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30(주일)
교회 중고등부 담당 목사님이 오늘만 드럼을 쳐달라고 부탁하셔서 8시 10분까지 교회에 가야 했다. 꼭 평일에 출근하는 것처럼 일찍 일어나서 버스를 탔다. 주일 그 시간에 버스는 정말 오랜만에 타봤는데,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9시 예배를 마치고 났더니 10시 10분 정도였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았다. 아마 분주히 준비하는 모양이었다. 교회 로비에 앉아서 아내와 아이들을 기다렸다. 10시 25분쯤에 아내에게 전화를 다시 한 번 했더니 받았다.
"여보. 어디야?"
"우리 이제 주차장"
"그래? 그럼 내가 갈 게"
아내, 소윤이, 시윤이 모두 얼굴이 밝았다.
"여보. 괜찮았어?"
"어. 괜찮았어. 그래도 우리 안 늦었지?"
"그러게"
"소윤이는 이제 안 아파?"
"네. 이제 하나도 안 아파여"
"정말?"
"네. 아무렇지도 않아여"
"소윤이 열 재 봤어?"
"한 37.1도 정도?"
"아침은 잘 먹었어?"
"어. 잘 먹긴 했는데 과일 먹고 나서는 토할 것 같다고 그랬어"
"토하지는 않고?"
"응"
속이 안 좋다고 한 게 좀 걸리긴 했지만, 열은 다시 오르지 않을 것 같았다. 새싹꿈나무에 소윤이를 데려다주기 전에 잠시 로비에 앉아서 얘기했다.
"소윤아. 오늘 새싹꿈나무에서 성경암송하잖아?"
"네"
"다른 친구들이랑 경쟁하는 것도 아니고, 잘 외웠다고 자랑하는 것도 아니야. 그냥 소윤이가 말씀을 열심히 외우려고 노력했고, 그걸 하나님한테 보여주고 하나님한테 칭찬받는 거라고 생각하면 돼. 그리고 아빠 생각에는 소윤이가 이제 다 나았긴 했는데 혹시 또 좀 힘들어지더라도 열심히 외워봐. 말씀 외우면서 마음속으로 힘들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해. 그럼 들어주실 거야. 알았지?"
"네"
소윤이한테 말할 때마다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너도 그만큼만 살아라'
소윤이가 진짜 열심히 6구절(1월부터 한 달에 한 구절씩)의 말씀을 외우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보기에도 정말 열심히 외웠다. 우리가 따로 집에서 가르쳐 주지 않은 것도 잘 외우고 있었다. 예배 시간에 나름대로 집중을 하고 있다는 걸 유추할 수 있다.
소윤이를 보내고 본당으로 내려갔다. 시윤이는 주보를 가지고 한참 놀았다. 덕분에 다른 날에 비해 좀 덜 부산스럽게 예배를 드렸다. 그래서일까. 오늘은 아내가 폭풍 고개질을 했다.
"소윤아. 암송 잘 했어?"
"네. 잘 해서 이거(비눗방울)랑 이거(찬양CD)도 받았어여"
"우와. 잘했네. 아픈 건? 이제 괜찮아?"
"네. 진짜 진짜 하나도 안 아파여"
"우와. 다행이다"
둘 다 밥을 엄청 잘 먹었다. 오늘도 목장 모임이 없어서 축구하러 갈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아내가 [맑음케이크]에 가자고 했다. 시윤이는 잠들었고 유모차로 옮겼다.
소윤이는 마카롱과 사장님이 주신 초코과자를 아주 맛나게 먹었다. 잘 먹고 잘 돌아다니는 걸 보니 완전히 나은 게 분명했다. 시윤이는 한 시간 정도 잤다. 계속 뒀으면 더 잤을 테지만 긴 밤의 공포를 느낀 아내가 서둘러 깨웠다. 시윤이에게는 에그타르트를 하나 줬다.
"아빠. 저는 이거 안 좋아하는데여?"
"아, 그래? 소윤이는 에그타르트 안 좋아해?"
"네"
잘 몰랐다. 내심 잘 됐다고도 생각했다. 공평하게 나눠주느라 신경 안 써도 되니까. 시윤이는 꽤 큼지막한 걸 다 먹었다. 다시 차에 타기 전에 한 10분 정도, 밖에서 비눗방울을 가지고 놀았다. 시윤이는 아직 능숙하게 하지 못한다. 몇 번 했는데도 자기 뜻처럼 시원스럽게 나가지 않으니 포기했다. 누나가 만든 비눗방울을 쫓아다니며 터뜨리는 걸로 대신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랑 대화를 나눴는데, 하람이(505호 사모님 딸)가 시윤이는 "아니" 이러면서 인상을 써도 귀엽다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시윤이가 자기 이름이 들리니 바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엄마. 왜여엉?"
"아, 하람이 누나가 시윤이 귀엽다고 그랬대"
"왜여어엉?"
"글쎄. 하람이 누나가 시윤이 좋아하나 봐"
가만히 듣고 있던 소윤이가 단호하게 한마디를 얹었다.
"강시윤. 그래도 이 세상에서 너를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강소윤 누나다. 알았어?"
내 기억에 소윤이가 이렇게 자기 마음을 표현한 건 처음인 듯하다. 우리가 물어보면 대답하거나, 통상적인(?) 사랑 고백만 있었다. 요즘 어디서 놀아도 둘이 잘 붙어서 놀고, 서로의 부재를 챙기는 모습도 많고. 애 둘 키우는 고생을 보상받는 새로운 풍경이다.
집에 돌아와 애들이랑 조금 놀다가 축구하러 나왔다. 아내는 하람이네랑 놀이터에 간다고 했다. 다행히 축구 끝나고 통화할 때, 아내의 목소리는 매우 밝았다. 집에 도착하니 애들은 저녁을 먹는 중이었다. 소윤이가 한참 열이 올랐을 때 아내에게 새우죽이 먹고 싶다고 해서, 그걸 해줬다. 전복, 새우, 버섯 등 엄청난 영양죽이었다.
"우와. 엄마 너무 맛있어서 멈출 수가 없어여. 100그릇 먹고 싶어여"
아내는 엄청 뿌듯해했다. 거기에 시윤이도 아예 고개를 들지도 않고 연신 숟가락질을 해대며
"엄마. 떠여. 떠여"
아무리 좋은 걸 해 줘도 계란밥이 제일 맛있다고 얘기해서 맥이 풀리게 하더니, 오늘은 선물을 주는구나. 기특한 녀석들.
"여보. 애들 씻은 거야?"
"어. 샤워까지 다 했지"
캬아. 아내는 나한테 선물을 주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