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05(수)
처치홈스쿨 하는 날이 아닌데도 아내랑 연락이 힘들었다. 뭘 하느라 바쁜가 싶었는데 오후에 아내가 카톡을 보냈다.
[여보. 일단 오늘 외식. 옷 정리 중]
장 안에 차곡차곡 쌓인 나의 옷 사진과 함께. 계절이 바뀌는 걸 구실로 삼아 미루고 미뤘던 옷 정리를 하려는 듯했다. '일단 오늘 외식'이라는 말 안에 많은 의미가 숨어 있다. 묵혔던 만큼 옷 정리라는 과업이 만만치 않다는 것, 저녁 따위 준비해서 먹일 여유가 없다는 것. 아내 말대로 하기로 했다.
소윤이의 턱과 손, 팔, 다리 등에 군데군데 생긴 두드러기가 없어지지 않길래, 아예 피부과를 찾을 생각이었다. 아내가 원당의 어느 피부과를 추천받았고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들르기로 했다. 저녁을 먹을 식당도 그 근처였다. 퇴근해서 아내와 아이들을 태워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지난번 소아과 선생님의 진단과 비슷했다. 큰 문제나 이상이 있는 건 아니고 단순 접촉성 피부질환이란다. 다만 소윤이의 피부 자체가 원체 약한 피부라고 하셨다. 목욕 오래 하지 말고, 세정제 쓰지 말고, 로션도 많이 바르지 말고. 한 마디로 자극을 많이 주지 말라고 하셨다. 겉으로 보기에는 까무잡잡해서 굉장히 건강해 보이는데 실상은 유리 피부구나. 이런 자잘한 병치레, 혹은 병원 진료를 받을 때마다 새삼 감사하게 된다. 어디 한 곳 큰 문제없이 건강히 잘 자라고 있는 것에.
새로운 우리의 단골집이 되고 있는 원당의 국수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메뉴는 무려 세 개. 사실 전혀 넘치지 않을 때도 많다. 소윤이, 시윤이가 모두 불이 붙은 날에는 두 개로는 턱도 없다. (물론 아내와 나의 '이것도, 저것도'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게 더 크지만) 밥은 아내가 집에서 싸왔다. 약간의 계단을 올라 다락방 같은 2층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아빠. 쉬 마려워여. 쉬"
"하아. 소윤아 올라오기 전에 좀 얘기해 줘"
"아빠. 그때는 생각이 안 났어여"
"그래도. 엄마, 아빠도 왔다 갔다 하면 힘들잖아"
나도 모르게 푸념을 했다. 소윤이가 아내와 나를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올라와서 얘기하는 것도 아닌데. 되도 않는 얘기를 뱉고 난 뒤, 금방 머쓱해져서 화장실 가는 길에 괜히 소윤이한테 장난을 걸었다. 소윤이는 애가 은근히 뒤끝이 없다. 자기감정을 확실히 해결하고 나면, (적어도 밖으로는) 더 이상 거기에 대한 언급이나 불쾌감을 표현하지는 않는다.
다들 맛있게 먹고 일어났다. 배도 부르고, 날도 좀 덥고 하니 자연스레 시원한 커피가 한 잔 생각났다. 어디 일부러 찾아가서 마시기에는 수요축구 시간이 빠듯했다.
"어디 가는 길에 맛있는 커피 파는 데 있으면 한잔하면 딱 좋겠다"
"그치? 나도. 그래서 큐커피 생각했는데"
"큐커피? 안 먼가?"
"여기서 한 5분? 거기서 집까지는 한 15분? 괜찮지 않을까?"
"그래? 안 막히려나?"
"여보 어차피 딱 맞춰서는 안 가도 되잖아. 여보가 바로 가고 싶으면 안 가도 돼"
"아니야. 들렀다 가자"
후다닥 커피만 사 가지고 집으로 왔다.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잘 준비, 난 축구하러 갈 준비. 그리고 신속한 탈출.
"소윤아, 시윤아. 아빠 간다. 엄마 말씀 잘 듣고"
"아빠. 가지 마여"
"소윤아. 아빠 내일 출근 안 하니까. 내일 많이 놀자?"
오늘의 축구는 한 주간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차원이기도 하지만, 며칠간 계속될 육아의 한 복판을 견뎌내기 위한 예방 주사의 성격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