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19.07.06(토)

by 어깨아빠



부모교육 일정이 바뀌어서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받게 됐다. 아내 친구가 어제 한우 꽃등심을 선물로 주고 간 게 있어서 최대한 신선할 때 먹이고(먹고) 싶었는데, 아침에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았다. 부모교육 끝나고는 돌잔치에 가야 해서 다른 날보다 조금 더 바빴다. 가는 길에 빵집에 들러서 애들 아침으로 먹일 빵을 좀 사서 차 안에서 하나씩 쥐여줬다.


모두 돌잔치 복장(?) 이었다. 특히 아내와 소윤이는 원피스, 신발도 시밀러 룩으로 맞추고. 다시 말해 돌잔치에 가기 전에 뭔가를 묻히거나 흘리면 아내의 가슴이 굉장히 쓰릴지도 모르는 차림이었다.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배달 시켜서 먹고 치우는데, 아내의 옷에 음식 국물이 분사됐다. 촤아아악. 점심시간이 끝나고 나머지 강의를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이들은 보드마카를 가지고 칠판에 낙서를 하고 있었다. 불안했다. 당장 마카를 회수하고 다른 놀이를 제안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냥 뒀다. 우리 애들만 있었던 것도 아닌 데다가 다들 너무 즐겁게 놀고 있었다. 대가는 혹독했다. 돌잔치에 입고 가는 건 전혀 무리가 없었는데, 나중에 아내가 얼룩 지우느라 생고생을 했다.


시윤이는 중간에 엄청 구린 냄새를 풍기길래 똥을 쌌구나 싶어서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냄새로 보면 코끼리만큼 많이 쌌을 줄 알았는데, 쥐똥만큼도 안 쌌다. 나오다 만 똥이 냄새가 더 지독한 것 같다.


"아빠. 왜여엉? 왜 떵 싸여엉?"

"어. 시윤이가 밥을 잘 먹어서"

"왜여엉? 왜 많이 먹어여엉?"

"그래야 키도 쑥쑥 크....안돼. 시윤아. 움직이면 안돼. 가만가만가만"

"왜여엉? 왜 안 돼여엉?"

"똥 묻어"


부모교육을 마치고 돌잔치에 가는 동안 시윤이는 중간에 낮잠을 잠깐 자서 괜찮았는데, 소윤이는 졸음에 허덕였다.


"소윤아. 자지 말고 가 보자"

"엄마. 왜여?"

"어. 왜냐하면 지금 자면 좀 너무 그래"


내가 옆에서 소윤이 몰래 웃었더니 아내도 찔리는 게 있는지 따라 웃었다. 다행히 소윤이는 무사히 버텨냈다. 아내의 외가 쪽 친척 모임이라 장인어른, 장모님도 계셨다. 소윤이, 시윤이를 오랜만에 보는 친척분도 많이 계셨다. 나중에는 소윤이, 시윤이가 내 시야에서 사라질 때도 많았다. 누군가의 보살핌 아래 있는 건 분명하니까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아내와 내 곁을 떠났던 소윤이와 시윤이가 다시 돌아올 때마다 손에 지폐를 한 장씩 쥐고 왔다.


"소윤아. 이거 뭐야?"

"어, 누가 주셨어여"

"누가?"

"그건 모르겠어여"

"인사는 했어?"

"네"


"시윤아. 이거 뭐야?"

"져떠영(주셨어여)"

"누가?"

"어. 어. 멀라여엉"

"인사는 했어?"

"네에"


돌잔치 주인공은 따로 있는데 물밑에서 수익을 많이 챙겨 왔다. 소윤이는 받자마자 바로 아내한테 건넸는데 시윤이는 안 그랬다. 자기 거라면서 자기 가방에 넣었다. 그래, 아무 데나 넣어라. 종착지는 엄마니까.


"아빠. 우리 가서 놀이터에서 조금만 놀아도 돼여?"


집에 가려고 차에 탔는데 소윤이가 물었다. 날씨가 너무 무더웠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데 놀이터라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미 아침부터 부모교육에 돌잔치에 진을 많이 빼기도 했고. 아내가 대답을 대신했다.


"소윤아. 오늘은 좀 힘들 것 같아"

"왜여?"

"날씨도 너무 덥고 시간도 많이 늦어서"

"그래도 쪼오오오금만 놀면 안될까여?"

"소윤아. 오늘은 진짜 안 되고 내일 엄마랑 놀이터 가자"

"지금 놀고 싶은데"


바로 집에 간다고 해도 늦은 낮잠을 잔 시윤이 때문에 바로 퇴근이 가능한 건 아니었다.


"여보. 시윤이가 바로 잘까?"

"그러니까. 안 그러겠지?"

"그럼 어디라도 갈까?"

"어디 가지. 롯데몰 갈까?"

"그럴까. 가서 여보 신발도 보고?"

"그래. 거긴 그래도 애들 놀 데도 좀 있고"

"그러자 그럼"

"그럼 여보가 소윤이한테 말해"


밀담을 나눈 뒤, 아내가 아이들에게 공식 발표했다.


"소윤아. 놀이터는 너무 더워서 안 되고 대신 롯데몰 가는 건 어때?"

"오. 좋아여. 좋아여"


소윤이랑 시윤이는 아주 신나게 놀았다. 놀 때는 하나일 때보다 둘이 더 편한 것 같기도 하다. 소윤이 혼자였을 때 여기 오면, 계속 엄마 찾고 아빠 찾고 그랬는데 이제 시윤이를 찾는다. 둘이 노는 동안 아내랑 앉아서 잠깐이나마 수다를 떨 여유까지 창출됐다.


"여보. 이제 너무 힘들다. 집에 가고 싶다"

"맞아. 나도. 얼른 씻고 싶어"


충분히 놀고 집으로 돌아왔다.


"소윤아. 오늘은 자지 마. 집에 가서 씻고 자자"


어제는 자라더니, 오늘은 또 자지 말라니. 소윤아, 너도 죽 끓듯 변하는 엄마, 아빠 덕분에 혼란스럽겠구나.


아내는 두 녀석을 금방 재우고 나왔다. 난 일기를 좀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계속 조느라 도무지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아내도 피곤하다며 한참 소파에 앉아 있다가 옷에 묻은 얼룩을 지우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아내는 거의 2시간 가까이 시간을 썼다.


"여보. 너무 힘들다. 엄지랑 검지가 부러질 것 같아. 그래도 거의 다 지웠어"


아내는 한 단계 더 발전했다. 어느 옷감에 어떤 이물질인지에 따라서 어떤 제거제(주방 세제, 세탁세제, 비누, 알코올 등등)를 써야 하는지 터득하고 있다. 필요가 낳은 야매 전문가랄까. 각자의 할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누워 얘기했다.


"여보. 우리 내일 아침에 꽃등심 구워 먹을 수 있을까?"

"글쎄. 안 되면 내일 밤에라도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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