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20(목)
아내는 처치홈스쿨 교사회의가 있었다. 고로 난 차를 두고 출근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아직 자고 있어서 아내 하고만 인사를 나누고 나왔다. 지하철에 앉아서 멍하니 노선도를 바라보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아빠"
"어, 소윤아. 일어났어?"
"네. 아빠는 어디에여?"
"어, 지하철이야"
"아, 그래여? 그럼 좀 이따 전화해여? 회사 가서 전화해여?"
"그래, 시윤이는 아직 자?"
"네, 저만 방금 나왔어여"
"그래, 알았어. 이따 전화하자"
끊자마자 전화가 왔다.
".....(시윤아, 아빠 불러 봐)....아빠"
"어, 시윤이도 일어났어?"
"네에"
그렇게 오늘도 매우 이른 시간에 아내와 나의, 아이들의 하루가 시작됐다. 오후 3시쯤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어, 여보. 이제 끝났어?"
"어. 꽤 늦었네"
"그러게. 잘했어?"
"어, 괜찮았어. 여보, 그런데 오늘은 데리러 못 가겠다"
"어,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니, 시윤이가 안 잤거든. 위험할 거 같아"
"그래, 알았어"
어제 축구의 여파가 퇴근할 때가 되어서야 나타나는지, 오히려 출근할 때보다 더 피곤해서 앉기만 하면 졸았다. 정신없이 졸다가 내릴 곳이 다 되어서야 허겁지겁 뛰어내리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며 삼송역까지 와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 지금은 어디야?"
"나 삼송역"
"진짜? 그럼 내가 데리러 갈 게"
"여보는 어딘데?"
"나 스타필드"
"아, 아직 집에 안 갔구나"
"어, 남옥 언니랑 잠깐 들렀는데 길어졌네. 아무튼 내가 거기로 갈 게"
삼송역에서 아내를 만나 차에 탔다. 시윤이는 너무너무 졸려서 정신을 못 차렸다. 막 잠들려는 걸 장난치며 깨웠더니 싫다고 손사래 치고. 그나마 가까워서 다행이었다. 아내가 한살림에 들를 때 시윤이 잠도 깰 겸 데리고 내렸다.
"엄마, 나두 내릴래여"
몇 번이나 시윤이는 졸려서 그런 거고 평소에는 널 더 많이 데리고 내리니 오늘은 좀 이해해 달라고 해도 불통이었다.
"소윤아, 그럼 소윤이는 아빠랑 내려서 걸어갈까?"
"그러자여"
내가 감성보이는 아니지만, 요즘 같은 날씨에 딸 손잡고 선선한 바람맞으며 걷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거기에 안아달라고 하지도 않고)
저녁 반찬은 삼치구이였다. 아내가 생선을 굽는 동안 소윤이와 시윤이와 놀았다. 오늘은 둘 다 책을 읽어 달라고 하길래 목소리로 헌신했다. 아내가 저녁 준비를 하면서 나에게 음성과 몸짓을 섞어서 얘기했다.
"여보는 오늘 일찍 나가"
"왜?"
"그냥, 얼른 운동 갔다 오라고. 여보 갔다 오면 나도 운동하고 올게"
"그럴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일단 지쳐있는 아내에게 두 녀석을 무작정 떠넘기기가 좀 그랬다. 그건 수요일과 주일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내 저녁도 차려주고, 애들 생선도 발라주고 하다 보니 씻겨 주는 것까지 맡았다. 결국 자려고 누운 것까지 보고 나서야 퇴근.
짐을 챙겨 헬스장에 가서 열심히 운동을 하다 보니, 문득 '단지 안 헬스장(아내 헬스장)은 몇 시에 끝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막 찾아봤더니, 내 운동할 거 다하고 집에 가면 아내는 운동하러 못 갈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30분 만에 운동을 중단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둘 다 낮잠을 안 잤으니 재우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을 거고 아내도 당연히 깨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내를 깨우려고 방에 들어갔더니 아내가 그제서야 몸을 일으켰다.
"여보, 얼른 운동 갔다 와"
그리하여 오늘은 아내도 운동.
애 둘 키우면서 하고 싶은 거 하려면 없는 시간 쪼개서 서로 사이좋게 나눠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