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19(금)
어젯밤, 아내와의 대화.
"아, 알람 맞춰야지"
"나도 일어나야 되는데"
"아마 안 일어나겠지"
"준비할 게 없으니까?"
"응. 내가 나가면서 애들 다 깨워놓고 나가야지"
알람 소리에 시윤이가 살짝 잠에서 깼는지 뒤척였다. 그러다 앉아서 잠을 깨고 있는 나와 눈을 마주쳤다. 아무 말 없이 씨익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주더니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뭐지, 이 세 살 같지 않은 움직임은.
아내와 아이들은 모두 8시가 넘어서 일어났다.
"여보. 지금 일어났어?"
"응. 좀 전에"
"오늘도 소윤이 낮잠 안 자겠네?"
"그러게"
이런 면에서 보면 소윤이는 참 예측 가능한 아이 같기도 하고. 역시나 소윤이는 자지 않았다. 지난주와 다른 게 있다면 오늘은 아내가 미리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는 거다.
'아마 안 잘 거야'
이 작은 마음이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같은 상황이었던 지난주에는 아내가 육체와 정신의 극심한 피로를 호소한 반면 오늘은 기꺼이 자기 몫으로 받아들였다.
아내는 오늘도 철야예배에 가기로 했다. 무려 4주 연속. 역대 최장 연속 출석이다. 드럼 치며 보는 아내와 아이들 모습은 멀리서 봐도 치열하기 그지없다. 어떻게든 예배에 집중하려고 하는 아내와 한시도 아내를 가만히 두지 않는 소윤이와 시윤이의 끊임없는 하모니랄까. 성경에 보면 하나님은 외모가 아닌 마음을 보신다는 말이 있는데 육아인들에게 정말 큰 위로가 되는 말씀이다. 애들 키우다 보면 마음만 내고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니까.
예배드리러 와서도 계속 애들 뒤치다꺼리하고, 졸려가지고 엉겨 붙는 애들이랑 씨름하고 조용히 시키다 보면 어느새 예배는 끝나 있고. 자괴감에 사로잡히곤 한다.
'내가 이러려고 교회에 왔나'
"여보. 마음을 보신대. 마음먹었으면 예배드린 거지 뭐"
오늘은 소윤이가 버티지 못했다. 많이 피곤했는지 예배 끝 무렵에 의자에 누워 갑자기 잠들었다. 시윤이는 아로나민 골드를 100개는 먹었는지 내내 쌩쌩했다.
"아빠. 으나 왜에 자여어엉?"
"누나? 졸리니까. 시윤이는 안 졸려?"
"네에. 안 절려여엉"
"왜?"
"아까 자저(자서)"
잠든 소윤이를 안고 가는데 시큼한 냄새가 났다.
"여보. 소윤이한테서 왜 시큼한 냄새가 나지?"
"어제 머리 안 감았잖아. 그래서 그런가 봐"
"아. 그렇구나"
"내일 아침에 샤워시켜야지"
1일 1샤워(머리감기)를 하지 않으면 이제 소윤이 몸에서도 사람의 냄새가 나는구나.
잠든 소윤이를 보며 아내가 가장 먼저 생각한 건 '오줌'이었다. 마지막 소변을 보지 못한 채 잠들었기 때문에 자다가 오줌을 쌀 가능성이 다분했다. 집에 들어간 아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방수요 깔기.
"여보. 잠깐 그대로 안고 있어 봐. 내가 얼른 방수요 깔 게"
"그래"
시윤이는 여전히 활력이 넘쳐서 들어오자마자 자동차를 붙잡고 놀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내가 방수요 까는 걸 기다리는데 소윤이가 깼다. 자다 깼을 때 자주 내는 요상한 신음 소리와 함께.
"소윤아. 깼어? 쉬 한 번 하고 잘까?"
"ㅁㅇ니ㅏㅓㄻ;이넒;ㅣㅇ널;미ㅏㄴ얼"
"아니야. 쉬 한 번 해야 이따 밤에 이불에 쉬 안 하지. 얼른"
"ㅁㅇㅁ;ㅓㅇ낢;ㅣㄴ얾;ㅣㅏㅇ널. 엄마가"
그 와중에 엄마는. 소윤이 쉬 한 번 하고 눕혔더니 다시 그대로 잠들었다. 시윤이는 손, 발, 얼굴만 약식으로 닦아줬다.
"아빠. 안 자여어엉"
"안 잔다고?"
"네"
"왜 안 자?"
"안 절려여엉"
"아니야. 시윤아. 밖에 봐 봐. 엄청 깜깜하지? 지금 잘 시간이야"
"왜 깜깜?"
"밤이 됐으니까"
"왜여어엉?"
"하나님이 밤을 만드셨어. 밤에는 자는 거야"
"아빠두 자여?"
"응. 아빠도 자지. 시윤이 먼저 자. 아빠는 이따가 들어올 게"
이미 눈이 풀려 있던 아내도 당연히 잠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윤이가 워낙 금방 잠들어서 그런지 아내는 다시 거실로 나오는데 성공했다.
"오. 웬일이야"
잠시 소파에 앉아 각자 오늘 하루를 정리했다. (휴대폰질 했다는 말이다. 잠시 머리를 비우는 시간이랄까)
"여보. 우리 영화라도 봐야 하나?"
이미 자정이 넘었는데 아내가 갑자기 제안했다.
"영화? 볼 거 있나?"
"그거 뭐지. 롱 리브 더 킹?"
"나왔나?"
"나오지 않았을까?"
"애들은 안 깨겠지?"
"양심이 있으면 깨면 안 되지"
집에서 보는 영화에 10,000원이나 쓰는 일은 흔치 않지만 예전부터 보고 싶기도 했고, 그거 말고는 딱히 볼 것도 없었다. 그렇게 피곤하더니 참 신기하게 영화 볼 때는 멀쩡해졌다. 다 보고 나니 두시 반이었다.
그 늦은 시간에 낮에 처치홈스쿨에 있었던 일에 대해 한 시간이나 더 수다(라고 하기에는 매우 유의미한 대화들)를 떨었다. 많은 걸 남긴 유익한 시간이었지만 아내와 나의 수면 시간을 대가로 지불한 셈이었다.
"여보. 우리 내일 8시에는 일어나야 되지?"
"그래야겠지?"
"슬프다"
"아침은 어떻게 하지? 토스트 해줄까?"
"빵이 있어?"
"편의점에서 사 와야지"
"그러자"
내일은 서양식이다. 얘들아. 마음을 다해 준비할 게.