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12(금)
아침에 출근하며 아내를 깨웠는데 아내가 나오면서 방문을 닫았다.
"애들은? 안 깨우게?"
"어"
"낮잠 재우려면 일찍 깨워야 되잖아?"
"몰라. 일단 재울래"
점심 반찬으로 수육을 만들어 가야 해서 애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싶었던 듯하다.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한복판, 아내에게 분노의 카톡이 왔다.
[나 지금 소윤이 재우는 중]
[아침에 늦게 일어나니 진짜 안 자네]
[슬슬 열 받네 또]
[한 시간 다 됨]
[계속 눈 살살 뜨고]
[진짜 나는 이게 제일 참기 힘들다]
[뭐 하는 짓인지 정말]
[한 시간 넘게 아무것도 못하고]
[이럴 거면 그냥 혼자 누워 있든가]
밤에는 금요철야예배에 가기로 했는데 낮잠을 자지 않은 소윤이가 잘 버틸지 걱정이었다. 소윤이도 소윤이지만 아내도 걱정이었다. 소윤이는 결국 자지 않았고 아내는 낮잠 사투로 인해 하루 동안 써야 하는 몸과 마음의 육아 체력을 다 소진해 버렸다. 아침의 한 시간이 대낮의 후폭풍을 몰고 온 셈이다. 아니 과학도 아니고 말이야, 어쩜 그렇게 수면총량의 법칙을 잘 지키는지. 급 제안을 했다.
[여보 아니면 오늘 난곡 가서 잘까?]
[생각도 못 해 봄. 그럴까?]
원래 내일 (내) 부모님 집에 가기로 했었는데 조금 앞당긴 건, 조금이나마 빨리 육아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으면 오늘 밤이 덜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서였다. 아내는 그러기로 했다.
퇴근하고 원흥역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만났다. 소윤이는 날 만나자마자 얘기했다.
"아빠. 낮잠 시간에 내가 낮잠을 안 잤어여. 누워 있기는 했는데 계속 실눈 뜨고 장난치고 그랬다여. 꺄하하하하"
아내도 웃고 있었다. 말 안 했으면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평소와 같았다.
순간에는 힘들어도 몇 시간만 지나면 다 별일 아닌 게 육아인의 삶이지.
교회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칼국수랑 콩국수를 먹었는데 소윤이와 시윤이가 바지락을 아주 잘 먹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개를 잘 안 먹었던 것 같은데, 취향도 계속 바뀌는구나.
식당 사장님이 아이들의 위험, 부주의한 행동에 적극 개입하시고 물건을 치우시는 유형이셨는데, 그걸 잘 이용했더니 시윤이가 아주 말을 잘 들었다.
"이것 봐. 시윤아. 아저씨가 그거 위험하다고 하시잖아"
단호하게 자기 행동을 제약하는 낯선 아저씨를 보고는 겁을 먹고 벙쪘다.
"여보. 얘 좀 봐"
아이 꼬셔라. 은근히 겁은 많아 가지고.
예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연습을 하는데, 오늘은 아내랑 애들도 본당에 같이 있었다. 그때는 당연하고, 예배 시작하고도 한 20분 지날 때까지는 빠른 찬양을 하면 같이 일어나서 춤도 추고 박수도 치며 활발하게 움직였다. 그러다 시간이 좀 더 지나자 급격히 사그라들었다.
소윤이는 졸음에 의한 신체운동능력 저하였고, 시윤이는 눈에 안 보였을 뿐 여전히 쌩쌩했다. 시윤이는 크게 방해가 되고 그러지는 않았지만 한 번씩 웃거나 큰 소리로 얘기하는 걸 제지하느라 애 좀 먹었다. 그래도 오늘은 한 번도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고 다 제자리에서 해결했다. 뿌듯하다.
소윤이는 그림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사실 아내나 나나 소윤이가 예체능 쪽으로는 영 타고나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한 번씩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 또래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는 건 아니다.) 오늘도 앉아서 자기, 시윤이, 엄마, 아빠를 그렸는데 제법 그럴싸했다. 적어도 저게 사람이라는 걸 알아볼 정도는 됐으니까. 다만 마지막에 그린 나(아빠)는 딱 봐도 그리기에 급급했다는 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힘들고 지겨웠겠지. 그래도 이 정도면 제법 끈기도 생긴 편이다.
예배가 끝나고 차에 탔을 때 시윤이는 멀쩡했고 소윤이는 머리만 대면 잘 것 같았다. 시윤이는 혼자서 한참을 중얼거렸다. 혼잣말하면서 웃기도 하다가 아내랑 나한테 말도 걸었다가. 저러다 정말 도착할 때까지 안 자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막 할 때쯤 갑자기 조용해져서 돌아보니 자고 있었다. 소윤이는 옛날꽃날에 잠들었고.
"여보. 오늘도 고생했어. 힘든 하루였네"
"그러게"
엄마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오늘 하루의 수고를 격려했다. 애들은 눕혀 놓고 거실에 앉아 TV를 보는데 아내가 눈을 뜨지 못했다.
"여보. 들어가서 자자"
"어? 어? 어. 어. 엄뭐니. 아붜지. 안녕희 줌무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