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14(금)
처치홈스쿨을 마친 아내가 대화역으로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오예'
뭔가 지하철 타고 가기 너무 싫었는데 어떻게 알고. 그마저도 대화역까지 가지도 않고 중간에 내려서 아내와 아이들을 만났다.
"얘들아 안뇽"
"아빠아"
"아빠. 안녕"
"여보도 고생했어"
"여보도. 여보 우리 여기서 저녁 먹고 갈까?"
"그래. 뭐 먹지?"
모든 외식 때마다 메뉴를 고르는데 힘을 쏟을 필요는 없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더라도 정말 맛있는 걸 먹어야 할(먹고 싶을) 때가 있고, 그냥 끼니만 때우면 되는 때가 있다. 오늘은 후자. 어차피 교회도 가야 해서 시간이 넉넉지도 않았다. 분식을 비롯해 이런저런 식사 메뉴도 파는 김밥 가게에 들어갔다.
쫄면, 돈까스, 김밥을 시켰다. 시윤이는 돈까스만 집어먹었고, 소윤이는 나름 골고루 먹었다. 가만 보면 소윤이가 골고루 잘 먹기도 하고, 주어진 양을 성실히 감당하는 것 같다. 워낙 느리게 먹고, 딴짓을 많이 하니까 잘 안 먹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빠. 오늘 놀이터 가도 돼여?"
"글쎄. 오늘은 엄마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엄마. 이따 놀이터 가도 돼여?"
"놀이터? 흐아. 그래, 생각해 볼 게"
"엄마. 나두나두. 가치가치"
밥 다 먹고 커피를 한 잔 사서 돌아가려고 했는데, 카페에 손님이 꽤 많아서 오래 기다리기도 했고 가는 길도 많이 막혀서 생각 보다 늦게 집에 도착했다.
"소윤아, 시윤아. 아빠랑은 여기서 인사하자. 아빠 얼른 옷만 갈아입고 가셔야 되니까. 우리는 하람이한테 이거 전해주고 놀이터 가자"
"아빠. 안녕. 잘 가여"
"아빠. 안넝"
아직 환했다. 길어진 해만큼 늦춰진 육아 퇴근이 야속하고 지쳐 있을 아내의 건승을 빌었다. 하루 종일 처치홈스쿨 한 것만으로도 이미 녹초가 되었을 텐데, 밤 육아까지 한참이라니. 오늘 같은 날은 심정적으로만 독박 육아가 아닐 뿐, 실제로는 독박 육아나 다름없다.
9시가 넘어서 아내가 사진을 하나 보냈다. 어두워져서 조명이 환하게 빛나는 놀이터에서 여전히 신나게 놀고 있는 소윤이와 시윤이었다.
[하핫. 현재상황]
그러고 나서 한 30-40분 뒤에 다시 카톡이 왔다.
[들어와서 이제 둘 다 샤워 마침. 그래도 후딱 다 하고 이제 책 읽고 잘 거임. 제발 빨리 자라]
그로부터 50분 뒤.
[휴. 이제 잔다. 진짜 단 거 확 땡기네]
다이어트에 열심인 아내는 단 걸 먹지 않았다. 단 거 먹는다고 육아의 쓴맛이 가시지도 않고, 살만 찔 거라는 판단을 했다. 스트레스받지 말고 뭐라도 먹으라는 나의 유혹에도 견고히 버텨냈다.
아내는 진하게 남은 쓴맛과 씨름하다(소파 위를 떠나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만 있다가) 자러 들어갔다.
"여보. 난 안 되겠다. 얼른 자야겠다. 너무 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