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02(주일)
시윤이의 울음소리가 크게 들리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 깼다. (내) 엄마에게 눈짓으로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손가락 빨지 말라 그랬다고 우는 거라고 했다. 시윤이는 아내와 내가 자고 있는 방에 들어와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엄지손가락을 탐닉했다. 그렇게 숨으면 안 보인다고 생각하나 보다. 할머니가 들어와 달래주니까 또 못 이기는 척하고 나갔다.
아침부터 밥을 든든히 먹었다. 아내도 나도, 애들도. 예배를 마치고 난 뒤에도 배가 꺼지지 않아서 밥은 건너뛰기로 했다. 어차피 애들도 별로 잘 안 먹을 것 같고. 바로 [윌]에 갔다.
"아빠. 오늘은 왜 여기서 마시고 가여?"
"어.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거든. 우리가 밥을 안 먹었잖아"
아내는 날 교회에 내려주고는 장인어른, 장모님을 만나겠다고 했다. 지난 금요일에 장인어른이 애들 보고 싶어서 전화를 하셨는데, 너무 늦은 시간이라 만남이 성사되지 못했었다.
"여보가 파주에 가려고?"
"아니. 파주에 가면 올 때 애들 깨워야 되고 그래서 부담스러워. 엄마, 아빠한테 오시라고 해야지"
장인어른, 장모님에게 다른 일이 있는지 물어보기도 전에 이미 오시는 걸로 자체 결정도 하고, 움직이는 것도 장인어른, 장모님이다. 딸 갑질, 손주 갑질이 따로 없구만.
알파 모임과 축구까지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집이 달라진 게 느껴졌다. 일단 신발장이 엄청 깨끗해졌고(의외로 이건 아내가 했단다), 뭔가 방과 거실이 뭔가 환해졌다 싶었는데 장모님이 스팀 걸레질을 하신 거였다. 어제 버리지 못한 재활용 쓰레기도 사라지고. 소윤이의 오줌이 묻은 커다란 이불도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빨래방에 가서 빨고 말려 오셨다. 싱크대의 더러운 그릇들도 깨끗해졌고. 냉장고의 신선칸은 가득 채워졌고.
소윤이랑 시윤이도 흥분 수치가 최대였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붙잡고 뛰고 소리 지르고. 애들은 나의 등장이 그리 달갑지 않았을 거다.
"할머니, 가지 마여"
잠시일 뿐, 기분 좋게(제발 그만 좀 했으면 싶은 수천 가지의 이별의식을 행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내드렸다. 애들은 이미 다 씻고 잘 준비를 마친 뒤라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가시자마자 아내가 방에 데리고 들어갔다.
"소윤아, 시윤아. 잘 자"
소윤이, 시윤이는 이번 주말 행복했을 거다. 토요일에는 신림동 할머니, 할아버지에 주일에는 파주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내내 같이 있었으니.
소윤아, 시윤아. 엄마, 아빠도. 전 세계가 주목한 영화를 개봉한 지 이틀 만에 보고 말이야.
(아, 물론 아내는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애들 데리고 밖에 나갔을 때도 집에서 여러 집안일을 해치워야 하는 숙명에 파묻혔다. 결론적으로 내가 제일 득 본 주말이었다. 아, 참. 그것도 아니네. 나도 어제 시윤이 보느라 고생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