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철야3종경기

19.07.05(금)

by 어깨아빠

나의 예상을 깨고 아내는 2주 연속으로 철야예배에 함께 가겠다고 했다. 지난 주의 고난을 기억하면서도 말이다.


"여보. 괜찮겠어?"

"뭐 집에 있어도 안 잘 텐데"

"그건 그렇지"


도긴개긴이다. 막상 가려니 너무 늦게 끝나고 귀찮기도 해서 집에 있는 걸 선택하면 '아. 이럴 거면 차라리 가는 게 나았겠다'라는 생각이 들고, 의지 충만해서 나가도 '집에 있었으면 그래도 좀 나았을 텐데' 싶고.


오후에 아내에게 영상통화가 왔다. 보통 처치홈스쿨 하는 날은 연락이 없는데 영상통화가 와서 무슨 일인가 싶었다. 아내와 시윤이만 보였다. 함께 모여 있는 공간이 아니라 아내랑 시윤이만 어딘가에 따로 앉아 있었다. 어떤 상황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시윤아"

"네"

"뭐해?"

"이기. 이기(여기 있다 로 추정됨)"


"시윤이 왜 여기 있지?"

"멋먹어여(못 먹어여)"

"뭘 못 먹지?"

"맘마"


시윤이는 한껏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상황은 이랬다. 우리 집의 아주 중요한 규칙 중 하나가 '불성실한 태도로 식사하다가 밥그릇이 퇴출당하거나, 스스로 식사 거부를 하면 다음 끼니 때까지 어떤 먹거리(물 제외)도 불허한다'다. 시윤이는 오늘 밥 먹다가 심통이 나서 괜한 객기를 부려 식사를 거부했다. 그 탓에 간식 시간에도 간식을 못 먹고 홀로 유배(?) 중이었던 거다. 심심한 위로를 건넸다.


아내는 처치홈스쿨 끝나고 집에 잠시 들렀다가 퇴근하는 나를 중간에 태우러 나왔다.


"여보. 애들 저녁은 어떻게 하지?"

"아, 그러게. 그 생각을 못 했네"

"교회 근처에 먹일만한 데가 있나?"

"무원김밥?"

"그럴까?"


시간이 매우 촉박했다. 난 8시까지 가야 하는데 식당에 앉은 시간이 이미 7시 40분이었다. 한 15분 정도 늦을 것 같다고 미리 카톡을 보냈다. 먹기 간편한 돈까스와 김밥을 시켰다. 애들 배를 채우는 게 주된 목적이라 많이 시키지도 않았다.


역시 애나 어른이나 시장이 반찬이다. 점심도 거의 안 먹다시피 했고 중간에 아무것도 먹지 못한 시윤이는 쉬지 않고 입이 움직였다. 시윤이가 밥을 집중 공략하면 난 옆에서 한 번씩 반찬을 밀어 넣었다. 소윤이는 언제든 마지막 순간에 그릇을 보면 깨끗하긴 하다. 정해진 시간 안에 성실한 태도로 먹느냐 아니냐의 문제일 뿐.


밥을 다 먹은 뒤, 난 먼저 교회에서 내렸다.


"소윤아, 시윤아. 조금 이따 보자"


아내는 막간(이라기에는 한 시간이나 됐지만)을 이용해 카페에 가서 커피를 사 오겠다고 했다. 예배 시작 시간쯤, 아내와 아이들 모습이 보였다. 아내는 헉헉 대면서도 웃음을 띠고 있었다. (물론 교회라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소윤이랑 시윤이도 활기찼다.


예배에(드럼 연주에) 집중하려고 하는데도 어쩔 수 없이 시야에 들어오는 아내와 아이들을 살피게 된다. 지난주보다는 버거워 보였다. 일단 시윤이가 어느 순간 이후로는 이리저리 몸을 접었다 폈다, 불판 위의 오징어처럼. 그에 비해 소윤이는 찬양할 때도 엄청 열심히 하고, 기도할 때도 아내 옆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역시 이런 게 짬밥의 차이인가.


찬양이 끝나고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서 봤더니, 아내는 마지막 남은 힘을 쏟고 있었다. (아니면 이미 다 쓰고, 정신력으로 버텼거나) 예배를 마치고 나서 아내는 교회 화장실에서 간단히 애들을 씻겼다. 심지어 옷까지 준비를 해서 갈아입혔다.


"여보. 오늘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그래"

"애들도 그냥 가면서 재우자"


그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가서까지 육아인으로 남고 싶지 않다는 마지막 탄식이었다. 아내의 의견을 존중해 한밤의 드라이브가 시작됐다. 시윤이는 금세 잠들었고, 소윤이가 좀 걸렸다. 아내는 노골적으로 얘기했다.


"소윤아. 오늘은 엄마가 못 재워줘. 차에서 잠들어서 가든가 집에 갈 때까지 안 자면 아빠랑 자는 거야"

"으아아앙. 엄마랑 자고 싶어여"

"그러니까. 그럼 여기서 잠들어서 가"


소윤이는 슬픔에 사로잡혔지만 아내는 단호했다. 뭐 언제나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덕분에 고양시 남동부 투어를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모두 잠든 걸 확인하고 차를 댔다. 내가 소윤이, 아내가 시윤이를 카시트에서 꺼내 안는데, 최악의 상황이 연출됐다. 소윤이도 깨고, 시윤이도 깨고. 아내는 머리가 깨지고.


아내가 애들을 데리고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설득을 해도 아빠랑 자는 걸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이성적인 의사소통이 안 되기 때문에) 이미 시간이 엄청 늦긴 했었다. 12시가 넘었으니까. 그래도 아내를 깨워야 할 것 같았다. 방이 조용하길래 슬쩍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아내와 시윤이는 여전히 안 자고 있었다.


"하아"


굴삭기 10대가 와도 못 팔 것 같은 깊이의 구멍이 생길 것만 같은 아내의 깊은 한숨. 시윤이의 옅은 징징거림과 부산스러운 뒤척임.


"여보. 괜찮아?"

"몰라"


결국 아내는 다시 나오지 못했다. '여기서 끝내리라'라며 교회에서 애들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던 아내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여보, 끝나긴 했네.


모두 끝났지만.



(오늘의 기쁜 일)

예배 끝나고 시윤이와의 대화


"시윤아. 시윤이 어디 온 거야?"

"끼외(교회)"

"교회에서 뭐 했어?"

"이배(예배)"

"예배 때는 뭐 했어?"

"이도(기도)"

"또 뭐 했어?"

"이케. 이케(손들고 찬양하는 시늉)"

"누구한테 예배드렸어?"

"한난님(하나님)"


기도와 찬양은 평소에 많이 나누던 대화였는데, 마지막 대답은 순전히 시윤이 스스로 생각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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