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17(수)
아내가 대참사가 일어났다며 급히 전화를 했다.
"여보. 대박이야"
"왜?"
"아까 시윤이가 똥을 쌌거든? 그래서 닦아줄 테니까 이리 오라고 했는데도 얘가 계속 안 오고 이리저리 도망 다녔어. 나중에 보니까 똥이 기저귀 밖으로 샜는지 바지에 묻어 있더라고.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라 얘가 다니면서 집안 곳곳에다 똥을 묻혀놨어"
"헐. 진짜? 어디 어디?"
"몰라. 일단 소윤이 의자에서도 발견됐고"
"하아. 온 집에 똥 냄새야. 이걸 어떻게 찾지"
육아를 하며 여러 비극적인 상황이 있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똥이 으뜸 아닐까. 내 손가락 몇 개에 묻는 것도 비극일 텐데, 사방팔방에 똥칠이라니. 정확히 어느 지점인지 알고 처리하는 것도 고통인데, 샅샅이 뒤져서 찾아내야 하고 그러고 나서도 혹시 어디 남아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안고 있어야 한다. 실로 참혹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잠시 후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소윤이 바지에서도 발견됨. 시윤이가 앉았던 데 소윤이도 앉았나 봐]
소윤이한테는 미안한 얘기지만 많이 웃었다.
아내가 요번에 좀 저렴한 기저귀를 샀대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어제 기저귀 갈아주다 보니 싼 티가 좀 나긴 했다. 뭐랄까 똥 받쳐주는(?) 부분이 좀 옹졸하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다가 많이 싸기도 했고 여기저기 뭉개고 앉아서 그런 참사가 발생했다.
오전에 똥으로 큰 고난을 겪은 아내는 오후에도 큰일을 치렀다. 시윤이 낮잠을 재우려고 들어갔는데 무려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냥 시간이 오래 걸린 게 아니라 시윤이가 한 시간 내내 울었다는 거다. 이유는 엄지손가락. 손가락 못 빨게 했더니 빨고 싶다면서 울고불고 그러다가 아내가 나오면 또 따라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가. 그러기를 몇 차례나 반복하고 나서 결국에는 혼자 방에 누워 "빨고 지퍼여어엉"을 외치고 흐느끼며 잠들었다.
그놈의 손가락이 뭐라고. 아내는 시간이 오래 걸린 건 둘째 치고 그렇게 서럽게 울어대는 시윤이를 보니 속도 상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결국 시윤이 재우고 나와서 울었다고 했다. 소윤이도 덩달아서 고생했다. 엄마 따라서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낮에 장모님이 오셨고 장인어른도 일찍 퇴근을 하셔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난 축구하러 갈 준비를 다 해서 나갔다.
"아빠 어디 가여어엉?"
"아빠 어디 가는 거 같아?"
"우꾸(축구)하러. 뻐엉"
"맞아. 아빠 축구하러"
저녁 먹고 잠시 카페에 앉았다가 먼저 일어났다.
"아빠. 가지 마여. 나랑 같이 가"
"어디를? 축구하는 데를?"
"네"
"그래. 가자"
소윤이가 따라나오는 척을 했다.
"진짜 갈 거지? 그럼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인사해"
"아, 아니에여. 안 가여. 대신 다음 주에는 꼭 같이 갈 거다여?"
소윤아.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주일에는 몰라도 수요일에는 안 돼. 잠이나 자렴.
축구하고 만난 아내는 비교적 괜찮은 얼굴이었다. 드라마를 보고 있어서 그랬나.
"애들은 금방 잤어?"
"아니. 시윤이가 또 난리였지"
"낮처럼?"
"어. 또 한참 울다가 잤어"
"그렇게 손가락이 빨고 싶을까"
"그러니까 말이야"
아내를 위로할 선물을 건넸다. 하겐다즈.
"헐. 이게 뭐야? 갑자기?"
"훗"
똥과 손가락으로 인해 상처받은 그대의 영혼에 위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