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26(수)
"아빠. 아빠가 제일 맛있게 하는 오므라이스 해주시면 안 될까여?"
나보다 먼저 일어났던 소윤이가 내가 일어난 걸 확인하고 가장 먼저 건넨 한마디다. 글로는 억양과 느낌을 전할 수 없지만, 도무지 거절할 수 없는 애교였다.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아도 빠르게 하면 뭐 불가능한 시간도 아니었다.
"그래"
양파랑 소세지만 잘게 썰어서 밥이랑 케찹이랑 볶았다. 계란 지단은 아내가 부쳤다. 시윤이가 시큼한 케찹의 맛을 거부할까 봐 걱정이었지만, 강행했다. 오늘 아침은 누나에게 우선권이 주어졌으니까.
"안녕, 오므라이스 맛있게 먹고. 아빠 갈게"
아기 의자에 앉은 소윤이와 시윤이가 여러 동작(하트, 뽀뽀 등)을 날리며 날 배웅했다. (시윤이는 자기는 인사를 제대로 못했다며, 따로 동영상을 찍어 보냈다) 밥은 잘 먹었는지 아내에게 물었더니, 다행히 시윤이도 맛있게 먹었다고 했다. 이게 뭐라고 아주 보람찼다.
소윤이는 밥 먹고 나서 장모님이 사주신 초당옥수수(샛노란옥수수)를 먹었는데, 작년에도 그랬던 것처럼 잘 안 먹었다. 몇 알 먹고 내려놨다는데, 소윤이가 이럴 정도면 정말 자기 입에 안 맞는 거다. 그러더니 푸념하듯 한마디 내뱉었다.
"할머니가 하얀 옥수수를 사시지"
연령은 5살인데, 언어 구사는 35쯤 되는 듯.
저녁부터(어떤 곳에서는 오후부터)비가 온다고 예보를 하길래 혹시나 축구를 못하는 건 아닌가 노심초사였다. 소윤이한테 전화가 왔길래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슬쩍 물어봤다.
"소윤아. 거기는 비 안 와?"
"어, 아까 나올 때는 조금 왔는데 지금은 안 와여"
"아빠 축구하러 갈 수 있어서 다행이에여?"
옆에서 아내가 물어보라고 시키는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쉽게 간파당하다니. 다행히 비는 축구 끝날 때까지 오지 않았다.
낮에 장모님이 집에 오셨고, 저녁에는 장인어른도 오셨다. 덕분에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축구인이 되어 집에서 떠났다.
"소윤아, 시윤아. 아빠 갔다 올 게. 할머니, 할아버지랑 재미있게 놀고"
축구하고 집에 오니 아내는 소파에 붙어 있었다. 정말 붙어 있었다.
"여보 뭐 했어?"
"나 드라마 봤어"
축구할 때 입었던 옷을 열심히 빨고 나왔는데(땀 냄새에 절어서 빨아도 냄새나는 게 싫으면 바로바로 손빨래해야 한다고, 아내가 말해서 요즘은 축구하고 오면 거의 30분 동안 손빨래를 하고 있다. 아내한테 이런 걸 손빨래까지 시킬 수는 없으니까) 시윤이가 안방 문을 열고 서 있었다.
"어, 시윤이 뭐야. 왜 깼어"
"어? 시윤이 깼어?"
아내는 시윤이 깬 것도 모르고 집을 치우고 있었다. 한동안 좀 잠잠한 것 같더니 요새 또 열심히(?) 깨네. 오늘은 아예 나의 손길 자체를 거부하며, 아내가 잠깐 물 마시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다. 아내는 시윤이를 데리고 방에 들어갔다.
시윤아, 오늘처럼 좀 늦게 잔 날까지 깨는 건 너무 비양심적인 행동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