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 힘들긴 매한가지

19.06.28(금)

by 어깨아빠

(내) 엄마가 저녁을 사주시기로 했다. 엄마는 집에서 일산으로. 아내는 처치홈스쿨 끝나고 일산으로. 나는 퇴근하고 일산으로 모였다. 내가 제일 늦었다. 아내와 엄마, 소윤이, 시윤이는 이미 식당에 자리를 잡고 밥을 먹고 있었다.


파스타랑 피자는 약간 복불복이다. 어떤 날은 며칠 굶은 애들처럼 잘 먹고, 어느 날은 시큰둥하고. 오늘은 후자였다. 둘 다. 두 녀석에게 실패가 없는 메뉴는 고기뿐이다. 구운 돼지고기.


어차피 애들을 위한 자리는 아니었다. 아빠랑 둘이는 파스타 먹을 일이 없는 엄마와, 파스타는 언제나 최고의 메뉴인 아내를 위한 시간이었다. (난 그냥 뭐든 먹으면 좋고) 애들이 성가시게 굴지 않고 자리에 잘 앉아있었던 것만 해도 황송할 따름이었다.


아내는 오늘 금요철야예배에 가겠다고 했다. 하긴 그러고 보니 금요철인예배의 고난이 잊힐 때도 됐다. 그나마 요새는 처치홈스쿨에서 낮잠을 자니까 졸음으로 인한 투정은 없어서 좀 낫지 않을까 싶었다. 다르게 생각하면 너무 쌩쌩해서 힘들 수도 있지만.


식사를 마치고 [윌]로 갔다. 난 8시에 먼저 교회에 가야 해서 아내가 날 데려다줬다. 아주 잠깐이긴 해도 엄마에게, 그것도 카페에서 애 둘을 맡기는 게 영 부담스러워서 시윤이는 차에 태웠다. 날 교회에 내려주고 아내와 시윤이는 다시 카페로 갔다. 조금 더 시간을 보내다가 엄마를 지하철역에 내려주고, 교회로 오겠다고 했다.


"시윤아. 잘 가. 좀 이따 만나"

"아빠. 나두 아치(같이). 아치"

"아, 시윤이는 할머니랑 누나한테 갔다가 이따 다시 교회로 올 거야. 아빠랑 이따 만나자"

"아빠. 이따 만나아"

"그래. 빠이빠이"


아내는 예배 시작 시간에 딱 맞춰서 왔다. 맨 앞자리에 앉긴 했는데 다른 악기에 가려져서 얼굴은 안 보였다. 대신 다리는 보였다. 많이 움직이지는 않았다. 아내도 애 둘을 양옆에 끼고 있는 것치고는 예배에 집중하고 있었다. 역시 낮에 재우는 게 최고구만.


반주를 마치고 소윤이와 시윤이 옆으로 갔을 때, 시윤이는 슬슬 잠이 오는지 아내 무릎에 누워 있었다. 소윤이도 졸려 보이긴 했는데, 좀 컸다고 잘 참고 얌전히 앉아 있었다. 그렇다고 시윤이가 잔 건 아니다. 뒤척뒤척하면서 끝까지 버텼다.


설교 후 반주까지 마치고 다시 애들한테 가서 얘기했다.


"소윤아. 이리 와. 아빠랑 기도하자"


소윤이는 순순히 내 품에 안겨서 나의 기도를 들었다. 소윤이는 나한테 오래 안겨 있거나 결박(?)되어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그래도 기도한다고 하면 꽤 오랫동안 가만히 있어서 다행이다. 시윤이는 아직 안 된다. 처음에는 안기는가 싶더니 첫 문장이 끝나기도 전에 내 품을 빠져나갔다. 그래, 너는 아직 원격으로.


예배를 마친 아내는 한마디 내뱉었다.


"여보. 힘들긴 하다"

"그렇지"


아마 이제 또 한 2개월쯤 지나야 오겠지? 아니, 좀 다를 수도 있다. 지난 주의 경우 집에 있었어도 내가 예배를 마치기 직전에야 애들 재우고 육아 퇴근을 했으니까. 집에 있다고 편한 것도 아니고. 그러느니 차라리 교회에 오는 게 낫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오늘도 그래서 간 거고.


"여보. 시윤이 기저귀라도 갈아줄까?"

"괜찮아. 안 잠들 거 같아"


땡. 내 예상은 틀렸다. 시윤이는 타자마자 잠들었다. 소윤이도 거의 도착했을 무렵 잠들긴 했는데, 내리면서 깼다. 시윤이는 아주 깊이 잠들었다. 아내가 눕혀서 옷도 갈아입히고 기저귀도 갈아줬는데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소윤이는 씻기고, 시윤이는 손수건으로 손과 발, 얼굴을 닦아줬다.


순식간에 소윤이를 재우고 나온 아내는 드라마를 시청했다. 검블유? 모르긴 몰라도 이번 주 분량을 밀리지 않고 소화(?) 하려고 애를 쓰는 것 같았다.


강시윤은 또 깼다. 이 녀석이 또 습관이 됐네. 여느 때처럼 한밤중에 깬 시윤이 특유의 매력을 한껏 즐기고, 자러 들어갔다.


"시윤아. 이제 자자"

"아빠. 가여어엉"

"아빠. 가라고?"

"네엥"

"어디를?"

"바께(밖에) 가영"

"아빠 나가라고?"

"네에엥"

"왜?"

"아아아앙"

"아빠. 여기서 자야지. 침대에서"

"아. 시러여어엉. 아빠 여기 안대여엉. 가영"


이유는 모르겠다. 나름 진지하게 나더러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 이 자식이.


"여보. 소윤이 몸이 왜 이렇게 뜨겁지?"

"그래? 뜨거운가? 체온 한 번 재 봐"

"헐. 38도 3부"

"진짜?"

"어. 아까 교회에서 너무 춥다고 하긴 했는데"

"아. 가디건 같은 거 없었구나"

"맨날 챙겨 다녔는데 오늘 딱 차에 두고 내렸거든"

"그래? 더 안 오를까 모르겠네"


아내와 나는 38도대의 열에는 크게 동요가 없다. 감사하게도 대부분 약 없이 이겨낸 경험이 많아서. 소윤이도 시윤이도.


소윤아, 괜찮을 거야.


(라고 말은 하지만 틈만 나면 체온 잼. 특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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