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육아의 즐거움

19.07.01(월)

by 어깨아빠

오전에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호들갑 가득한 목소리로.


"여보. 여보. 대박. 대박 뉴스야"

"왜? 무슨 일인데?"

"어머님이랑 아가씨 집에 온대"

"아, 뭐야"


아내의 호들갑을 다른 말로 하자면 기쁨과 설렘이었다. 곧 다가올 탈육아로 인한 즐거움이랄까.


"언제 오는데?"

"이제 막 출발하셨다고 했어"


1시간 30분은 걸릴 테니, 집을 치우기에도 충분했다. 집이 그렇게 더럽지도 않았고.


"소윤이 좋아하겠네"

"어. 신났지 뭐"

"시윤이는?"

"음, 약간 작위적이긴 하지만 누나 따라서 '와아' 이렇게 소리를 지르긴 했어"


집 근처 중국 음식점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퇴근하면서 바로 식당으로 갔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미리 와서 앉아 있었는데, 딱 봐도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시윤이는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너무 졸렸는지 몸을 꼬고 난리가 났다.


"시윤이 오늘 낮잠 안 잤어"

"진짜?"


급기야는 탕수육을 먹다가 졸기까지 했다. 먹다 조는 건 정말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었다. 밖에 나가자고 해도, 빠방 구경하자고 해도, 다 먹고 놀이터에 가자고 해도 안 깨던 시윤이를 벌떡 깨게 만든 한마디는 이거였다.


"오. 시윤아. 삐뽀차다. 삐뽀차"


눈을 부릅 뜨더니 고개를 빼서 저 멀리 창밖을 살폈다. 물론 삐뽀차는 없었다.


"아빠. 삐뽀차. 어디쩌여?"

"어. 지나갔나 봐"


그 뒤로도 졸다 깨다를 반복했다. 모두(소윤이 포함)의 노력으로 잠드는 건 막아냈다.


아내에게 자유시간을 내일로 미뤄도 된다고 제안했지만 아내는 오늘 나가겠다고 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아파트로 왔다. 아내는 거기서 차를 가지고 나갔고 엄마, 동생, 나, 소윤이, 시윤이는 놀이터에 갔다.


"아빠. 놀이터에서 좀 놀아도 되지여?"

"그래. 10분만 놀자"


30분 놀았다. 소윤이가 좋아하는 놀이터는 페인트칠을 새로 해서 출입 금지였다. 내심 좋았다. 거기는 구름다리가 있어서 계속 소윤이, 시윤이를 날라줘야 해서 좀 힘들다. 그런 걸 안 해도 되는 놀이터에서만 놀았다. 강제로.


집에 돌아와서 시윤이부터 샤워를 시켰다. 옷과 기저귀는 엄마가 입혀준다길래 곧바로 소윤이도 씻겼다. 소윤이도 다 씻기고 나서 머리 말려주려고 시윤이를 부르는데 오지 않았다. 베란다에 서서 싫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졸려서 생떼 부리나 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시윤이가 안으로 들어오자 퀴퀴한 냄새가 났다.


"시윤이 똥 쌌어?"

"네에"

"이리 와 봐"


으익. 질펀하게 싸 놨다.


'5분만 일찍 싸지'


다시 화장실에 데리고 가서 바지와 기저귀를 벗겼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엉덩이에 매달려 있던 잔똥이 조금씩 엉덩이에서 떨어지고 있는 게 보였다.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악. 안돼엑"


툭. 시윤이의 다리를 타고 화장실 바닥에 잔해가 추락했다.


"시윤아. 시원해?"

"네에"

"잘 했어"

"아빠 왜여엉?"

"아, 똥 마려울 때 잘 쌌으니까"


엉덩이도 닦고, 다리도 닦고, 바닥도 닦고. 마지막으로 내 손은 지문이 없어지도록 닦고.


"아빠 할머니한테 책 읽어 달라고 해도 되져?"

"그래. 할머니가 읽어줄게"


엄마가 먼저 대답했다. 난 책 읽기를 마친 뒤 들어갔다. 엄마랑 동생은 그때 돌아갔고.


"소윤아. 오늘 좋았겠네. 할머니랑 고모도 오셔서"

"아빠. 고모는 시윤이 백일 때 오고 처음 온 거에여"

"그러게"


엄마와 동생의 방문은 아내에게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기쁨이 되었다. 둘 다 눕자마자 잠들었다. 난 잠깐 머리만 댔다가 나온 느낌이었다. 뭔가 수월한 느낌에 비해서는 꽤 늦은 시간이었다.


아내는 오늘도 별 약속이 없었다. 문구점 가서 내일 처치홈스쿨에 필요한 거 사고, 잠깐 카페에 앉아 있다 왔다. 집에 와서는 호박볶음과 내일 활동에 필요한 준비물을 만들었다.


"여보. 호박볶음 어때"

"음...."

"왜? 표정이 이상한데? 맛이 없어?"

"아니, 맛이 없는 건 아닌데. 뭔가 감칠맛이 없는데"

"새우젓이 없어서 그래"

"아, 그렇구나. 맛은 있어"


이런 맛 평가는 진실하게 해도 되겠지?


(아 참. 평소에도 늘 진실하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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