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07(주일)
아내를 좀 더 자게 하려고 애들과 함께 거실로 나왔다. 배가 아파서 잠시 화장실에 가면서 애들한테 당부했다.
"소윤아, 시윤아. 방에 들어가지 마. 엄마 좀 더 주무시라고. 알았지?"
"네"
"네에"
헛된 약속이었다.
"아빠. 시윤이가 문 열고 들어갔어여"
시윤이는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가서 아내를 깨웠다.
"아빠. 엄마 깨. 깨(깼어여)"
아주 자알 했다. 이 녀석아.
"여보. 우리 오늘 12시 10분 예배 갈까?"
"왜?"
"오늘 축구장이 신원(집 근처)이니까. 예배드리고 나 목장 모임 할 동안 여보가 조금 기다렸다가 같이 오면 되잖아"
"그럴까?"
"아침에 고기도 구워주고"
"그러자"
아침 댓바람부터 고기파티라니. 아내만 빼고 모두 잘 먹었다. 아내도 잘 먹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아내는 고기를 많이 먹지 않는다. 소윤이랑 시윤이한테도 꽤 많이 줬는데 엄청 잘 먹었다. 소윤이는 아내처럼 한 숟가락 안에 밥, 고기, 김치를 정갈하게 올려서 먹는 걸 좋아한다. 시윤이는 엄청난 속도로 고기부터 먹어 치우더니 결국 밥은 안 먹었다. 그렇게 먹고도 부족했는지 소윤이가 남긴 것까지 먹었다.
"시윤아. 고기가 그렇게 맛있어?"
"네에. 마지떠여엉"
밥 먹기 전에는 싱크대에 잔뜩 쌓인 설거지도 했다. 수시로 접수되는 아이들의 민원(?)도 해결하고. 아내는 쉬고 있었다.
"여보. 너무 좋다"
"뭐가?"
"이렇게 빈둥거리는 게"
"그래. 좀 쉬어"
소윤이를 새싹꿈나무에 보내면서 혹시나 싶어 시윤이도 데리고 가봤다.
"시윤아. 누나랑 같이 가 볼래?"
"아니여엉"
아직 아닌가 보다. 시윤이는 일찍 떨어질 줄 알았더니. 소윤이를 보내고 본당에 내려와서 의욕적으로 평소보다 조금 앞자리에 앉았다. 과욕이었다. 아내는 앉자마자 졸기 시작했고 나도 그 뒤를 이었다.
"여보. 너무 창피하다"
"그러게. 왜 앞자리로 왔어"
"아, 왜 이렇게 졸리지"
"어제 너무 조금 잤나"
시윤이도 거의 끝날 때쯤 잠들었다. 아침을 워낙 든든하게 먹어서 점심을 거를까 했지만 아내는 먹겠다고 했다. 아내가 소윤이를 데리고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이는 동안 난 잠든 시윤이를 안고 목장 모임을 하러 갔다.
중간에 깬 시윤이는 엄마를 찾으며 징징댔다. 당장 엄마한테 가겠다는 정도는 아니어서 안고 있을 수는 있었다. 다만 대화에 방해가 되긴 했다.
"시윤아. 그럼 손가락 조금 빨고 있을래?"
"네"
시윤이는 바로 엄지손가락을 입에 넣더니 잠잠해졌다. 엄지손가락 하나로 평화를 얻다니. 좋은 건가. 잠시 후 밥을 다 먹은 아내랑 소윤이가 와서 시윤이를 데리고 갔다.
"소윤아, 시윤아. 아빠 목장 모임 끝나고 보자"
"아빠 안녕"
"안넝"
아내는 내가 목장 모임 할 동안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사 마시고, 교회 근처 빵집에 들러 빵도 샀다. 목장 모임을 마치고 다시 아내와 아이들을 만나 집으로 갔다.
"여보. 미현 언니가 놀러 온대"
"아, 그래?"
"어. 언니 친구가 부대찌개를 파는데 그거 줄 겸 온대"
"잘 됐네"
집에 와서 또 설거지를 시작했다. 분명히 아침 먹기 전에 했는데, 아침 한 끼 만에 꽤 많은 설거지 거리가 생겼다. 아내는 부지런히 집을 치우고 애들한테도 정리를 시켰다. 열심히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여보. 언니 왔나 보다. 여보 일단 방으로 들어가"
상의 탈의 중이었기 때문에 급히 방으로 들어갔다. 축구 복장으로 갈아입은 후 다시 나갔다. 설거지는 다 하지 못하고 떠났다.
"소윤아, 시윤아. 아빠 축구하러 갔다 올 게"
"아빠. 조심해서 해여"
"아빠. 안넝"
축구가 끝나고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여보. 목소리는 왜 그래?"
"아, 그냥 머리가 너무 아프네"
"그래? 애들은 잘 있었어?"
"어. 잘 있었어. 미현 언니가 늦게까지 있다 갔어"
"애들도 잘 놀았겠네"
"어, 고마웠지"
"머리는 많이 아파? 다른 데는 괜찮고?"
"어. 다른 데는 괜찮아"
아내는 침대 위에 힘없이 누워 있고, 애들은 아내 주위를 뒹굴고 있었다.
"소윤아. 엄마 많이 아프시대?"
"머리가 조금 아프대여"
"아빠. 엄마 왜 아퍼여엉?"
"글쎄. 너무 힘드셨나"
"왜여어엉?"
"음. 소윤이랑 시윤이 보는 게 힘드니까?"
"왜여어엉?"
아이들에게 선포했다.
"소윤아, 시윤아. 오늘은 아빠랑 저녁 먹고 씻는 것도 아빠랑 하고, 자는 것도 아빠랑 자는 거다. 알았지?"
"아빠. 왜여? 난 엄마랑 자고 싶은데"
시윤이가 울먹거리며 얘기했다. 아내가 말을 얹었다.
"여보. 재우는 건 내가 할 수 있어"
"아, 그래? 괜찮아?"
"어, 괜찮아"
"그래. 그럼 자는 건 엄마랑 잘 수 있대. 대신 아빠랑 밥 먹고 씻자. 알았지?"
"네"
계란밥이 먹고 싶다길래 후다닥 만들어 줬다. 씻기는 건 샤워만 아니면 뭐 금방이고.
"그럼 책도 거실에서 아빠랑 읽고 들어가자"
"아빠 몇 권이여?"
"한 권"
"아빠. 이거랑 이거 이렇게 두 개 읽고 싶은데 두 개는 안 돼여?"
"알았어. 그럼 두 개"
소윤이의 마지막 소변까지 배출시키는 것으로 오늘의 육아를 끝냈다. 아내가 애들 재우는 동안 아내의 아는 언니가 주고 간 부대찌개를 끓였다. 아내는 생각보다 엄청 일찍 나왔다.
"머리는 좀 어때?"
"어. 훨씬 나아졌어. 이제 약발이 받나"
"다행이네"
"그냥 여보가 등장한 것만으로도 좀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이것은 약발인가 남편발인가. 아무튼 부대찌개 먹는 걸 보니 확실히 아픈 사람 같지는 않았다.
아침에도, 오후에도 설거지를 했는데 저녁이 되니 또 한가득이었다.
"하아. 여보. 이건 못하겠다. 미안"
"그래. 그냥 둬"
"여보도 내일 하지 마. 내가 와서 할 게"
설거지옥이 따로 없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