서 커피 산 다음에 아빠는 차 타고 교회 가고 엄마랑 저랑 시윤이는 동네 산책하다 들어가려구여"

"아. 그래? 알았어. 아빠 이제 내려갈게"


화요일과 금요일, 그러니까 소윤이와 시윤이가 모두 늦은 낮잠을 자는 날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랄까. 일찍 들어가도 안 잘 거, 밖에서 선선한 바람이나 쐬다가 들어가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판단일 거다. 소윤이가 말한 대로, 카페에 가서 커피를 한 잔 사고 아내와 아이들을 내려줬다. 유모차도 함께. 소윤이는 차 창문에 매달려서 운전석에 앉은 나에게 도대체 언제 끝나나 싶은 이별 의식을 끊임없이 건넸다.


"아빠. 이제 다 했어여. 빠이빠이"

"아빠. 안넝"


9시 40분쯤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여보. 우리는 이제 씻고 들어와서 누웠어. 책 읽으려고]


30분쯤 후에


[지금 다 잠들었네]


라고 카톡이 왔다. 아침 7시부터 밤 9시 40분까지. 거의 15시간을 아이들과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한 거다. 그것도 남편 없이. 홀로. 워킹맘도 대단하지만, 전업맘도 정말 대단하다. 애 키우는 엄마들은 다 대단하다.


며칠 전에 월급날(오늘)에 초밥을 먹네 마네 얘기를 했었는데. 뭐 그런 거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대신 예배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떡볶이, 튀김, 순대를 샀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씨름하느라 고생한 아내를 위하기는커녕, 아내의 다이어트 의지는 아직 활활 타오르고 있어서 얼마 먹지 않았고, 순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


"여보는 뭘 먹어도 참 맛있게 먹는단 말이야"


아닌데. 진짜 다 맛있어서 그러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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